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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은 방송 전 지난해 방송한 tvN ‘시그널’의 아류작이란 오해를 받았다.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수사물이란 공통점 때문이다. 출연진과 제작진은 제작발표회에서 입모아 “‘시그널’을 보지 않았다”고 말할 정도였다. 결국 기우였다. ‘시그널’과 전혀 다른, ‘터널’ 만의 분위기와 이야기 구성으로 극을 흥미롭게 끌고 나가고 있다. 이는 시청률에도 반영돼 3회 만에 4%대 시청률을 돌파하며 순항 중이다.
우선 탄탄한 각본의 힘이 크다. 1,2회는 캐릭터와 주된 사건 소개였다. 3회부터 개별 사건과 각 캐릭터의 전사(前史)를 절묘하게 얽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덕분에 마냥 마초인 줄 알았던 박광호(최진혁 분)의 인간미가 드러났고, 스산해 보였던 김선재(윤현민 분)와 신재이(이유영 분)는 어느새 애잔함을 자아낸다.
개별 에피소드가 주는 재미도 쏠쏠하다. 5회 휴게소 살인사건은 고립된 상황에서 범인을 찾는 내용이었다. 박광호와 김선재가 협업을 통해 범인을 잡는 과정은 한 편의 추리소설을 보는 듯한 재미를 안겼다. 6회는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화차’를 연상시켰다. 1988년생 박광호로 신분을 도용한 1958년생 박광호의 현재이기도 했다.
‘터널’은 이 작가의 미니시리즈 입봉작이다. 포털사이트에 나오는 이 작가의 경력은 2013년 KBS2 단막극 ‘불청객’뿐이다. ‘불청객’ 역시 살인사건에 대해 다룬다. 이후 활동을 이어가던 이 작가는 OCN ‘실종 느와르 M’ 6화 극본을 집필했다. 회마다 각기 다른 작가가 맡은 작품이었다. 이 작가는 장르물에서 보기 드문 따뜻함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고, 그것이 지금 ‘터널’로 이어졌다.
한동안 외면 받던 장르물은 최근 드라마 시장에서 각광 받고 있다. ‘추리 드라마’ 열풍에도 검증받은 인력은 얼마 되지 않는다. 편견을 보기 좋게 깨부순 ‘터널’의 이은미 작가. 지금 같은 완성도가 이어진다면 앞으로 기억해야 할 이름이다.
‘터널’ 7회는 15일 오후 10시 방송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