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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 한국영화계의 판이 바뀌고 있다. 지난해 한국영화 제작 급감과 수익성 악화로 한국영화 위기론이 대두된 이후 최근 영화계에선 여러 가지 변화의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런 변화는 제작현장과 마케팅 방법 등 각론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관객들의 취향과 영화산업을 둘러싼 정부의 각종 정책 및 부가판권시장 등 영화계 전반에 걸쳐 일어나고 있다.
지난 20일과 21일, 서울 광화문 씨네큐브에서는 영화계 다양한 인사들이 모여 한국영화 진흥을 위한 대토론회를 벌였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영화 관계자들은 각론 부분에 있어서는 다소 상충되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지만 한국영화를 둘러싼 여러 가지 제반 환경이 급변하고 있으며 특히 관객들의 눈높이가 높아졌다는 데에는 대체로 의견을 같이 했다.
토론회의 패널로 참석한 유지나 동국대 연극영화과 교수는 “최근 일련의 흥행 흐름을 보면 관객들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며 “영화의 흥행에 있어 최소한의 완성도는 필수다”고 강조했다.
과거 한국영화의 일부 흥행작 가운데는 작품의 완성도보다 배급의 힘으로 흥행에 성공한 작품들이 적지 않았다. 이날 유 교수의 발언은 최근 관객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이제 더이상 배급력만으로, 혹은 스타의 이름값만으로 영화의 흥행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을 일컫는 말로 관심을 모았다.
설 연휴 개봉한 '유감스러운 도시'가 과거 같은 주연들이 출연한 '두사부일체'의 흥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 또한 유사하게 해석이 가능하다.
또한 지난해 12월 개봉시 배급의 힘을 빌지 않고 관객들의 입소문으로 흥행에 성공한 ‘과속스캔들’도 최근 한국 관객들의 취향 변화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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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의 취향변화와 함께 영화계에서 주시하고 있는 것은 영화정책에 대한 정부의 변화다. 현재 영화계 내부에선 한국영화를 위기로 몰고간 원인 중 하나로 인터넷 불법다운로드 등을 통한 2차 판권시장의 붕괴를 꼽고 있다.
영화계는 그간 웹하드와 P2P 사이트를 인터넷 불법다운로드의 온상으로 꼽으며 이에 대한 제재를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하지만 정부의 대응책은 사실 미비했다. 영화계 일각에선 "정부가 통신 및 IT 업계와의 이해관계에 얽혀 인터넷 불법다운로드 문제를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가 개선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저작권 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사회적으로 힘을 얻게 되면서 영화의 인터넷 불법다운로드에 대한 제재 또한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문화부는 최근 온라인불법다운로드를 단속할 수 있는 저작권 특별사법경찰을 연내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영화계로서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발맞춰 영화계는 온라인 합법다운로드를 통한 새로운 시장 창출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국내 영화시장에선 영화로 벌어들이는 수입의 90%를 극장 수입이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불법다운로드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고 합법적으로 영화를 다운로드할 수 있는 시장이 열리게 되면 극장 수입에 의존하지 않고도 영화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또 다른 기반이 만들어지게 된다는 점에서 이같은 움직임은 분명 긍정적이다.
차승재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협회장은 지난 15일 국내 웹하드 및 P2P 업체의 연합체인 디지털콘텐츠네트워크협회와의 ‘영화 저작권 침해 방지와 온라인 부가시장 확립을 위한 기자회견’에서 “영화 인터넷 온라인 다운로드 시장의 합법화는 투자가 메말라가고 있는 한국 영화시장에 새로운 대안이 될 것”이라며 인터넷 영화 온라인 다운로드 합법화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영화의 불법다운로드를 놓고 영화계와 IT업계가 오랜 갈등을 반복해온 점을 돌이켜보면 커다란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이 밖에도 영화진흥위원회는 '공정경쟁환경조성특별위원회(이하 공정특위)'를 발족시키며 “현재 한국영화 시장은 CJ엔터테인먼트, 미디어플렉스, 롯데엔터테인먼트 등 3개 기업집단이 과점을 하고 있다”며 “이들 기업에 대한 거래상 지위 남용 등 불공정거래 행위나 허위 과장광고 등을 집중적으로 단속하겠다”며 한국영화 시장의 공정 거래를 위해 힘쓰겠다고 나섰다.
영화진흥위원회의 강한섭 위원장은 “위기 속에서는 언제나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기 마련이다”며 “현재 한국영화계는 제작 및 투자 그리고 정책에 있어 일종의 격변기라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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