김시진 감독 "우리 '못됐다'는 소리 듣자"(일문일답)

박은별 기자I 2013.01.21 11:33:08
김시진 감독. 사진=롯데 자이언츠
[이데일리 스타in 박은별 기자]“‘못됐다’는 소리 듣자.”

새로운 출발은 언제나 늘 설레는 법이다. 상동구장에서 만난 김시진 롯데 감독의 얼굴은 무척 밝았다. 새 유니폼을 입고 시작하는 첫 시즌. 부담이 될 법도 하지만 김 감독은 “재미있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롯데는 오는 22일부터 42일간 사이판과 일본 가고시마에서 담금질에 들어갈 예정. 취임식 때도 밝혔듯 ‘주루와 수비가 강한 팀’을 만들겠다고 김 감독은 공언했다. 이번 전지훈련에서도 팀 색깔을 바꾸기 위한 훈련들이 주를 이룬다. 투수 출신의 감독인만큼 선발이 강한 마운드를 만드는 건 당연한 과제이자 목표다.

김 감독에게 시즌에 들어가기 앞서 팀 구상에 대한 밑그림을 들어봤다. 다음은 김시진 감독과 일문일답.

-처음 팀을 맡아보니 밖에서 보던 것과는 느낌이 다른가.

▲기본적으로 선수들이 너무 온순한 것 같다. 우리는 승부를 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선수들이 나쁘게 생각을 가지라는 것이 아니라 집중력, 승부욕을 더 보여줬으면 싶다. ‘못됐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독기가 있었으면 좋겠다.

-취임식 때부터 주루플레이에 대해 강조를 많이 했다.

▲방망이는 죽 봐왔지만 여전히 좋은 팀이다. 주루, 수비 이야기를 했던 건 한정된 선수 외에는 뛰는 선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수비도 황당한 플레이로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었고 그 패배만 더 줄이자는 생각이다. 그 패배가 승수로 전환되면 더 좋은 팀이 될 것이다. 선수들 모두 단타를 치더라도 한 베이스를 더 가겠다는 생각을 갖고 뛸 수 있도록 지도할 생각이다. 한 베이스를 더 보내기 위해 보내기 번트 등 희생을 시키는데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로 희생 없이 한 베이스를 더 간다면 얼마나 더 좋겠는가. 처음부터 뛸 생각조차 갖고 있지 않다면 선수로서, 프로로서 안일한 생각이 아닐까 싶다. 많이 뛰는 팀일수록 더 활기차게 보인다.

-올해 특히 주루 플레이를 강조하는 이유는.

▲SK가 그간 강했던 게 방망이를 잘 쳐서가 아니었다. 안전한 수비, 과감한 도루, 한 베이스 더 가는 적극적인 플레이로 성적을 낸 거다. 일본 소프트뱅크의 성적이 좋았던 것도 전체적으로 주루 플레이가 좋았기 때문이다. 우리 팀이 파워야구를 하지 못한다면 말 그대로 스몰야구를 하려면 짜내기, 한 점이 필요할 땐 때에 따라 스퀴즈도 대야한다. 홈런, 안타 쳐서 이기는 경기가 얼마나 많겠는가. 안타 세 개에도 점수를 못 뽑는 경우가 야구엔 많다. 롯데도 그런 경우가 있었다. 안타 하나에도 점수를 뽑을 수 있는 팀을 만들고 싶다. 주루, 작전으로 게임을 이길 수 있는 중심,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 지난 해 도루가 119개였는데 150개 이상 되는 팀으로 만들 생각이다.

-어떤 방법으로 보완이 이뤄질까.

▲선수들의 유형과 습관, 특성에 따라 맞춤식 교육을 하려고 한다. 일단 주루에 대한 선수단의 의식을 깨우는 게 먼저다. 그 후 선수들의 장단점을 최대한 살릴 생각이다. 실패도 많을 것이다. 실패하면서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토니시 코치를 주루 인스트럭터로 영입했다. 기대하는 바는.

