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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장서윤기자] 영화 '숏버스(감독 존 카메론 미첼 수입 스폰지)'가 2년여의 법정 공방을 딛고 오는 12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숏버스'는 한번도 오르가즘을 느껴본 적이 없는 성 상담가가 한 비밀모임에 참여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성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
성에 대한 갖가지 취향과 시각을 통해 소통과 치유라는 주제를 그린 이 작품은 2006년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되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았지만 한국에서는 혼음장면 등이 비윤리적이라는 이유로 2007년 두 차례에 걸쳐 제한상영등급 판정을 받아 사실상 개봉하지 못한 채 표류해왔다.
그러다 지난 1월 오랜 소송 끝에 제한상영가 등급분류는 위법이라는 법원의 결정을 이끌어내면서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으로 관객들과 만나게 됐다.
이번 한국 개봉판의 경우 오리지널 버전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연출자 존 카메론 미첼 감독이 아시아권 국가의 심의 통과를 위해 직접 성기노출 부분에 모자이크 처리를 해 특별제작한 '아시아 버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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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가학·피학적 성행위, 레즈비언 섹스, 스리썸(threesome) 등 거의 모든 형태의 성행위가 화면 속에 펼쳐진다.
작품 속 성행위 장면은 모두 실제다.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배우들은 촬영장에서 감독과 자유로운 토론을 거쳐 때로는 즉흥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때문에 전체적인 영화 맥락을 놓고 볼 때는 일부분의 모자이크 처리가 작품 흐름을 방해하거나 크게 거슬리지는 않는다.
'숏버스'의 수입사 스폰지의 조성규 대표 또한 "감독 스스로 이 작품은 노출이나 파격적인 정사 신보다는 영화가 담고 있는 주제와 흐름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감독이 최대한 연출 의도는 살리는 방향으로 모자이크 처리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야기 구조보다는 파격적인 표현과 독특한 감수성으로 대중과 소통을 시도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볼 때는 아쉬운 점도 다분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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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으로 괴로워하는 게이 남성이 욕조에서 자신의 성기를 관찰하다 마치 요가를 하듯 몸을 말아 다리를 머리 위로 들어올린 자세로 자위행위를 한 후 자신의 입 안에 사정하는 장면은 작품의 가장 파격적인 신으로 꼽힌다. 그러나 남녀 성기를 모자이크 한 한국 개봉판에서는 이같은 장면은 사실감있게 드러나지는 않는다.
또, 세 명의 남성이 섹스를 하다 서로의 항문에 대고 미국 국가를 부르는 장면도 오리지널 버전에서는 애절한 자유로움이 극대화되지만 모자이크 처리 버전은 영화 속 감성이 반감되기도 한다.
어찌됐든 2년여의 지리한 공방 끝에 관객들을 만나게 된 '숏버스'는 개봉 자체만으로도 현행 심의제도에 대한 여러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오랜 침묵을 깨고 나온 '숏버스'가 그간의 논란만큼이나 높아진 관객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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