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철퇴축구' 울산, 멕시코 몬테레이에 1-3 완패

울산 현대.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아시아를 정복한 울산 현대의 ‘철퇴축구’. 하지만 세계 무대에서는 솜방망이에 불과했다.

김호곤 감독이 이끄는 울산은 9일 일본 나고야 도요타스타디움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재팬 2012’ 준준결승전에서 북중미 챔피언 몬테레이(멕시코)에 1-3으로 패했다.

아시아 대표 울산이 이날 몬테레이를 상대로 승리했더라면 4강에서 유럽 챔피언 첼시와 맞붙을 수 있었다. 하지만 첼시와의 맞대결은 성사되지 않은 채 5~6위전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울산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와 마찬가지로 하피냐와 김신욱을 최전방에 두고 이근호와 김승용을 측면에, 이호와 에스티벤을 중원에 배치하는 4-4-2 전술을 들고 나왔다.

울산은 장신 김신욱의 제공권을 활용한 선이 굵은 축구를 구사하려고 했다. 하지만 경기는 울산의 의도대로 풀리지 않았다. 공격 형태가 지나치게 김신욱에게만 의존하는 단순한 형태로 나타냈다.

울산의 공격은 빤히 눈에 보였고 몬테레이 수비수에게 번번이 걸렸다. 몬테레이 진영 가운데서 김신욱 홀로 고군분투했지만 고립되는 상황이 자주 연출됐다. 동료들의 연계 플레이가 절실했지만 전혀 보이지 않았다.

반면 몬테레이는 중남미 특유의 짧고 빠른 공격으로 울산 수비를 무너뜨렸다. 경기 초반부터 결정적인 기회를 잇따라 만들어냈다. 골키퍼 김영광의 선방으로 여러차례 위기를 모면했지만 개인기량과 스피드에서 울산보다 한 수 위였다.

울산 입장에선 아시아를 넘어 세계 수준의 팀과 상대하기 위해선 보다 세밀하고 완벽한 준비가 필요했지만 그것이 보이지 않았다. 전략의 부재가 확연히 눈에 띄었고 이근호, 하피냐 등 기대했던 선수들의 몸상태도 무거워 보였다. 전체적으로 답답한 90분이 계속 됐다.

울산은 전반 9분 만에 헤수스에게 선제골을 내줬다. 이후 만회골을 넣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좀처럼 몬테레이의 벽을 넘지 못했다. 오히려 울산은 후반 32분과 39분 세자르에게 연속골을 허용하며 추격 의지가 완전히 꺾었다.

이날 울산이 허용한 세 골 모두 수비가 완벽히 무너진 상황에서 허무하게 골문을 열어준 것이었다. 울산이 자랑한다는 국가대표급 포백 수비라인은 보기 민망할 정도로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울산은 후반 추가시간 이근호가 중거리슛으로 한 골을 만회했다. 몬테레이 골키퍼가 공을 잡으려다 실수로 뒤로 빠뜨려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행운의 골도 경기 결과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못했다. 그나마 한 골이라도 넣어 영패를 면하면서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