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그녀' 제작자 전재순 "뼛속 깊이 매니저, 엄마와 딸의 공감 기뻐"

고규대 기자I 2014.03.17 09:46:00

860만 흥행 기록, 지인의 에피소드 녹여내 관객의 공감 받아
배용준 김래원 등 발굴한 20년 경력의 여성 매니저로 눈길

국내 대표적인 여성 매니저 중 한 명인 전재순 블루드래곤 대표이자 예인플러스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영화 ‘수상한 그녀’의 성공으로 또 다른 성공신화를 써냈다.(사진=고규대기자)
[이데일리 스타in 고규대 기자]‘수상한 그녀’가 1월22일 개봉한 후 8주차에 접어든 16일. ‘우아한 거짓말’ ‘300: 제국의 부활’ 등 쟁쟁한 개봉작들 사이에서 주말 박스오피스 5위를 차지했다. 16일 2만5,638 의 관객을 불러모아 누적 관객 856만8129명을 기록했다. 열기는 여전하고 감동은 이어진다. 그 감동의 중심에는 제작자인 전재순 대표가 있었다.

“무대인사를 갔다가 한 할머니가 손을 잡고 감사하다고 이야기를 할 때 보람을 느꼈어요. 뜻밖에 40대 딸과 70대 어머니가 극장에 처음 나오신 경우도 많더라고요. 또 영화를 본 후 10대 아이들이 퉁퉁 부은 눈으로 엄마 손을 잡고 나올 때 참 행복했어요.”

‘수상한 그녀’는 우연히 스무 살 나이의 몸으로 돌아간 욕쟁이 칠순 할머니가 처음 맞이하는 전성기를 그린 코미디다. 배우 나문희와 심은경이 2인 1역을 맡았다. 웃음과 해학 뒤에는 진한 눈물을 안기는 가족에게 돋보이는 작품이어서 꾸준한 관객몰이에 성공했다.

‘수상한 그녀’는 충무로에서 제작을 기다리던 숨겨진 보석이었다. 전 대표는 연예기획사 블루드래곤을 운영하다 2007년께 감독 에이전시인 예인플러스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한 후 시나리오를 고르다 이 작품을 만났다. 단박에 매력을 느낀 전 대표는 자신의 어머니, 이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황동혁 감독의 경험담 등을 녹여내 시나리오를 재구성했다. 스타와 자본에 의지하지 않고 매니저 특유의 감각으로 짜임새 있는 작품을 만들어냈다.

“드라마 ‘시크릿가든’의 성공을 보면서 판타지가 섞인 복합장르도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죠. 오랜 매니저 생활에서 얻은 감각도 주효했지만 감독 에이전시를 하면서 감독들의 감각을 받아들인 게 통한 것 같아요. 시나리오 개발 과정이 어려웠지만 제 가족의 이야기부터 제 주변의 가족 이야기를 덧붙여 누구가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쓰려고 노력했어요. ”

영화 ‘수상한 그녀’ 제작자인 전재순 블루드래곤 대표이자 예인플러스엔터테인먼트 대표.(사진=고규대기자)
영화의 말미에는 영화 속 에피소드의 아이디어를 얻는 이들의 이름도 들어가 있다. ‘스페셜 땡스’라는 코너에 전 대표의 어머니, 시어머니, 그리고 대모로 부르는 어머니의 이름까지 적혀 있다. 전 대표를 비롯해 작가, 그리고 감독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면서 자신의 주변 어르신에게서 에피소드를 모았기 때문이다.

전 대표는 현재 활동하고 있는 여성 매니저 중 20년 경력의 베테랑으로 꼽힌다. 경력을 따진다면 위로는 손예진 문채원 등을 키워낸 김민숙 엠에스팀 대표 등 서넛에 불과하다. 전 대표가 발굴하고 키워낸 대표적인 스타로는 배용준, 김래원 등이다. 전 대표는 1989년 서울예대 연극과를 졸업한 후 연기학원에서 캐스팅 디렉터로 일하다 영화 ‘삘구’ 연출부에서 일하던 배용준을 발굴해 1994년 청소년 드라마 ‘사랑의 인사’에 주연으로 데뷔시켰다. 김래원은 그가 고교 시절 길거리 캐스팅해 10년 넘게 함께했다.

“매니저라는 직업은, 참 묘한 것 같아요. 아주 힘든 일이지만 쉽게 그만둘 수가 없더라고요. 제가 함께하는 배우가 신인에서 스타로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면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알고 보면 여성에게 잘 어울리는 일일까요?”

전 대표는 천직이 매니저라고 생각하지만 2000년대 후반 모든 것을 접고 미국 하와이로 건너간 적이 있다. 쉴 새 없이 일하다 보니 지쳐버린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탓이다. 하지만 채 2년을 채우지 못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매니지먼트를 다시 시작했다. ‘수상한 그녀’의 성공으로 제작사 몫으로 주어진 이익은 약 60억원 수준이다. 산술적인 계산과 달리 감독 등의 러닝개런티를 빼고 빚을 갚고 나면 이익은 확 줄어든다는 게 전 대표의 설명이다.

“영화가 성공했다고 크게 달라진 게 없더라고요. 한가지 달라진 점이라면 영화 제작을 하게 된 계기가 내가 직접 배우에게 맞는 옷을 입혀주면 어떨까였거든요. 이제 제가 배우의 옷을 고르는 데 자신감을 더 얻었다고 할까? 그런 자신감이 생긴 게 좋은 것 같아요.”

전 대표는 영화 제작에 나선 매니저 중 가장 성공적인 성적표를 받아든 상태다. 전 대표는 “뼛속 깊이 매니저”라면서 “제가 사랑하는 후배 매니저에게 좋은 모범의 길을 만들어준 게 가장 기쁘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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