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의 진화를 도운 귀네슈와 허정무

송지훈 기자I 2009.06.09 14:27:35
▲ 한국축구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오른 기성용


[이데일리 SPN 송지훈기자] 국가대표팀의 허리를 책임지고 있는 '기라드' 기성용(20, 서울)은 한국축구가 모처럼 발굴해 낸 걸출한 플레이메이커다.
 
경기의 흐름을 조율하는 선수로서 탁월한 패싱 감각과 정확도 높은 프리킥을 겸비했을 뿐만 아니라 체격 조건(186cm 75kg)도 우수해 활용도 높은 자원으로 평가받는다. 유일한 단점으로 지적받던 경험 부족 또한 K리그와 A매치서 꾸준히 선발 출장하며 빠른 속도로 보완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축구계에는 뛰어난 미드필더가 그리 많지 않았다. 축구에 재능 있는 유망주에게 우선 공격수부터 시키고 보는 한국축구의 풍토 탓이었다. 한국 축구의 스타 계보를 잇는 이회택, 차범근, 최순호, 김주성, 황선홍, 최용수, 안정환, 이동국 등은 모두 스트라이커였다.
 
'컴퓨터 미드필더' 조광래, '앙팡테리블' 고종수, '여우' 윤정환 등 플레이메이킹 능력을 갖춘 미드필더들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공격수들에 비해 지명도는 당연히 낮을 수 밖에 없었다. 이중 조광래를 제외하고 장수(長壽)한 선수도 무척 드물었다.  

때문에 기성용의 등장과 급성장은 무척 반가운 뉴스다. 전방지역에 포진한 동료 선수들에게 적절한 타이밍에 볼을 배급해 결정적인 기회를 만드는 중앙미드필더의 등장은 '공격 루트의 다양화'라는 측면에서 대표팀에 큰 호재다.

올해 스무살로 국가대표팀 엔트리 중 최연소자인 기성용이 일찌감치 주전 멤버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데에는 두 지도자의 과감한 결단이 큰 힘이 됐다.

첫 번째 인물은 소속팀 FC서울의 사령탑 세뇰 귀네슈 감독이다. 2002월드컵 당시 터키대표팀을 3위에 올려놓으며 세계적인 명장으로 발돋움한 귀네슈 감독은 2006년 서울 지휘봉을 잡은 이후 이름값과 몸값을 배제한 전력 개편 작업을 실시해 눈길을 끌었다. 이 과정에서 전격 발탁된 새 얼굴이 바로 기성용이다. 귀네슈 감독 부임 이전 2군 경기에만 모습을 드러내던 기성용은 2007시즌 1군 무대서 22경기에 나설 수 있었고, 이후 서울의 중원 해결사로 발돋움했다.

꾸준히 프로무대를 누비며 'K리그의 신세대 아이콘'으로 급부상한 기성용을 다시금 대표팀에 어울리는 선수로 성장시킨 인물은 허정무 국가대표팀 감독이다.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기간 중 고전을 거듭해 어려움을 겪던 허 감독은 최종예선을 앞두고 K리그에서 돋보이는 경기력을 선보인 새 얼굴들을 대거 발탁해 분위기 쇄신을 도모했다. 기성용 또한 이 과정에서 대표팀의 호출을 받게 된 케이스다.

어리고 경험이 일천하다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출장 기회를 부여한 감독에 대해 기성용은 돋보이는 결과물로 보답했다. 지난해 9월 북한과의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 경기에서 0-1로 뒤지던 후반 23분 김두현의 패스를 오른발 발리슈팅으로 연결해 동점골이자 자신의 A매치 데뷔골을 뽑아내며 허정무호를 패배의 위기에서 구해냈다.

아랍에미리트와의 경기가 열린 7일에는 풀타임을 소화하며 팀의 두 번째 골을 성공시키는 한편, 정확한 패스와 예리한 프리킥으로 공격을 주도했다.

기성용은 대표팀 경력이 아직 1년이 채 안됐지만 핵심선수로 발돋움했다. 다양한 A매치에 꾸준히 선발 출전하고 있고, 박지성(맨체스터 Utd.), 박주영(AS 모나코), 김치우(FC 서울) 등 내로라하는 프리킥 전문가들을 제치고 전담 키커로 나서고 있다. 이는 그의 팀 내 비중을 쉽게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기성용은 2010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한국대표팀의 '믿을맨'으로 발돋움했다. 그의 진화가 어디까지 갈까. 그를 키워낸 귀네슈 감독과 허정무 감독의 눈길이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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