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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양승준기자] 19일 내한하는 일본 록그룹 ‘엑스재팬’의 리더 요시키에 대한 음악팬들의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가수 서태지와 닮은 그의 음악적 스타일과 행보가 눈길을 끈다.
요시키는 지난 1989년 ‘엑스재팬’으로 메이저 음악계에 데뷔, 10년 넘게 재팬록의 왕자로 군림해왔다. 요시키는 엑스재팬의 브레인으로 곡 작업을 주도해온 만큼 팬들과 언론의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1996년 ‘서태지와 아이들’의 해체를 선언하고 솔로 활동을 하고 있는 서태지도 한국 록음악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며 팬들의 추앙을 받고 있다. 우연찮게 요시키와 서태지는 양국의 팬들에게 각각 ‘대장’이라 불리는 똑같은 애칭을 갖고 있기도 하다.
◇'멜로디는 우리의 힘!'…뛰어난 팝센스
요시키와 서태지는 둘 다 록음악을 하고 있지만 뛰어난 멜로디 감각으로 곡을 포장하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요시키와 서태지가 비주류 장르인 록음악을 하고 있지만 일본과 한국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도 이들이 곡 작업에서 보여준 ‘팝센스’ 덕이 크다.
대중적인 사랑을 받은 ‘엑스재팬’의 대표곡으로는 ‘엔드리스 레인(Endless Rain)’, ‘로즈 오브 페인(Rose Of Pain)’을 비롯, 세이 애니싱(Say Anything)’, ‘포에버 러브(Forever Love)’, ‘크러시파이 마이 러브(Crucify My Love)’ 등을 꼽을 수 있다. 위 곡들은 모두 요시키가 작곡한 음악으로 피아노 연주 혹은 밴드와 오케스트라 협연이 돋보이는 ‘발라드 록’ 넘버다.
요시키는 다섯 살 때부터 배운 피아노와 데뷔 전부터 관심을 가져온 클래식 음악을 음악적 자양분으로 거친 록 음악에 꾸준히 현악과 피아노 음악을 버무려왔다. 또 요시키는 2장의 ‘이터널 멜로디’ 음반에서 비틀즈의 프로듀서인 조지 마틴과 함께 곡 작업을 하고 런던 필하모닉과의 협연을 통해 엑스재팬 활동을 하면서도 자신의 팝적인 음악적 성향을 꾸준히 드러냈다.
방법론은 다르지만 서태지도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부터 솔로활동에 이르기까지 팝적인 감각을 꾸준히 유지해오고 있다.
서태지는 지난 솔로 1,2,3집에서 인더스트리얼과 하드코어록을 선보이며 자신만의 탁월한 멜로디 감각으로 장르상의 낯설음을 순화시킨 바 있다. 지난 7월 발매한 싱글 ‘모아이’에서도 서태지는 비주류 테크노 장르를 도입했지만 건반과 아날로그 전자음악을 활용해 음악의 멜로디를 살렸다. 서태지가 ‘모아이’로 지난 8월 KBS 2TV ‘뮤직뱅크’에서 1위를 할 수 있었던 이유도 곡 속에 유독 도드라진 건반의 멜로디가 대중으로 하여금 음악을 친숙하게 느끼도록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팝적인 감각을 록음악에 있어서의 '재앙'으로 여기는 일부 록 뮤지션과는 현저히 다른 음악적 노선이 오히려 요시키와 서태지에게는 '득'이 돼 돌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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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 이외의 나를 알려고 하지 말라!’…철저한 신비주의
요시키와 서태지는 음악 외에 자신의 신변에 관한 것을 철저히 비밀에 부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둘은 사는 집이 한번도 언론에 공개된 적이 없으며, 음악 활동 외의 사생활을 철저히 숨기는 ‘신비주의’를 고수해왔다. 요시키의 경우는 ‘액스재팬’ 데뷔 앨범 재킷에도 혈액형, 별자리 등을 모두 ‘X’로 표기할 정도로 개인 프로필 유출을 극도로 꺼려온 바 있다.
성우진 악평론가는 “요시키는 일본에서 그룹 내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해 신비주의 전략을 써왔다”며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엑스재팬이 활발한 활동을 할 1990년대 같은 경우는 일본 음반의 유통이 금지됐고, 또 일본 가수들의 정보를 접할 수 있는 루트가 극히 제한됐기 때문에 팬들에게 더욱 신비롭게 비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신비주의 전략’이라면 서태지도 요시키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 서태지는 앨범 활동을 접으면 바로 ‘잠적기’에 돌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앨범 작업 과정은 물론 진행되고 있는 장소 또한 철저히 비밀에 부친다. 활동을 접은 서태지의 두문불출을 포착하기 위해 언론들이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지만 한번도 그의 사생활은 제대로 공개된 적이 없다. 심지어 소속사인 서태지컴퍼니 조차도 전화번호는 공개돼 있지 않으며, 위치 또한 알고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 ‘탁월한 안목’…요시키, 루나씨-글레이 VS 서태지, 넬 ‘발굴’
요시키와 서태지는 활발한 후배 양성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몇 안되는 굵은 대어를 낚은 탁월한 안목을 갖고 있기도 하다.
요시키는 ‘엑스재팬’ 활동 당시 자신이 설립한 '엑스터시 레코드'를 통해 루나시, 글레이등을 발굴해 스타덤에 올려놓았다. 글레이는 도쿄의 한 라이브하우스에서 우연찮게 공연을 보고 계약을 주선했고, 루나시는 ‘액스재팬’의 기타리스트 故 히데의 소개를 받고 그들의 음악성을 인정, 메이저 데뷔를 성사시켰다. 이 두 그룹은 현재 일본 비주얼록의 상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태지는 인디밴드 출신으로 가장 성공한 케이스라고 볼 수 있는 넬을 오버그라운드로 끌어 올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지난 2002년 서태지가 설립한 인디 레이블인 '괴수대백과사전'에 소속된 넬은 이후 대중적으로 이름을 알리며 음악팬들의 귀를 사로 잡았고, 서태지는 넬의 음반에 자문격으로 참여해 사운드에서 도움을 주기도 했다. 지금은 서태지컴퍼니를 떠나 둥지를 옮겼지만 넬의 대중적 기반은 서태지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19일 기자회견을 열어 앞으로의 '엑스재팬' 활동과 내한 공연의 구체적 일정 등을 밝힐 요시키와 싱글 '모아이'로 새로운 음악적 변신을 시도한 서태지. 이 두 뮤지션이 앞으로 어떤 음악적 행보로 한일 록음계에 또 다른 역사를 기록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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