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김미현 "우승할까봐 연습도 안했다"(인터뷰)

김인오 기자I 2012.10.18 14:41:26
김미현이 18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장에서 가진 은퇴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LPGA 하나외환챔피언십 제공)
[영종도(인천)=이데일리 스타in 김인오 기자] 눈물을 기대했던 건 너무 앞서 나간 생각이었다. 오히려 환한 미소로 자신의 골프 인생을 차분하게 정리하는 모습에 경외로움마저 느껴졌다.

‘슈퍼 땅콩’ 김미현(35·KT)이 1988년 초등학교 6학년 때 시작한 골프를 24년 만에 정리했다. 정든 필드를 떠나지만 아쉬움은 없단다. 오히려 자신 앞에 펼쳐질 새로운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은퇴 경기가 될 LPGA 하나·외환 챔피언십을 하루 앞둔 18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장에서 김미현을 만났다. 그는 “너무 갑작스러운 은퇴 선언이라 많은 분이 놀랐다. ‘우는 거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지만 앞으로 할 일이 많아 눈물을 보일 여유가 없다. 그래도 아쉽긴 하다”고 은퇴 소감을 전했다.

김미현은 지난 1월 발목과 무릎 수술 후 7월까지 재활 훈련만 했다. 대회도 모두 불참해 실전 감각도 무뎌졌다.

“대회 출전이 열흘 전 결정됐다. 그전까지 골프채도 잡지 않았다”고 말한 김미현은 “사실 우승할까 봐 연습도 안 했다. 괜히 은퇴를 번복하게 되면 우스워질까 봐 편히 쉬었다”며 밝게 웃었다.

3년 전 김미현은 인천에 자신의 이름을 딴 골프 연습장을 개장했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 아닌 선수 생활 내내 계획했던 ‘지도자’의 꿈을 실천하기 위해 미리 마련해 둔 밑거름이었다.

김미현은 “우리나라 주니어 선수들은 오로지 연습에만 매진한다. 체계적인 교육 기관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코스 매니지먼트, 멘탈 훈련, 숏게임 등 이론이 아닌 실제를 위주로 한 아카데미를 만들었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김미현은 박세리(35·KDB금융그룹), 박지은(33)과 함께 LPGA 투어 ‘한국 낭자군 1세대’로 활약했다. 1999년 스테이트팜 레일클래식과 벳시킹클래식 우승으로 신인왕에 올랐고, 2007년 셈그룹 챔피언십 우승까지 통산 8승을 달성했다. LPGA 투어 통산 상금은 862만달러(약 95억2천만원)다.

다음은 키 155cm의 작은 거인 김미현과의 일문일답.

-은퇴하게 됐는데 아쉽지 않나.

▲갑작스러운 은퇴 결정에 많은 분이 놀랐다. 많이 아쉽다. 하지만 앞으로 할 일이 많아서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크다. 그래도 아쉬운 점이 있다면 10승을 채우지 못한 거다. 그러나 평생 우승이 없는 선수도 있으니 난 많이 행복한 사람이다.

-결정적인 이유가 있었나.

▲지난 1월에 발목과 무릎 수술을 받았다. 사실 지난해부터 많이 아팠지만 참고 경기에 출전했다. 그게 몸을 망가뜨렸다. 수술 후 재활 훈련을 열심히 했지만 선수로서 뛸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니었다. 그래서 새로운 도전을 위해 은퇴를 결정하게 됐다.

-새로운 도전이라면.

▲지도자로 새 출발을 하려고 한다. 3년 전 인천에 골프 연습장을 열었는데 그곳에 선수 아카데미를 개설했다. 이론보다는 코스 매니지먼트, 멘탈 훈련, 숏게임 위주로 교육을 진행하려 한다. 물론 LPGA 투어 진출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겠다.

-LPGA 투어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바라는 점은.

▲영어를 잘해야 한다. 영어를 못해서 손해를 봤던 기억이 있다. ‘보기는 쉬워도 버디는 어렵다’는 말이 있다. 정상에 있어도 노력하지 않으면 금방 성적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골프 선수는 노력만이 살 길이다.

-LPGA 투어 생활 중 기억에 남는 대회가 있다면.

▲제일 많이 듣는 질문이다. 어떤 대회가 기억에 남는다고 할 수 없는 것 같다. 아마 이번 대회가 은퇴 경기니까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대회 준비 기간이 짧았다. 예상 성적은.

▲올해 초 수술 후 7월까지 재활만 했다. 골프채도 잡지 않았다. 아기랑 놀이동산에 놀러만 다녔다. 사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할까 봐 연습도 하지 않았다. 은퇴를 번복할까 봐서다. (웃음) 만약 우승하면 전액 기부하겠다. 그리고 은퇴 번복도 없을 것이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