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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뉴캐슬 구단을 인수한 컨소시엄은 PIF와 영국의 스포 미디어 부자 제이미 루벤과 아만다 스테이블리가 이끄는 PCP 캐피털로 구성돼 있다. 루벤과 PCP 캐피털의 지분은 각각 10%에 불과하다. 나머지 80%는 PIF가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PIF가 주인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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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캐슬 인수를 이끈 PIF는 오일머니의 ‘끝판왕’이다. 실질적인 주인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이하 빈 살만)다. 빈 살만은 ‘찐’ 부자다. 추정 자산이 무려 3200억 파운드(약 519조원)에 이른다.
‘오일 머니’의 대명사로 불리는 맨체스터 시티 구단주인 만수르 빈 자이드 알나얀 아랍에미리트(UAE) 부총리 겸 아부다비 유나이티드그룹(ADUG) 회장(이하 만수르)의 추정 자산 232억 파운드(약 38조원)보다 13배 이상 많다.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사우디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의 실세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회사로 손꼽히는 아람코는 올해 상반기에만 순이익 472억 달러(약 54조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순이익 233억 달러(약 26조원)보다 103% 증가했다. 아람코 회장인 야시르 알루마이얀이 뉴캐슬의 새 회장을 맡는다.
‘짠돌이 구단주’로 악명높았던 마이크 애슐리 밑에서 고통받았던 뉴캐슬은 하루아침에 대박을 맞이했다. 맨체스터 시티가 ‘만수르 시티’라고 불리는 것처럼 뉴캐슬도 이미 ‘아람코 캐슬’이라는 새 수식어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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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은 오래전부터 세계 축구의 오아시스였다. 사우디아라비아 프로페셔널리그나 카타르 스타스리그, UAE 축구리그 등은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세계적인 선수들을 쓸어모았다.
중국 슈퍼리그가 ‘황사머니’를 펑펑 쓰기 전까지 중동리그는 부자가 되길 원하는 세계 축구선수들의 로망이었다. 남태희, 정우영, 구자철 등 대한민국 전현직 국가대표 선수들이 현재 중동에서 활약하고 있다. 세계적인 슈퍼스타였던 라울 곤살레스, 사비 에르난데스 등도 선수 말년에 중동으로 이적, 100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으며 풍요로운 생활을 했다.
자국리그에 돈을 퍼부었던 중동 부자들은 2000년대 들어 유럽 프로축구로 앞다퉈 뛰어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유럽 명문구단들의 유니폼에 회사 로고를 새기는 후원 계약 수준이었다. 이후 아예 구단을 인수하고 직접 운영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그 시작은 만수르였다. 자신이 운영하는 ADUG 아래 시티풋볼그룹을 창립한 만수르는 2008년 맨체스터 시티를 1억5000만 파운드에 사들였다. 그전까지 같은 지역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눌려 고개 숙였던 맨체스터 시티는 초호화 선수를 보유한 ‘슈퍼리치 빅클럽’으로 환골탈태했다.
축구 이적 시장 및 통계를 다루는 트랜스마르크트에 따르면 맨체스터 시티는 2008~09시즌부터 2020~21시즌까지 13시즌 동안 선수 332명을 영입하면서 약 2조7300억원을 썼다. 같은 기간 약 2조3800억원(166명 영입)을 쓴 FC바르셀로나(스페인)를 제치고 전 세계에서 선수 영입에 가장 많이 돈을 쓴 팀이 됐다. 구단 시장 가치도 약 1조4000억원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
투자는 곧 성적으로 이어졌다. 맨체스터 시티는 만수르가 구단주에 오른 뒤 EPL 정상에 다섯 차례 올랐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과 리그컵도 각각 2회, 6회나 달성했다.
맨시티의 성공은 다른 오일머니 부자들을 자극했다. 만수르의 뒤를 이어 카타르가 뛰어들었다. 2011년 카타르국부펀드인 카타르 투자청(QIA)은 프랑스 1부리그 명문팀 파리 생제르맹(PSG) 인수를 공식 발표했다. 당시 당시 5000만유로를 투자해 구단을 인수했다.
