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현 감독은 영화 ‘파묘’의 천만 돌파를 앞두고 2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장재현 감독은 “영화가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다 보니 부담도 있고 어벙벙하다. 더 잘 만들 걸 후회와 자괴감도 있었다”면서도, “함께한 배우들도 그렇고 주변에서도 말해준 게 ‘이런 시간이 살면서 또 안 올 수 있지 않냐’고 해서. 요즘은 맘 편히 하루하루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흥행 소감을 밝혔다.
지난달 22일 개봉한 영화 ‘파묘’(감독 장재현)는 거액의 돈을 주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그린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다. ‘검은 사제들’, ‘사바하’ 장재현 감독이 5년 만에 내놓은 작품이다. 최민식과 유해진, 김고은, 이도현을 비롯해 김재철, 김민준, 김선영, 김지안 등 연기파 조연들까지 뛰어난 활약을 펼쳐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파묘’는 개봉 28일째인 이날 952만 관객을 돌파, 이르면 이번 주말 중 천만 영화에 등극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최고의 흥행작에 등극한 것은 물론, 장재현 감독 필모그래피 통틀어 최고의 스코어를 달성했다. 또 나홍진 감독의 ‘곡성’을 제치고 국내 오컬트 장르 영화 최고의 흥행 기록을 경신하기도.
장재현 감독은 영화 흥행에 따른 변화들을 체감하고 있냐는 질문에 “우선 같이 영화를 만든 분들, 투자사도 그렇고 제작사도 그렇고 같이 홍보 마케팅하는 팀들, 배우분들이 다들 좀 많이 기분이 좋다. 개봉 전 느낀 긴장감 대신 요즘은 다들 분위기가 좋아서 저 역시 같이 기분이 좋은 거 같다”고 전했다.
영화의 흥행 덕분에 장재현 감독의 전작이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는 넷플릭스, 티빙 등 OTT에서 역주행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사바하’는 티빙 인기 영화 5위, 넷플릭스 인기 영화 6위, 티빙 영화 화제성 1위에 등극하는 기염을 토했다. 아울러 ‘만신’, ‘곡성’ 등 무속신ㅇ낭을 소재로 한 다른 작품들까지 덩달아 조명받고 있다. 장재현 감독은 “사실 시간이 지난 영화들을 볼수록 (내가 작품을) 더 잘 만들걸 아쉬운 생각이 든다”며 “어릴 때 찍은 못난 사진을 보는 것처럼 낯 뜨겁다. 좀 더 잘 만들어놓을 걸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이 관심이 뭐랄까 정말 고맙다. 다들 중간에서 같이 좋아하고 있으니 기쁘다”고 털어놨다.
주변인들의 반응도 전했다. 장재현 감독은 아내의 반응을 묻자 “가족 단톡방이 그렇게 활발했던 적이 없었던 거 같다”며 “원래는 늘 카톡목록에서 가족 단톡방이 저 밑에 있었다. 요즘은 매일매일 파이팅이라며 연락을 준다. 그렇게 아내가 절 사랑하는 줄 몰랐다”고 말해 포복절도케 했다.
장재현 감독이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도움을 준 무속인들도 응원의 반응을 보내고 있다고. 장 감독은 “‘검은 사제들’ 때 자문 주신 무속인들과 ‘사바하’할 때 알고 지낸 무속인분들, ‘파묘’ 때 도움을 주신 무속인들이 다 각자 다르시다. 그런데 서로가 또 한 다리 걸쳐서 아는 사이”라며 “제가 또 왜 이 작품을 만들려고 했는지 알고 계시니 전화를 많이들 해주셨다. 응원을 많이 해주더라. 좋았다. 개인 유튜브에도 올려주시고 그러더라”고 말했다.
‘파묘’를 만들며 도움을 준 고춘자 만신과 그의 며느리 무속인도 N차 관람하며 힘을 보태주고 있다고 한다. 장 감독은 “거의 일주일에 한 다섯 여섯 번 정도 파이팅이라며 연락주신다. 영화도 N차 관람 많이 해주시고 해서 참 고맙다”며 “교회를 주말에 무대인사 도느라 많이 못가서 저번 주에 교회가서 간증도 했다. 교회에선 목사님께서 이 영화 해설을 잘 해주셨다. 기독교적으로 ‘과거를 들춰 모두가 회개해야 한다’고 해설해주시더라. 덕분에 교회에도 면피할 수 있었디”고 귀띔해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파묘’는 흥행 과정에서 구설수도 있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업적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의 김덕영 감독이 ‘파묘’를 “좌파들이 항일 영화로 몰린다”는 발언과 함께 SNS상에서 저격한 것. 장재현 감독은 이에 대해 “한 영화를 보고 다양한 의견들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가 그래도 많이 사랑 받다 보니 여러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관심을 가져주시는 거라 생각하며 감사하다”고 심경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저는 파묘가 어떤 이데올로기에 있다기보다는 한국 사람이 누구나 좀 느낄 수 있는 보편적 감정이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거 같다”고도 강조했다.
천만 영화에 근접하는 영광이 기쁘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천만이란 스코어를 생각하며 영화를 만든 적은 없다고도 힘주어 말했다. 그는 “많은 사랑을 받는 걸로 됐지, 천만에 연연하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사실 천만 감독이란 프레임이 있는 거 같다.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생각 안하고 만들고 싶다”고 생각을 밝혔다.
또 “오히려 큰 예산의 영화를 기피하고자 하고, 이야기에 집중하고 싶다”며 “다만 걱정인 게 이번에 천만됐다고 다음 작품에 400만이나 500만이 나오면 적게 관객이 들었다는 반응이 나올까봐 걱정이다. 다만 요즘 제작비가 올라서 그래도 손익분기는 넘기려 한다. 다음 작품도 ‘파묘’랑 거의 비슷할 거 같다. 그 정도는 항상 목표로 하고 달린다. 앞으로는 제가 외로울 길만 남았다는게 부담스럽다”고 속마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