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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정철우 기자] 무릇 전쟁은 전차 1000대와 수송차량 1000대 무장한 병사 10만을 동원하고, 천리의 먼 곳에 식량을 실어 나르게 되는 것이니 정부의 안팎에서 드는 비용과 외교사절의 접대를 위한 비용, 아교와 칠 등 장비의 정비에 필요한 비용, 차량과 병력 유지에 드는 비용 등 일일 1000금이 소용된다. 이러한 준비가 갖추어진 후에야 비로소 10만의 군대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손자는 병법가다. 전략 전술을 통해 전쟁에서 승리하는 길을 제시하는 전략가다.
그러나 손자 병법에는 전쟁의 기술 보다는 전쟁에 나서기 위한 준비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하고 있다.
손자는 전쟁을 하려면 이길 수 있는 충분한 전력을 우선 갖춰두어야 한다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전쟁은 그만큼 많은 비용과 전력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전쟁을 하려면 그 전에 탄탄한 국가를 만들어놓는 것이 승리를 확신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불패의 병법을 시작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출발점도 여기에 있다. SK는 지난 4년간 이렇다 할 전력 보강이 없었다. 오히려 주축 선수들의 이적과 은퇴만 계속됐다.
애초에 대단한 선수들이 모인 팀도 아니었다. 쏠쏠한 전력이긴 했지만 결코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과 3차례의 우승을 차지할만한 멤버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 일을 해냈다. 그들이 어떻게 준비하고 싸워왔는지 되짚어보는 것은 SK를 돋보이게 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프로야구에서 경쟁하고 있는 다른 팀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여겼다. SK 따라하기 열풍이 거세게 몰아쳤던 겨울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김정준 코치는 "우리는 모두 보통사람이다. 처음부터 보통사람들이었거나 이미 보통사람이 되었거나 하는 그런 부류다. 이전의 해태나 삼성 그리고 현대와 같은 타고난 재질이나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우린 슈퍼맨이 돼야 했다"며 "프로는 개개인의 승부이건 팀의 승부건 이겨야 하는 의무와 책임이 있다. 승리는 우리 뿐 아니라 우리를 믿고 응원하고 도움을 주는 사람들과의 약속이다. 프로는 이 약속을 목숨 걸고 지켜야 한다. 슈퍼맨은 떨어지는 비행기를 들어서 안전히 착륙시켜줘야 슈퍼맨이다. 보통 사람과 같아서는 감동과 희열, 그리고 눈물과 웃음을 느끼게 할 수 없다. 그 로망을 지켜주지 못하면 SK에 대한 지금의 평가는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보통 사람이 영웅이 되려면 그만큼 뼈를 깎는 고통이 뒤따라야 한다. 미치지 않고서는 결실을 맺을 수 없다.
하늘을 날 수 없는 사람이 슈퍼맨이 되어 인류를 구하겠다는 목표는 허황된 망상이 아니라 도전이다. 한계를 미리 설정해 둔 사람은 가질 수 없는 찬란한 꿈이다. 그 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그 일에 모든 것을 걸고 미쳐야 한다. SK는 지난 4년간 보통 사람도 슈퍼맨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김성근 감독은 캠프 내내 불만이 많았다. 더욱 부실해진 전력을 메울 수 있는 희희망이 쉽게 눈에 띄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수들의 변화에 대해선 슬몃 만족감도 표시했었다. "1000개? 우린 야간 훈련에만 그정도 쳤을 것이다. 그 정도는 군말 없이 해내주고 있다."
'불패의 병법'에 담긴 두번째 의미는 결과가 아니라 결실을 향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SK는 지난 4년간 훌륭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이제 좀 쉬어가도 된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아직 SK는 끝을 보지 않았다. 아니 끝이 아닌 영원한 도전을 하고 있을 뿐이다. 결실을 향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야구는 그리 간단한 운동이 아니다. 타격만 해도 그렇다. 힘을 많이 써야 하지만 또 그만큼 힘을 뺄 줄 알아야 좋은 타자가 될 수 있다. 자신감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누구도 어느선까지가 자신감이고 어디부터가 자만이 되는지는 알지 못한다. 이 오묘한 완성의 길에 도달하기 위해선 '최강팀'이라는 SK도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아 있다.
김정준 코치는 "체력이 떨어졌을 때, 거리나 스피드나 등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그 상태를 그대로 받아드리며 선택과 집중에 대해 고민하고, 기본에 돌아가 충실하도록 하는 것. 그것이 SK가 추구하는 야구다. 기본이 튼튼하고 잘 구축되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라며 "하루하루 승패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것이 한 시즌을 이루고 또 인생을 이룬다. 그래서 집착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더욱 중요시하는 것은 그 과정들에 있다. 일희일비는 경기보다 연습의 과정에서 더욱 심하다. 우리가 승리에 집착하는 듯 보이는 것은 결과 보다는 결실에 비중을 두기 때문이다. 공 하나 타석 하나 아웃 카운트 하나 그리고 게임 하나 모두가 우리에게는 결과보다는 결실로 가는 과정이다. 어쩌면 한국시리즈 우승도 '야구의 완성'이라는 하나의 결실로 가는 과정일 지도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코치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이야기를 꺼냈다.
"공포의 외인구단 중 한 장면이 30년 넘도록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오혜성과 마동탁의 타자와 3루수로서의 대결. 오혜성의 죽음을 담보로 갈고 닦은 필살타와 그것을 이기기 위한 마동탁의 그에 버금가는 수비 훈련과 연구. 외인구단을 이기기 위해 똑같은 지옥훈련을 하는 마동탁의 팀. 그 속에 진짜 야구가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불패의 병법이 지향하는 마지막 목표도 그 속에 있었다.
모든 팀들이 "SK를 이겨야 우승할 수 있다"고 말한다. SK를 이기려면 그만큼 그들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혹여 SK가 여전히 '빡빡한 스케줄과 틀에 갖혀 야구만 하는 기계같은 팀'이라고만 생각하고 있다면... 아직은 SK를 이길 준비가 부족한 건 아닌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끝.
그동안 '불패의 병법'을 아껴주신 독자 여러분께 머리 숙여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