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 불패' 김세영 “우승이 많이 고팠다”

주영로 기자I 2019.05.06 20:15:53

LPGA 메디힐 챔피언십 연장 끝에 통산 8승
데뷔 이후 4차례 연장 승부에서 모두 이겨
"바보 같은 경기였지만, 정신력으로 극복"
"17번홀 보기 이후 18번홀 바운스백 생각 뿐"

김세영. (사진=엘앤피코스메틱)
[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우승이 많이 고팠고, 꼭 하고 싶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통산 8승째를 거둔 뒤 힘들었던 하루를 돌아본 김세영(26)은 우승 직후 간절했던 마음을 이렇게 표현했다.

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데일리시티의 레이크 머세드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LPGA 투어 메디힐 챔피언십(총상금 180만 달러) 4라운드. 10개월 만에 우승을 노리는 김세영(27)과 신인왕 후보 이정은(23) 그리고 유럽의 강자 브론테 로(잉글랜드)가 합계 7언더파 281타로 동타를 이루면서 승부는 연장전으로 이어졌다.

18번홀(파5)에서 치러진 연장 1차전. 김세영이 홀까지 199야드를 남기고 4번 아이언을 꺼내 들었다.그린을 향해 힘차게 클럽을 휘둘렀고 공은 그린 앞까지 굴러가 이글 기회를 만들었다. 로는 3타 만에 공을 그린에 올렸지만, 버디를 놓쳤다. 이정은 역시 이글에 이어 버디 퍼트가 홀을 벗어났다. 기회는 김세영에게 찾아왔다. 이글 퍼트를 놓쳤지만, 약 60cm 거리의 버디 퍼트를 홀에 집어넣으면서 기나긴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버디에 성공한 김세영은 주먹을 쥐며 우승을 만끽했다.

김세영에겐 힘든 하루였다. 3타 차 선두로 출발한 김세영은 쉽게 우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경기는 다르게 흘렀다. 1번홀 더블보기에 이어 2번홀에서 보기를 하면서 스스로 경기를 어렵게 만들었다. 이후 다시 공동 선두로 올라섰지만, 17번홀에서 또 한 번 위기를 자초했다. 티샷이 벙커에 빠졌고, 2타 만에 공을 그린에 올려 보기를 해 1타 차 3위로 내려앉았다. 김세영은 경기를 돌아보며 “(오늘은) 바보 같은 경기를 했다”고 자평한 뒤 그러나 “우승한 순간은 심장이 쫄깃할 정도로 기뻤다”고 롤러코스터 같은 하루를 돌아봤다. 이어 “17번홀에서 파만 했어도 굳이 연장전에 가지 않고 우승할 수도 있었는데 너무 어렵게 갔다”면서 “(18번홀에서) 무조건 버디로 바운스백을 해야겠다는 마음 뿐이었고 생각처럼 되면서 승부를 연장전으로 이끌고 가 다시 힘을 내는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위기의 순간에도 집중력을 발휘해 흔들리지 않았던 것이 우승의 발판이 된 셈이다.

김세영은 2015년 LPGA 투어 데뷔 첫 승부터 이번 대회까지 4번의 연장전에서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김세영은 “연장전에서 잘하는 이유는 잘 모르겠다”면서 “단지 떨림을 어떻게 하면 피하지 않고 마주하려고 많이 노력했던 것이 좋은 결과를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도 극복해야 한다는 정신력이 연장전에서 우승할 수 있는 큰 이유가 된 것 같다”며 “어차피 연장에 들어가면 우승 아니면 2등이니 ‘될 대로 되라’는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고 연장 불패의 이유를 설명했다.

힘들었지만, 위기를 극복하고 우승을 차지한 김세영은 이날 우승으로 시즌 초반의 부진을 말끔히 씻어냈다는 점에 의미를 뒀다. 김세영은 이번 시즌 허리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스윙을 바꾸면서 피니시 동작이 커졌는데 그 때문에 허리에 무리가 왔다. 결국 2월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에서는 기권했고, 4월 시즌 첫 메이저 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에서는 컷 탈락했다. 하지만, 부상에서 회복하면서 점차 예전의 기량을 회복했다. 4월 26일 끝난 휴젤 에어 프레미아 LA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부진을 씻어내더니 일주일 만에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는 “시즌 초반 허리 부상 때문에 제대로 경기할 수가 없었다”며 “그 뒤 과감하게 스윙을 바꿔 예전의 스타일로 돌아갔던 게 지난주부터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다”고 최근 상승세의 이유를 꼽았다. 이어 “스윙을 바꾼 후 거리가 조금 더 늘었고 원래 내가 치던 방식대로 돌아올 수 있었다”며 “지금은 스윙하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우승으로 지난해 7월 손베리 크리크 LPGA 클래식에 이어 10개월 만에 통산 8승째를 거둔 김세영은 박세리(25승), 박인비(19승), 신지애(11승), 최나연(9승)에 이어 한국선수 LPGA 투어 최다승 5위에 자리했다.

10개월 만에 다시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린 김세영은 2승만 추가하면 LPGA 투어에서 한국선수로 4번째 10승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김세영은 “그동안 우승이 참 많이 고팠고, 꼭 하고 싶었다”면서 “지난 10개월 동안 우승하지 못했고 전반기 성적도 좋지 않아서 우승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좋은 타이밍에 우승하게 돼 더 기쁘다”고 우승에 의미를 뒀다.

오랜만의 우승 덕분인지 김세영에겐 축하 문자가 쏟아졌다. 답장하느라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도 못한 김세영은 “경기 내내 응원해주신 팬에게 감사드린다”며 “축하 메시지를 받고 나니 남은 대회도 잘 준비해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고 고마워했다.

우승트로피를 들고 기뻐하는 김세영. (사진=엘앤피코스메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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