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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박현택 기자] ‘기침은 저희가 기타를 튜닝할 때 마음껏 하세요’
이처럼 소박한 오프닝 멘트가 또 있을까. 아늑한 오르골 소리와 함께 시작된 공연. 부부이자 동료인 정태춘과 박은옥이 함께 걸어 온 40년의 음악 인생을 담담하게 털어놨다.
정태춘 박은옥이 데뷔 40주년 전국투어 콘서트 ‘날자,오리배’ 의 첫 공연을 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엠씨어터에서 시작했다. ‘날자, 오리배’는 정태춘 박은옥 활동 40년의 음악사적, 사회적 의미를 조망하기 위해 2019년 연간 진행되는 ‘정태춘 박은옥 40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올해 4~7월, 9~11월까지 전국 20여개 도시로 이어질 계획이다. 투어에는 40주년을 위해 만들어진 7년만의 신보 ‘사람들 2019’가 포함됐다.
공연 첫날, 투박하게 굴곡진 정태춘의 저음과 청아하게 뻗는 박은옥의 고음. 소극장 안에 울려퍼지는 명곡과 시의 향연이 5월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의 마음을 울렸다. 부부에게 전성기란 지금이다. 정태춘의 울림은 더 깊어졌고, 박은옥의 목소리는 더 맑아졌다. 가사에 담긴 시대 군상과 저항 정신, 일상의 깨달음은 머리 희끗해진 관객들의 마음속에서 각각 재해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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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 소개와 곡 시작이라는 진행 방식 속에서 정태춘 박은옥이 보여준 ‘부부의 입담’이 시종일관 관객을 웃게했다. 15년전, 작곡을 멈춘 정태춘은 어느날 박은옥이 ‘나를 위한 노래를 만들어달라’고 말하자 “안된다. 기다리라”고 했단다. 정태춘의 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박은옥은 “그렇게 8년을 기다렸습니다”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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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곡 ‘수진리의 강’을 부르던 중 박은옥은 편지를 읽었다.
“우리의 노래들이 여러분들에게 위로와 힘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를 오랫동안 기다려주고 우리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어준 건 오히려 여러분들이었습니다. 지난 40년간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그 긴 시간 동안 여러분들의 가수로 살게 해주셔서 영광이었습니다.”
나즈막한 감사의 말에 관객들은 자리에서 모두 일어났고, 부부는 앵콜곡을 부르며 서로의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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