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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C 준우승' 판 마르바이크 감독, 제2의 히딩크 될까?

이석무 기자I 2014.08.06 10:10:13
한국 축구대표팀 차기 사령탑으로 유력하게 떠오른 네덜란드 출신 베르트 판 마르바이크 감독.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 차기 사령탑 후보로 네덜란드를 월드컵 준우승에 이끌었던 베르트 판 마르바이크(62) 감독이 유력하게 떠올랐다.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감독 후보와 협상을 위해 지난 5일 출국했다. 이 위원장이 어디로 출국했고 누구와 만날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협회 안팎에선 판 마르바이크 감독이 최우선 협상자라는 것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부트발존’. ‘사커웨이’ 등 네덜란드 축구전문 매체들도 “한국이 판 마르바이크 감독과 협상을 시작했다”고 일제히 보도하고 나섰다.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협회 기술위원회가 지난 달 31일 “대표팀 차기 사령탑 우선 협상 대상자로 외국인감독 3명을 선정했다”고 밝힌 이후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 인물이다.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마르코 판 바스턴 감독의 후임으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네덜란드 대표팀을 맡았다. 특히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이끌면서 명장 반열에 올라섰다.

당시 판 마르바이크 감독이 이끈 네덜란드는 유럽 예선을 전승으로 통과한 뒤 본선에서 브라질, 우루과이 등의 강호들을 꺾고 32년 만에 월드컵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에서 스페인에게 패해 우승을 놓쳤지만 네덜란드 특유의 ‘토털사커’를 부활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네덜란드 포르튀나 시타르트, 페예노르트, 독일 도르트문트, 함부르크 등의 유명 클럽에서도 감독을 역임했다. 페예노르트 시절에는 2001~2002시즌 UEFA컵 우승을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도르트문트에서는 강등권에 머물러있던 팀을 중위권으로 올려놓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기술위원회는 차기 감독에 대해 월드컵 예선 경험이 있을 것,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것, 즉시 계약이 가능할 것, 월드컵 본선 16강 이상 진출시킨 적이 있을 것, 클럽팀을 이끈 적이 있을 것 등의 조건을 내걸었다.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이같은 기준에 모두 충족되는 지도자로 평가할 수 있다.

판 마르바이크 감독의 축구스타일은 철저한 실리축구다. 화려한 공격 대신 탄탄한 수비와 조직력을 강조하는 스타일이다. 4-2-3-1 또는 4-3-3 포메이션을 활용하면서 최전방 공격수 한 두명을 제외하고는 거의 전원이 수비에 가담한다.

특히 중앙 미드필더의 경우 수비력이 좋은 선수를 선호한다. 판 마르바이크 감독 시절 대표팀 전술의 핵심은 마르크 판 봄멜, 나이젤 데용 등의 수비형 미드필더였다.

유럽 감독 치고 아시아 선수들을 잘 알고 우호적이라는 점도 한국 대표팀 사령탑으로 긍정적인 부분이다.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페예노르트 시절 송종국과 이천수를 영입한 적이 있다. 특히 송종국은 판 마르바이크 감독과 찰떡 궁합을 이루며 주전 풀백으로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공교롭게도 판 마르바이크 감독이 도르트문트로 떠난 이후 송종국의 팀내 입지도 급격히 좁아졌다.

하지만 기대 만큼이나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우선 2010년 남아공월드컵 준우승 이후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월드컵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2018년까지 재계약한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자신있게 2012년 유럽선수권대회에 나섰다. 하지만 조별리그 3전 전패로 탈락하는 수모를 맛봤다. 주축 선수들과의 갈등이 끊이지 않았고 조직력이 와해되는 모습을 노출했다. 결국 대회 이후 곧바로 사퇴를 선택했다,

가장 최근에 맡았던 2013년 독일 함부르크에선 7연패를 당한 뒤 불명예 퇴진했다. 5경기 연속 3골 이상 내주는 등 최악의 경기력을 드러냈다. 함부르크는 구단 역사상 첫 강등 위기에 몰리자 긴급 이사회를 열어 판 마르바이크 감독을 경질했다. 마르바이크 감독의 축구인생에서 가장 수치스러운 순간이었다.

성격이 독단적이고 고집스러운 편이라 선수들과 불화가 잦다는 약점도 있다. 2012년 유럽선수권대회에선 아르옌 로번이 판 마르바이크 감독에게 ‘닥쳐’라고 소리를 지른 적도 있다. 전술이 단조롭다는 지적도 피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과 한국은 대표팀 분위기나 축구문화가 다른 만큼 단순히 비교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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