▲작년에는 3루 코치를 박계원 코치가 맡았었는데 박 코치가 수비쪽에 더 치중하고 주루에만 더 신경써 줄 코치가 필요했다. 모토니시 코치는 작년까지 코치를 했을 정도로 현장경험이 살아 있다. 일단 외야수비와 주루 파트를 맡겼다. 인스트럭터로 3월까지 팀에 있기로 계약했는데 필요하다고 느껴지면 더 길게 할 수도 있다. 주루에 대해 선수들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조언해달라고 부탁했다.

-주루 강화로 기대하는 효과는

▲이 팀은 ‘무조건 빠르게 움직인다’는 걸 인식시켜 줄 생각이다. 그래야 상대 투수들도 투구 폼이 빨라지고 제구도 불안해지고 실투가 많아진다.

-중심타자, 특히 강민호도 뛰게 할 생각인가

▲안 그래도 민호에게 물어봤다. 박병호(넥센. 지난 시즌 도루 20개)와 달리기 경쟁하면 누가 이기냐고. 민호가 “다리는 안 늦다고, 그 정도는 뛸 수 있다”고 하더라. 그럼 뛰어 달라고 부탁했다. 민호가 “그럼 기다려달라. 만들겠다”고 하더라. 민호에게 많은 도루를 바란다기보다, 민호도 뛸 수 있다는 생각을 상대팀이 갖도록 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그린라이트는 모든 선수들에게 줄 생각인가.

▲그린라이트는 누구에게든 준다. 단 안전한 플레이를 원할 때, 뛰지 말라는 사인만 줄 생각이다. 손아섭, 황재균, 전준우에게도 그간 도루를 많이 하지 못했던 이유가 무엇인지 대화를 나눴고 보완점을 찾았다. 박기혁도 도루가 가능한 타자다. 한정된 선수가 아닌 모든 선수들을 적극 활용하겠다. 처음부터 도루를 잘 하는 타자는 없다. 결국 두려움과 싸움이다. ‘과연 내가 살 수 있을까‘ 라는 잠깐의 고민 때문에 죽는 경우가 많다. 고민하는 순간, 거기서 끝이다.

-이번 겨울은 주루 훈련이 주가 될 예정인가.

▲큰 틀을 벗어나는 건 아니다. 다만 롯데가 ‘세밀한 야구도 할 줄 아는구나, 이쪽에 대한 선수들의 센스가 많이 늘었네’ 싶을 정도의 플레이를 하고 싶다. 홈런 방망이를 만드는 건 한 순간에 되는 게 아니다. 세밀한 야구를 해서 점수를 많이 뽑을 수 있도록 하겠다. 중심타자들도 필요할 땐 번트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겠다. 그런 플레이 하나로 투수가 당황하고 밸런스가 흔들릴 수 있다. 그런 부분을 주문하겠다.

-수비에 대한 것도 강조한 것으로 안다.

▲파인플레이, 안타성 타구를 잡으라는 건 아니다. 기본적으로 내 앞에 공이 왔을 때, ‘끝낼 수 있는 플레이다’ 싶은 건 꼭 처리해줘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런 플레이 미스로 다른 문제까지 야기될 수 있다. 기본적인 수비, 주루에 대해선 작년과는 달라졌다는 인식을 주겠다. 주루와 수비는 노력만 하면 가능하다. 선수들은 전문가들이다. 남보다 실수를 적게 해야 전문가다.

-두산은 자체 분석 결과 2위 전력이라고 했다. 롯데는 어떤가.

▲김진욱 두산 감독은 1년을 그 팀에 있었기에 전력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이 됐을 것이다. 난 외부에서 상대로 보던 롯데였다. 이제 시작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전력을 100% 파악한 건 아니다. 전력에 대해 몇 위라고 말하긴아직 어렵다.

-마운드 운영 계획도 듣고 싶다.

▲‘선발 안정’은 부임 때부터 강조해서 이야기했던 부분이다. 선발 5인을 안정적으로 가겠다고 했고 마운드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될 것 같다.

-용병에 대한 기대치는.

▲유먼은 1년간 봐와서 대충은 안다. 리치몬드는 영상은 봤지만 확실히 모르겠다. 2년간 부상이 있었다. 그간 성적이 없더라. 바람 같아선 둘이 25승에서 27승까지만 해주면 좋겠다.

-유먼이 올해도 잘 통할까.

