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사이에서 `활`과 함께 거론되는 영화는 할리우드 배우 멜 깁슨이 연출한 `아포칼립토`(2006)다. 마야문명을 배경으로 이웃 부족의 제물로 끌려간 주인공 표범발(루디 영블러드 분)이 추격을 따돌리고 마을로 돌아와 아내와 아들을 구하는 내용의 영화다.
반면 `활`은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여동생을 구하기 위해 청나라 군대의 흔적을 쫓던 주인공 남이(박해일 분)가 청나라 장군에게 추격당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
네티즌들은 포털사이트 영화 관련 게시판에 “`활`의 극적이거나 재미를 주는 부분은 모두 `아포칼립토`에서 따온 장면(rive****)” “`아포칼립포` 없이는 절대 나올 수 없는 영화, 몇 장면은 가져다 쓴 것 인정해야(leon****)” “관객이 재미 이상의 의식을 갖고 작품을 심판하는 수밖에(powe****)” 등의 글을 올려 두 작품 사이 유사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일단 두 영화는 쫓고 쫓기는 긴박감을 그리는 `추격의 서사`를 차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닮았다. 전자에서 적장이 아들의 복수를 위해 일어섰다면, 후자에선 왕자의 복수를 위해 일어선다. 전자에선 거대한 폭포가, 후자에선 깎아지른 절벽이 주인공의 퇴로를 막는다. 풀어주는 척 하면서 다음 순간 죽인다거나 주인공이 숲에서 추격자들을 하나하나 세는 장면도 비슷하다.
특히 네티즌 사이에선 호랑이의 등장 장면이 표절 논란의 가장 큰 쟁점이 되고 있다. `활`에서 남이가 위험에 처한 순간, 호랑이가 나타나 적을 물리치는 장면이 `아포칼립토`에서 재규어가 등장하는 장면을 연상시킨다는 것. 이것은 물론 두 영화 사이의 무시할 수 없는 공통점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두 영화는 플롯에 있어선 다른 점도 눈에 띈다. 우선 `아포칼립토`에서 표범발은 처음부터 적에게 사로잡히는데, 이때부터 영화는 그가 정신의 고향인 숲으로 되돌아가기 위한, 기나긴 회귀의 여정에 초점을 맞춘다. 추격전은 이 여정의 일부다. 반면 `활`에서 숲을 배경으로 활을 무기 삼아 벌어지는 추격전은 영화 전체의 주요 뼈대다.
|
그렇다고 해서 표절에 관한 의문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두 영화는 정서적인 측면에서 결정적인 유사점을 갖고 있다. 두 영화 모두 내내 `두려움의 극복`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하며, 주인공들이 가족을 구출하는 일에만 관심을 보이고 자신을 둘러싼 `거대한 두 세계의 충돌`은 애써 외면하는 소극적인 태도를 취한다. 표범발과 남이 모두 그저 집으로 돌아가는 것 외엔 어떤 것도 상관하지 않는다. 둘은 이해 불가한 사물의 어두운 이면을 봤음에도 그것에 저항하진 않는다. 이렇게 보면 어떤 식이든 `활`이 `아포칼립토`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 8월1일 언론 시사 당시 김한민 감독은 `아포칼립토`가 떠오른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포칼립토`는 나도 좋아하는 영화다”라며 “하지만 우리 영화엔 호랑이가 등장하고 `아포칼립토`에선 재규어가 등장한다는 것 외엔 전혀 다른 영화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추격전의 원형`으로 영화를 구상했다”고 밝히며 `아포칼립토`와의 연관성을 부인하기도 했다.
결국 표절인지, 장르의 관습 혹은 이야기의 원형이 같은 작품일 뿐인지는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를 만든 이만이 알 수 있는 문제가 됐다. 평점과 리뷰 등을 통해 번지고 있는 표절 논란이 올 여름 극장가 최고의 영화로 떠오른 `활`의 흥행전선에 어떤 영향을 줄지 영화계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