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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내년 스무살을 앞두고 초심으로 돌아갈 것을 선언했다. 논란과 존폐 위기, 예산 삭감 등 시련, 장애물을 딛고 보다 ‘음악 영화제’라는 본질에 충실할 것을 약속했다. 이에 작년보다 더욱 다양하고 풍성해진 프로그램들을 마련하고 해외 영화 음악계와의 네트워크를 강화해 아시아를 넘어 세계가 주목하는 국제 음악 영화제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다짐했다.
20일 오전 서울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 제19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기자회견에는 김창규 제천시장을 비롯해 이장호 조직위원장, 이동준 집행위원장, 맹수진 프로그래머, 조명진 프로그래머가 참석했다. 다만 김창규 제천시장은 이날 수해 현장 복구를 위해 개회사만 마무리한 뒤 급히 자리를 이동했다.
올해 영화제의 슬로건은 ‘처음으로 돌아가다’란 의미를 담은 음악 용어 ‘다 카포’(Da Capo)다. 그간 눈부신 성장과 업적을 이뤘던 영화제의 본질과 방향성을 이번 기회에 다시 되새기겠다는 ‘초심’, ‘혁신’의 의미를 담았다.
앞서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지난해 영화제가 부실 회계 논란 등으로 폐지 여론이 일고 예산까지 삭감됐다. 이에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측은 영화제 안팎의 쓴소리들을 받아들여 조직을 쇄신하기 위해 조직위원장에 이장호 감독을 선임해 눈길을 끌었다. 제천시 관계자가 아닌 영화인을 선임한 것은 이번이 처음. 아울러 영화제 실무를 도맡는 집행위원장에 이동준 음악감독을 선임했다.
이장호 조직위원장은 “뒤늦게 합류했지만 영화제의 어제, 오늘, 내일에 대해서 열심히 공부하고 주변 문화 리더들의 조언을 듣고 토론을 하고 있다”며 “올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재정비를 통해 시민들에게 그리고 영화 팬들에게 더욱 사랑받는 영화제로 거듭나고자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많이 준비했다. 단순히 영화인들만의 행사에 그치지 않고 제천시민들은 물론, 영화 팬들이 언제든지 첫 발걸음에 즐길 수 있는 영화제가 되고자 여러 다양한 행사도 마련해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제 존재는 간판에 지나지 않는다.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프로그래머들이 실무적으로 고생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의 앞길을 막지 않고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할 수 있게 길을 열어주는 것이란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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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올해는 예산 삭감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더욱 알차고 풍성한 프로그램들로 영화제의 내실을 채웠다는 설명이다. 개막작인 ‘뮤직 샤펠’, 폐막작 ‘블루 자이언트’를 비롯해 영화와 음악이 어우러진 다양한 공연 프로그램들을 마련했다. 우선 음악 영화는 29개국의 104개 작품들을 선별해 선보인다. 맹수진 프로그래머는 “매우 콤팩트하게 대중적 재미를 확보할 수 있는 작품들을 선별했다”며 “작년보다 극 영화의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부문을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으로 명칭을 변경해 특별히 강화하기로 했다. ‘갈라 프레젠테이션’은 세계적인 음악 영화 거장들의 신작을 미리 만나볼 수 있는 세션이다.
아울러 ‘음악’이란 본질에 충실하고자 영화 음악 거장들의 추모전, 트리뷰트 콘서트 등 관련 공연도 강화했다. 올해는 최근 세상을 떠난 일본의 故 사카모토 류이치와 스페인의 카를로스 사후라가 그 주인공이다. 특히 사카모토 류이치는 올해 제천영화제의 ‘제천영화음악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영화 ‘올드보이’의 개봉 20주년을 기념해 ‘올드보이’의 필름 콘서트도 마련했다.
해외와의 교류도 강화해 외연을 넓힌다. 맹수진 프로그래머는 “2005년 영화제 시작한 이후 이 영화제를 음악영화제의 중심으로 세우고자 노력했다. 아시아 최대의 음악영화제임은 누구나 인정하는데 어떻게 더 발돋움해 셰계 영화제가 될지를 고민했다”며 “올해는 일단 북유럽 영화음악과의 네트워크를 시작한다. 하나의 지역 대 지역의 교류로 그치지 않고 점점 더 넓은 지역으로 규모를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올해 영화제는 예산이 작년의 67% 수준으로 큰 폭의 삭감을 겪은 만큼 한정된 예산에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했다고도 토로했다. 이동준 집행위원장은 “예산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최선을 다하는게 목표였다”며 “조금 더 욕심낼 수 있는 부분도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워 아쉬웠던 점도 있다”고 전했다. 다만 맹수진 프로그래머는 “그럼에도 음악영화제로서의 정체성만큼은 잊지 않으려 했다”며 “그런 점에서 ‘제천영화음악상’만큼은 우리 영화제가 포기할 수 없는 시그니처란 합의에 도달했다. 2015년 신설됐을 ㅤㄸㅒㅤ만 해도 국내 영화음악인들만 시상하다 지난 3년간 아시아로 범위를 넓혔고 작년부터 세계 영화음악인으로 영역을 더 넓혔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 수상자인 사카모토 류이치 님의 경우, 따님이 시상의 취지에 공감해 대신 참석해주기로 하셨다”고 덧붙였다.
스타 초빙 등 외관에 집중하기보다 본분과 내실에 더 충실한 단단한 영화제로 거듭날 것이란 다짐도 전했다. 이장호 조직위원장은 “영화제 간 경쟁이 심화되다 보니 내실보단 외관에 신경을 많이 써서 영화제란 행사가 ‘백화점’처럼 되어버린 경향이 있다고 느꼈다”며 “그러다보니 제작비도 상승한 게 아닐까 싶다. 올해 제천 영화제는 외관에 연연해 과도한 비용을 쓰지 않고, 영화 팬들이 만족할 수 있는 충실한 콘텐츠로 진실하게 다가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제19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내달 10일에 개막해 15일까지 청풍호와 제천CGV, 제천시민회관, 제천문화회관 등 제천시 일원에서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