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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이데일리 SPN 한들 통신원] 투수와 타자의 대결은 ‘욕망의 충돌’입니다. 치고 싶은 마음-잡고 싶은 마음의 대결입니다.때로 이 심리를 얼마나 잘 역이용하느냐에 따라 두 사람의 ‘웃고, 울고’가 결정납니다.
올시즌 팀에서 ‘스윙 맨’을 맡고 있는 LA 다저스 박찬호와 시애틀 매리너스 백차승이 14일(한국 시간) 나란히 등판했습니다. 백차승은 에이스 에릭 베다드의 엉덩이 부상으로 뜻밖의 선발 등판 기회를 잡았고, 박찬호는 종전대로 미들맨으로 나왔습니다.
둘은 타자의 치고 싶은 욕망을 어떻게 다루느냐에서 빅 리그 경력만큼이나 차이를 보여줬습니다.
백차승은 에인절스와의 홈경기서 4.1이닝 4실점하며 패전투수가 됐습니다. 4회까지 6안타를 맞으면서도 산발시켜 2실점으로 비교적 호투하다가 5회 선두 왼쪽타자 션 피긴스를 좌전 안타로 내보내면서 강판의 빌미를 자초했습니다.
피긴스의 좌전 안타는 백차승이 타자의 치고싶은 욕망을 다루는데서 아직도 어설프다는 것을 에누리 없이 보여줬습니다.
백차승은 초구 90마일 패스트볼(볼)과 84마일 체인지업으로 원 스트라이크 원 볼이 된 후 내리 2개의 변화구를 구사했으나 피긴스가 말려들지 않아 원 스리에 몰렸습니다. 5구째 91마일 몸쪽 패스트볼로 파울볼을 끌어내 풀카운트.
그런데 백차승이 이어 선택한 공은 피긴스가 예상한대로 다시 패스트볼이었습니다. 그것도 한복판으로 들어오는 90마일. 안 그래도 패스트볼 타이밍에서 가운데로 공이 들어오자 피긴스는 가볍게 밀어쳐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깨끗한 안타를 뽑아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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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차승은 다음 타자 개리 매튜스 주니어와의 대결서는 투투서 77마일 몸쪽에 큰 각도로 떨어지는 커브로 삼진을 솎아냈습니다. 하지만 1루가 비어있는 상황서 블라디미르 게레로가 타석에 들어서자 고의 4구로 거르며 강판될 수밖에 없었습니다(구원 투수가 주자들을 모두 홈인시켜 4실점으로 불어났고 패전 투수가 됐습니다).
백차승은 앞서 0-0이던 3회초 2사 2,3루서도 게레로에게 투투서 6구째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커브를 던졌다가 우중간 싹쓸이 2루타를 맞았습니다. 물론 게레로가 손목만으로 워낙 잘 맞추기도 했지만 백차승의 욕심이 부른 화근이었습니다. 파울볼을 계속 치면서 한 건을 해내려는 게레로의 심리를 역이용, 더 빠지는 볼로 승부를 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남겼습니다(더욱 1루도 비어 있었습니다).
반면 박찬호는 샌디에이고전서 1사 3루의 실점 위기를 교묘한 유인구로 넘기면서 2이닝 무실점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갑작스러운 호출로 불펜에서 불과 공 7개만 던지고 6회 부랴부랴 마운드에 올라온 박찬호는 91, 92마일의 패스트볼로 거푸 안타를 맞았습니다. 운이 좋아 두 번째 안타를 친 짐 에드먼즈가 2루로 뛰다 객사했습니다. 하지만 외야 플라이나 내야 땅볼만 나와도 추가점을 내줄 위기였습니다.
6번 우타자 카릴 그린과의 대결서 박찬호는 덤비지 않았습니다. 투스트라이크 원볼 이후 슬라이더-패스트볼-체인지업(모두 파울)으로 계속 유인구를 던졌고 7구째도 바깥쪽으로 완전히 빠지는 87마일 슬라이더를 구사, 결국 그린의 헛스윙을 유도해 삼진을 잡아냈습니다. 유리한 볼카운트를 십분 활용, 볼 1~2개 정도 달아나는 볼로 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던 그린의 심리를 파고든 결과였습니다.
박찬호는 이후 11개의 공 중 단 2개만을 빼고 모두 변화구로만 던져 4타자를 범타 처리했는데 이 또한 나오자마자 연타를 허용한 패스트볼의 위력이 별로라는 점을 간파하고 스스로 내린 현명한 결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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