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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은구기자] 당당하고 반듯했던 그녀가 180도 바뀌었다.
MBC ‘슬픈연가’에서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은 실력 있는 사업가로 불같은 열정의 소유자이지만 쿨하고 뒤끝 없던 강신희, ‘에어시티’에서는 유년시절의 상처를 드러내지 않고 밝고 명랑하게 사는 항공사 부기장 한이경, ‘태왕사신기’에서는 담덕(배용준 분)을 호위하는 여전사 각단 역을 맡았던 배우 이다희.
그랬던 그녀가 12일 개봉하는 영화 ‘흑심모녀’(감독 조남호, 제작 이룸영화사)에서는 엄마(심혜진 분)가 트럭에 과일을 싣고 다니며 팔아 어렵게 모은 돈을 들고 나가 아나운서가 되겠다며 탕진하는 허영덩어리에 철딱서니 없는 ‘된장녀’ 나래 역으로 관객들과 만난다.
◇ 당당했던 이다희, '이젠 사랑받고 싶어'
“여자 치고 예쁜 것, 명품 안좋아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요. 너무 밝히는 것도 그렇지만 지나치게 관심을 안갖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어떻게든 사고 보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돈 벌면 사야지’라고 생각하는 스타일이죠.”
실제 명품에 대한 생각을 묻자 이다희는 술술 대답을 했다. 그렇다면 실제 자신과 극중 나래는 좀 다르다는 얘기인데 영화에서 보여주는 이다희의 연기는 실생활처럼 자연스러웠다.
“왜 자연스럽게 연기가 나왔지? 너무 몰입했나?”
그러고 나선 배시시 웃는 모습이 스스로도 연기에 만족스러운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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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나래는 치매에 걸린 할머니 간난(김수미 분), 엄마 남희와 함께 산다. 여자만 셋이 사는 집은 무미건조하다. 이 집에 어느 날 남희의 트럭에 치인 신원미상의 남자 준(이상우 분)이 들어오면서 분위기가 바뀐다. 무뚝뚝하던 엄마도 웃고 치매에 걸린 할머니도 즐거워한다.
그런데 나래는 낯선 사람이 들어와 집안 분위기가 바뀌는 것이 못마땅해 툭하면 준과 마찰을 일으킨다. 그렇지만 결국은 엄마와 할머니에 동화돼 점차 마음을 열어간다.
이런 설명을 하다 이다희는 갑자기 한숨을 내쉬었다.
“사랑받는 역할을 좀 해보고 싶어요. 매번 드라마에서 짝사랑만 하다가 이번에는 엄마와 할머니에게도 사랑을 못받고 준을 괴롭히기까지 하잖아요.”
◇ 돌아돌아 잡은 주연,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사실 너무 돌아왔다는 생각도 든다. 지난 2002년 슈퍼모델선발대회에서 입상을 하며 연기자로 데뷔했지만 그동안 뚜렷한 활약을 보여주지도 못했고 특별한 기회가 주어진 것도 아니다.
기대작들에 연이어 출연했지만 조연에 그쳤고 그나마도 제작기간이 긴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출연작 수도 많지 않다.
“저라고 왜 조바심이 없었겠어요. 그래도 잘 참은 것 같아요.”
스스로 ‘왜 이렇게 돌아가고 기다려야하지?’라는 생각에 답답해할 때도 있었다. 특히 촬영기간만 2년여가 걸린 ‘태왕사신기’에 출연할 때는 그런 마음이 절정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게 약이 됐다. 언제 끝날지 모를 ‘태왕사신기’ 촬영을 하며 ‘난 어차피 한번에 스타가 될 사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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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배우가 되기 위한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사실 시작이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빨리 쉽게 쌓아올린 사람들은 그만큼 쉽게 무너질 수도 있으니까요.”
이다희는 그러고 나서 ‘흑심모녀’로 영화에 데뷔했다. 주연급 배역도 이번이 처음이다.
부담이 될 수도 있을 텐데 오히려 촬영장에 많이 갈 수 있어 다른 출연진, 스태프와 많이 친해지는 등 지금까지 출연한 작품 중 가장 재미있게 촬영을 했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래서 더 편했고 촬영하는 순간순간이 행복했다는 게 이다희의 설명이다. 늦게 찾아온 기회, 그래서 더 소중하게 느껴졌던 셈이다.
이다희는 이번 영화에서 자신의 목표를 분명히 세웠다. ‘태왕사신기’에서 어둡고 딱딱한 각단의 이미지를 벗고 또 다른 모습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흑심모녀’에서 관객들이 저를 이다희가 아닌 나래의 모습으로 기억해줬으면 해요. 부모님한테도 영화를 보여드리고 싶은데 역시 딸 다희가 아닌 나래의 모습에 빠져서 봐줬으면 하고요.”
(사진=김정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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