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도 작품하시길"…故 강수연, 영화계 애도 속 영면에 들다 [종합]

김보영 기자I 2022.05.11 12:34:16
[이데일리 스타in 이영훈 기자] 故 강수연의 영결식이 11일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가운데 영정이 영결식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故 강수연은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자택에서 뇌출혈 증세로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로 치료를 받다 7일 오후 3시께 별세했다. 향년 55세.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선배님이 이뤄주신 찬란한 빛을 따라 영화를 하게 된 수많은 후배들의 앞길을 지켜봐주시길 바랍니다.”(유지태)

한국 영화계의 큰 별, 고(故) 강수연이 수많은 영화인의 애도 속 영면에 들었다.

◇영결식, 1시간 전부터 인산인해…200여명 이상 추모

11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고인의 영결식은 행사 한시간 전인 9시부터 고인을 떠나보내러 찾아온 취재진과 조문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배우 유지태와 장례위원장을 맡은 김동호 강릉국제영화제 이사장(초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시작으로 9시 30분부터 추도사를 맡은 설경구, 문소리, 넷플릭스 영화 ‘정이’의 연상호 감독과 제작자 변승민 클라이맥스 스튜디오 대표 등이 차례로 입장했다. 이후 예지원, 김아중, 예수정, 남기애, 엄정화를 비롯해 고인과 ‘정이’에 함께 출연한 김현주, 류경수와 정우성, 양익준, 임권택 감독, 구중모 촬영 감독, 원로배우 한지일, 이용녀 등 수많은 영화인들이 행사 시간에 맞춰 참석했다. 이날 영결식장엔 유족들과 영화인 관계자들, 취재진 등 200여명이 넘는 인원이 고인이 떠나는 길을 배웅했다.

이날 영결식의 사회는 후배 배우 유지태가 맡았다. 김동호 강릉국제영화제 이사장(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과 임권택 감독, 연상호 감독, 배우 설경구 문소리가 추도사를 전했고, 영화인 일동이 제작한 고인의 생전 필모그래피가 담긴 추모 영상, 대만 영화계에서 보내 온 추모 영상 등이 차례로 상영됐다.

침통하고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도, 이따금씩 조문객들은 각자 목례로 간단히 인사를 건네며 안부를 묻기도 했다. ‘별보다 아름다운 별, 안녕히’란 제목의 영결식장 현수막을 바라보며 눈물을 훔치는 조문객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유지태는 “아직 전혀 실감이 안 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이 그냥 영화 속 장면이었으면 좋겠다”고 힘겹게 운을 떼며 “수연 선배님을 떠나보내는 자리에 가족분들과 영화계 선후배분들, 함께해주셔서 고맙다”고 말문을 열었다.

고인을 기리는 묵념이 이어진 뒤 김동호 이사장을 비롯한 장례위원들의 추도사가 이어졌다. 첫 순서로 단상에 오른 김동호 이사장은 “오늘 우리 영화인들은 참으로 비통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모였다”며 “배우 강수연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모든 분들에게 믿기지도 않고 믿을 수도 없는 황당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오늘 이 자리에서 당신을 떠나보내드리고자 한다”고 애도했다.

그는 “당신은 스물 한 살 젊은 나이에 월드스타 왕관을 썼고, 가정에선 억세고도 지혜롭고도 강한 가장이었다”며 “어려움을 내색 않고, 타고난 리더십과 포용력으로 후배들을 사랑했다”고 고인을 회고했다.

아울러 “비록 당신은 오늘 우리 곁을 떠났어도 지상의 별이 졌어도, 천상의 별로 우리 영화를 비추면서 끝까지 더 화려히 우리들을 지켜줄 것”이라며 “부디 영면하시길 바란다”고 덧붙이며 추도사를 마무리했다.

