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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와 김명제의 접점,그리고 김경문 야구

정철우 기자I 2009.05.25 11:44:08
▲ 김선우(왼쪽)와 김명제(오른쪽).


[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직구로 이길 수 있는 투수면 직구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하고 도망만 가려 하면 마운드에서 버틸 수 없다."

김경문 감독이 24일 문학 SK전에 앞서 1군에 불러올린 김명제에 대해 한 말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이 깨닫지 못하면 결국 입지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이번에도 아직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명제는 최고 150km의 묵직한 공을 던질 수 있는 파워형 투수다. 그러나 경기 내용은 그렇지 못하다. 변화구 구사율이 점차 높아지며 자신의 장기가 사라져 버렸다.
 
변화구 위주로 도망가는 피칭을 하다보니 볼넷이 쌓이고, 그러다보니 자멸하는 경기만 점차 늘어났다.  

자신감을 잃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힘으로 승부하다 좋지 못한 결과가 몇차례 반복되자 선뜻 직구 승부를 들어가지 못했던 것이다. 김 감독의 매서운 질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하게 대처해야 한다는데 포인트가 맞춰져 있다.

이야기를 듣다보니 문득 떠오르는 이름이 하나 있었다. 두산의 '1선발' 김선우가 그랬다.
김선우는 반대 케이스다. 너무 직구 위주의 공격적인 패턴이 오히려 말썽이다. 너무 우직한 승부는 그가 좋지 못한 결과를 낼 때마다 지적받는 핵심 원인이다.

김선우에 대한 김 감독의 평가도 궁금했다. 그 역시 "때론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김선우(직구 위주 피칭)와 김명제(변화구 위주 피칭)의 간극을 메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김 감독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야구가 어려운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자신이 생각하는 소신을 털어놓았다.

"우선 힘으로 누를 수 있는 투수는 직구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그럼 타자가 치더라도 힘에서 이겨내며 범타로 막을 수 있다. 그러나 간혹 타자가 이길때도 있다. 그럼 그 타자에겐 변화구로 돌아가보는 것이다. 일단 타자에게 '직구가 있다'는 인식을 심어준 뒤 던지는 변화구는 위력이 배가될 수 있다."

직구에 대한 타자의 부담이 크면 클수록 변화구로 완급 조절을 하기가 쉬워진다는 의미다. 때문에 직구에 무게감이 있는 투수는 일단 직구로 상대를 윽박질러 보는 것이 기본이라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김선우와 김명제가 지난 주말 SK와 3연전서 보여준 투구 내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김선우. 김선우는 지난 22일 문학 SK전에 선발 등판, 5이닝동안 삼진 5개를 잡아내며 5피안타 3볼넷 1실점을 기록했다. 아주 빼어나다 할 순 없었지만 이 경기 전까지 그의 5월 평균 자책점이 6.98이나 됐음을 감안하면 인상적인 수치다.

김선우의 이날 투구 패턴은 김 감독의 지론과 닮은꼴이었다. 김선우는 2회까지 직구 위주의 피칭을 했다. 43개의 투구수 중 직구가 33개, 변화구는 10개였다. 이때가 딱 한 타순이 돈 순간이었다.

3회부터 그의 볼배합은 달라졌다. 3회(직구 6/변화구 4)와 4회(직구10/변화구7) 조금씩 변화구가 늘어나더니 마지막 이닝서는 9/9로 비율이 똑같았다. 한정없이 직구만 던져대는 듯 보이던 그의 이미지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김명제는 24일 문학 SK전에 등판했다. 결과는 2이닝 1피안타 1실점. 안타 1개가 홈런이었다.

두산이 5-0으로 앞선 8회 마운드에 오른 김명제는 최고 150km의 직구를 앞세워 SK타자들을 윽박질렀다. 첫 타자 정상호의 초구부터 두번째 타자 김강민의 6구째까지 10개 연속 직구를 던졌다. 8회 세타자를 상대로 던진 15개의 공 중 14개가 직구.

9회엔 조금 변화를 줬다. 첫 타자 윤상균에게 직구를 던지다 홈런을 맞은 김명제는 다음 타자 박정환에게 변화구로 승부를 걸어 3루 땅볼을 유도해냈다.

결국 김명제는 투구수 28개 중 직구 24개, 변화구 4개로 이닝을 마쳤다. 의미 있었던 것은 변화구의 위력이었다. 4개의 변화구 중 상대가 속지 않은 것은 단 한차례 뿐이었다.
 
SK 타자들이 김명제의 직구에 부담을 갖게 되며 자연스럽게 변화구에 시선을 빼앗기는 비율이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홈런을 맞긴 했지만 김명제의 원래 자리는 선발 투수다. 1,2점 정도는 언제든 내줘도 팀에 큰 부담이 안된다. 그런 관점에선 꽤 인상적인 복귀전이었다.

김 감독은 경기 후 "오늘 2이닝을 던지면서 김명제가 마음속에 느끼는 것이 있었을거라 생각한다. 앞으로 팀에 좋은 활력소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왜 뿌듯해 했는지는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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