▲기본적으로 10승은 한다고 본다. 볼 제구를 봐선 가능하다. 지난 해 좋은 피칭을 했으면서도 승수를 챙기지 못한 경우도 많다. 성격적인 부분에 대한 이야기도 많지만 그 가려운 부분을 코칭스태프가 얼마만큼 긁어주느냐, 때로는 충격을 주느냐, 잘 대응해야 하는 부분이다. 유먼이 1년 해봤기 때문에 한국야구를 어느 정도 이해하지 않을까 싶다. 용병 두 명이 소박하게는 25승, 1승씩만 더 해줘서 27승만 해줬으면 한다.

-마무리에 대한 생각은.

▲기본적으로 더블 스토퍼체제로 가긴 힘들다. 원스토퍼로 간다. 정대현이 무릎이 완벽히 될는지, WBC 나갔다와서 괜찮을는지가 문제다. 김사율도 괜찮다.

-그렇다면 마무리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구위다. 사실 힘으로 타자를 제압할 수 있는 건 국내에선 오승환 (삼성)뿐이라고 생각한다. 경험이나 여러 가지 면을 봐서는 (정)대현이가 가장 좋다. 좌,우 타자에 대해 성향 면에서 핸디캡이 있지 않냐는 이야기도 있는데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 누가 될지는 캠프를 지켜보고 판단하겠다. 사율이도 좋다가 막바지에 좋지 못했던 게임은 있었지만 여전히 좋은 투수다. 흐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다.

-지난 시즌 양떼야구로 유명했던 롯데다. 불펜진엔 큰 변화가 없나.

▲사실 전체적으로 가장 원활하게 마운드가 움직이려면 선발들이 잘 해줘야한다. 지난 시즌을 보면 최대성, 김성배가 전체적인 게임에 비해서 등판이 너무 많았다. 투수는 자주 등판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한 번 던졌을 때 길게 가주는 것이 낫다. 소모가 덜 하다. 올해는 그 부분에 대한 조절은 해 줄 것이다. 대신 불펜 투수들에게 이닝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1이닝은 무조건 틀어막는다는 책임감, 조건들을 만들어 주고 싶다. 원포인트 투수가 성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닐 때도 많다. 막아주지 못했을 때 불펜진의 데미지는 커진다. 기본적으로 선발들이 다이닝을 소화해줘야 가능한 일이다. 3이닝 정도만 중간투수들이 막아주면 된다는 생각이다.

-김주찬이 빠진 자리, 외야에 대한 고민도 있을 텐데.

▲좌익수 자리에 김대우, 김문호 조홍석 등을 후보로 보고 있다. 방망이로 봐서는 김대우, 빠른 발과 재치로 보면 조홍석이다. 상황에 따라 쓸 생각이다. 주당 6게임에 강민호를 모두 포수로 내보내기 힘들다. 한 두 게임을 지명타자나 대타로 기용한다고 보면 장성호를 그냥 놓기는 어렵다. 때에 따라 외야로도 보낼 생각이다.

-장성호에 대한 기대는.

▲장성호는 기본적으로 지명타자가 될 확률이 높다. 장성호는 여전히 타자로서 기교가 손가락 안에 드는 선수다. 1루, 외야 연습을 같이 한다.

-넥센과 비교하면 롯데에선 팀 운영에 있어 어떤 점이 달라질까.

▲넥센에선 선수들을 장기적으로 보고 육성에 중점을 뒀다. 지금은 선수에 대한 육성적인 면보다는 눈앞의 1승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엘넥클라시코’를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있나(웃음).

▲롯데에서 또 다른 라이벌전이 많다. 준비 잘해서 더 재미있는 게임 만들겠다.

-팬들의 기대가 높다. 부담되는 부분은 없나.

▲그런 게 있었다면 감독직을 수락하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넥센만큼 팬들의 반응에 대해 자유롭진 못할 것이다. 잘했을 때는 박수, 못했을 때는 질책도 받을 것이다. 게임을 하면서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팬들도 즐거워하지 않을까 싶다. 어떠한 선수를 쓸지, 어떻게 퍼즐을 맞출지 그런 기대감에 설렌다. 재미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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