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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71) 신임 KBO 총재는 3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캠코 양재타워에서 KBO 총재 이·취임식을 갖고 프로야구 수장으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특히 정 총재는 프로야구의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그는 “군사정부 주도로 시작된 프로야구가 모기업의 홍보수단 역할을 거쳐, 이제 팬들을 위해 존재하는 프로야구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처럼 모기업에 크게 의존하는 구단 운영 체계로는 장기적인 프로야구 발전을 도모하기 어렵고 미래가 불투명하다”며 “야구단이 스스로 경제적인 독립체이자 이익을 낼 수 있는 진정한 프로 기업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여전히 너무 낮은 KBO리그의 최저 연봉 2700만원과 최고 연봉 23억원의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 일부 불합리함을 지적받고 있는 FA 규정, 턱없이 오른 외국인 선수의 몸값 등 KBO리그의 기존 제도 등을 살펴보겠다”고 다짐했다.
정 총재는 이날 임기 3년간 추진할 기본 로드맵을 제시했다. “오늘부터 2020년까지 3년 동안 KBO리그를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 안정된 프로스포츠 리그로 만들어 2021년을 맞이하겠다”고 공약했다.
구체적인 세부 계획도 밝혔다. 정 총재는 “2018년 올해는 KBO 조직 정비 역량 강화, 제도 개선, 클린 베이스볼의 구체적인 실현, 144경기 경쟁력, 외국인 선수의 효율적 관리 등에 대한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이어 “2년차인 2019년은 중계권 가치 평가와 합리적으로 평가받는 계약에 초점을 맞춰 마케팅 수익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3년차인 2020년에는 메이저리그 성공의 바탕이 된 MLB닷컴처럼 KBO닷컴으로 한국프로야구 통합 마케팅이 빠른 시일내 이뤄질 수 있도록 기초를 다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총재를 보좌할 사무총장에 대해선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 총재는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좋은 분을 모시도록 할 예정이다. 공모제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 총재는 취임사를 마친 뒤 몇몇 야구기자와 팬들로부터 받은 충고를 따로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그가 성실히 따르겠다고 노력한 충고는 △선수들, 특히 고액연봉 선수들은 팬과의 스킨십을 강화해라 △스트라이크존의 일관성을 유지해라 △늘어진 경기 시간을 단축시켜라 △누가 보아도 명백한 오심이 있으면 징계하라 등이었다.
취임식을 마친 뒤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는 ‘중계권 계약 개선’과 ‘각종 규제 철폐’를 시급한 해결 과제로 꼽았다.
정 총재는 “지금 KBO리그 중계권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협상 과정도 개선돼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궁극적으로 메이저리그의 MLB닷컴처럼 KBO닷컴을 만들어 수익을 올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프로야구를 서비스 산업이라고 볼때 규제가 너무 많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구단으로부터 시설 사용에 대한 임대료를 너무 많이 받는다. 구단 광고 수익도 상당 부분 지자체로 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잠실이건 사직이건 야구를 하면 서울과 부산 시민들에게 큰 즐거움을 준다. 지자체가 보조는 못할 망정 임대료나 광고 수입을 받아가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 총재는 지난해 11월 말 열린 이사회에서 제22대 KBO 총재로 추대됐다. 정 총재는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2002년 서울대 총장을 거쳐 2009년 9월부터 2010년 8월까지 국무총리를 지냈다. 이후 동반성장위원장도 역임했다.
총재는 유명한 ‘야구광’으로 잘 알려져있다. 미국 유학 시절 메이저리그 경기에 열광했고 총재 취임 전까진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열혈 팬을 자처했다. 라디오 특별 해설도 하고 2013년에는 야구를 주제로 한 ‘야구예찬’이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발간할 정도로 야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