파리 생제르맹 구단주인 QIA를 이끄는 핵심은 다름 아닌 셰이크 타밈 반 하마드 알타니 카타르 국왕(이하 타밈)이다. 타밈이 실질적으로 운용 가능한 재산은 60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타밈은 자신이 소유한 카타르 항공, 카타르 관광청 등 자국 기업 후원을 통해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그 덕분에 유럽 4대 빅리그에 속하지 않음에도 PSG는 네이마르, 킬리앙 음바페 등 초특급 슈퍼스타를 보유하는 팀이 됐다. 이번 시즌에는 ‘축구의 神’ 리오넬 메시까지 영입하는 통 큰 결정을 내렸다.
△중동 석유부자는 왜 유럽축구에 열광하나
중동 오일머니의 끝판왕인 사우디까지 유럽 프로축구 시장에 가세하면서 ‘머니게임’은 더욱 뜨거워지게 됐다. 일부에선 유럽 프로축구가 중동 석유부자들의 값비싼 취미 생활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있다.
물론 중동 왕족들은 축구를 사랑한다. 종교적 이유로 표현의 자유가 제약받는 중동 국가 특성상 축구는 국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국가를 하나로 묶는 중요한 수단이다. 축구는 그들에게 단지 스포츠 종목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게다가 대표적인 석유 부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UAE 등은 석유 산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새로운 경제원동력을 찾고자 한다. 그 대안 중 하나가 바로 스포츠 산업이다.
뉴캐슬을 인수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왕정 실권을 잡고 난 뒤 경제 개혁 프로그램인 ‘비전 2030’을 추진하고 있다. 그 중심에 스포츠 산업 개발이 포함돼있다. 축구 뿐만 아니라 각종 스포츠의 빅이벤트를 개최해 사우디아라비아를 세계 스포츠의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일부에선 중동국가들이 거대한 스포츠 시장으로 관심을 집중시키면서 국내외 인권 개혁 요구를 잠재우려 한다는 비판도 있다. 이른바 ‘스포츠 워시’다.
빈 살만은 지난 2018년 자신을 비판했던 사우디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살해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끊임없이 받고 있다. 원래 뉴캐슬 인수 합의가 지난해 4월에 이뤄졌다가 인수 작업이 중단된 것도 빈 살만에 대한 비판 여론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국 EPL 사무국이 PIF를 사우디 정부와 분리된 기관으로 간주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됐다. 올리버 다우든 영국 문화부 장관도 “인권 문제에 눈감겠다는 뜻은 아니지만 이번 건은 사우디 PIF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막강한 오일머니 파워 앞에서 눈을 감아준 셈이 됐다.
△우려와 기대가 엇갈리는 오일머니의 EPL 지배
물론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는 나오고 있다. PIF의 뉴캐슬 인수 소식이 전해진 뒤 케이트 앨런 국제앰네스티 영국 지부장은 EPL 최고경영자 리처드 매스터스에게 편지를 보냈다. 편지에는 “많은 인권문제를 안고 있는 사우디가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EPL에 진출해 자국 이미지를 세탁하려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PIF의 뉴캐슬 구단 인수가 외교갈등을 빚고 있는 카타르와 사우디의 대리 전쟁이라는 분석도 있다. 카타르는 PIF의 뉴캐슬 인수에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사우디는 2017년부터 카타르에 기반을 둔 TV네트워크 beIN 미디어 그룹이 자국내에서 활동하는 것을 차단했다. beIN은 중동 지역의 EPL 중계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beIN은 사우디 정부의 방해로 사우디 방송사에 중계권을 팔지 못했다. 대신 사우디에선 EPL 경기의 무단 스트리밍 중계가 성행했다. beIN은 사우디 정부가 방관하는 바람에 수십억 달러의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PIF의 뉴캐슬 인수를 쌍수 들어 환영하는 이들도 있다. 바로 뉴캐슬 팬들이다. 그동안 짠돌이 구단주의 구단 운영에 불만이 컸던 뉴캐슬 팬들은 PIF의 구단 인수 소식이 전해지자 거리로 쏟아져나와 만세를 불렀다. 잉글랜드 축구 왕년의 명 공격수이자 뉴캐슬 구단의 레전드인 앨런 시어러도 SNS를 통해 “예스! 우리는 다시 희망을 품을 수 있다”며 환영의 뜻을 전했다.
뉴캐슬 팬들은 메시, 호날두, 음바페 등 그동안 엄두도 내지 못했던 슈퍼스타들이 뉴캐슬 유니폼을 입은 모습을 합성한 패러디물을 올리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