오열하며 단상에 오른 임권택 감독은 “수연아, 친구처럼 자식처럼 동생처럼 네가 곁에 있어 늘 든든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하다 “뭐가 그리 바빠 서둘러 갔느냐. 편히 쉬어라”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11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영화배우 고 강수연의 영결식 발인이 엄수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5.11. photo@newsis.com
◇“하늘에서도 영화하시길”…문소리→정우성 등 배웅

설경구는 “강수연 선배님과는 1998년 영화 ‘송어’를 찍으며 첫 인연이 됐다”며 “영화 경험이 거의 없던 저를 하나부터 열까지 도움을 주시며 이끌어주셨다”고 고인을 회상했다. 그는 “저는 선배님의 막내이면서 조수라는 사실에 너무 행복했다. 알려지지 않은 배우였던 저에게 영화를 계속할 용기를 주신 분”이라며 “저의 영원한 사수이자 사부님, 친구, 누이였다. 그동안 보여주신 사랑과 헌신, 배려를 절대 잊지 않겠다. 너무 보고싶다”고 눈물을 훔쳤다.

눈물을 흘리며 무대에 오른 문소리는 “선배님의 소식을 접한 다음날 아침 일어나면서 생각한 건데, 영화의 세계라는 게 꼭 이 땅에만 있는 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하늘에서라고 못 하겠나, 이춘연 대표님을 비롯한 많은 감독님들과 그 곳에서도 영화를 하시길 빈다”고 기원했다.

또 “한국 영화에 대한 언니의 마음을 잊지 않겠다”며 “이 다음에 그곳에서 만나면 그 땐 함께 영화하자”고도 덧붙였다.

[이데일리 스타in 이영훈 기자] 배우 문소리가 11일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강수연의 영결식을 찾아 추모사를 하고 있다.
故 강수연은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자택에서 뇌출혈 증세로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로 치료를 받다 7일 오후 3시께 별세했다. 향년 55세.
‘정이’ 연상호 감독은 젊은 독립영화 감독이던 시절, 영어가 서툰 자신을 위해 관계자의 말을 통역해준 강수연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만났던 당시를 회상하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그는 “해운대를 지나던 제가 본 강수연 선배는 ‘초현실’ 그 자체였다”며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가 어떻게 젊은 감독을 위해 통역을 자처할 수 있었을까 생각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제 그 답을 알았다. 선배님 자신이 한국영화 그 자체이셨기 때문”이라며 “이번 작품으로 선배님을 섭외했을 때 든든한 빽을 얻은 기분이었다. 선배님과는 오늘 작별하지만 전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 선배님의 얼굴을 마주하며 영화에 대한 고민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선배님의 마지막 영화를 함께하며 선배님들을 사랑하던 사람들을 위해 이 작품과 끝까지 동행할 것”이라며 “이젠 제가 선배님의 든든한 빽이 되어드리겠다”고 전했다.

추모 영상 상영이 끝난 후에는 차례로 고인을 향한 목례와 묵념 행렬이 이어졌다. 개인적으로 추도사를 준비해 읊는 조문객들의 애도와 슬픔을 이지 못해 목놓아 우는 조문객들의 울음소리가 영결식장 내부를 가득 채웠다. 고인과 특히 각별한 사이였던 김동호 이사장과 임권택 감독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는 영화인들도 눈에 띄었다.

영결식이 끝난 후 발인까지 수많은 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떠나는 운구차를 바라보며 많은 영화인들이 눈물 흘리거나 서로를 부축하고 위로하며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예지원은 남기애 등 선배 배우들과 함께 포옹하며 오열했고, 유지태는 흐느끼는 문소리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했다. 김현주, 류경수 등 ‘정이’의 배우들과 연상호 감독, 변승민 대표도 서로의 어깨를 어루만지며 비통함을 드러냈다.

강수연은 지난 5일 심정지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흘 만인 지난 7일 오후 사망했다. 향년 55세. 영화계는 장례위원회를 구성해 영화인장으로 고인을 기렸다. 고인의 유해는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돼 용인공원에 안치된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11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영화배우 고 강수연의 영결식 발인이 엄수되고 있다. 배우 정우성, 설경구, 문소리가 슬픔에 잠겨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5.11.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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