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SPN 김은구기자] 한국 다큐멘터리가 해외에서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국내 방송 콘텐츠 중 해외에서 가장 각광을 받던 것은 드라마다. 한류의 선봉에 섰던 드라마는 그러나 스타 연기자, 작가에만 중점을 둔 제작과정의 파행과 내용 부실 등으로 해외에서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다큐멘터리는 해외에서 잇단 방송관련 시상식 수상 및 노미네이트로 위상을 높이고 있으며 최근 들어서는 해외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는 작품도 늘고 있다.
25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국제 에미상 시상식 다큐멘터리 부문에 KBS ‘차마고도’가 최종 후보로 올랐다. 그런가 하면 MBC 휴먼다큐 ‘사랑’의 ‘너는 내 운명’ 편(2006년 방송)은 지난해 캐나다에서 열린 반프 월드TV 페스티벌에서 심사위원 특별상과 2006년 12월 아시아 TV어워즈 다큐멘터리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MBC ‘네손가락 피아니스트 희아’는 2006년 1월 미국에서 열린 뉴욕 TV페스티벌에서 한국 프로그램으로는 처음으로 금상을 받았다.
지난해 ‘SBS스페셜’이 방송한, 연쇄살인범 유영철에게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이야기를 담은 ‘용서’는 인권운동단체 엠네스티 언론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한국 다큐멘터리의 위상이 높아진 것은 이런 수상을 통해서만이 아니다. ‘차마고도’의 경우 프랑스, 그리스, 일본, 대만, 스페인, 태국 등 세계 17개국에 수출됐으며 휴먼다큐 ‘사랑’의 ‘엄지공주 엄마가 되고 싶어요’는 일본에서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또 지난 2005년 방영된 MBC 다큐멘터리 ‘빙하’는 아직도 꾸준히 해외판매가 이뤄지고 있으며 23일 ‘MBC스페셜’을 통해 첫회가 방영된 ‘스파이스 루트’도 유럽 쪽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MBC 관계자는 전했다.
사실 다큐멘터리는 방송사가 수익을 높이기 위해 제작하는 프로그램은 아니다. 공공의 재산인 전파를 사용하는 지상파 방송사가 공익을 목적으로, 수익의 사회 환원 차원에서 제작하는 장르라는 인식이 강하다.
더구나 과거에는 수출이 잘 되는 장르도 아니었다는 게 방송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다큐멘터리는 아무래도 한 나라의 사람 등 제작되는 국가의 성향이 묻어나는 것이 많은데 그런 작품을 다른 나라 시청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없어 선호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국내 다큐멘터리도 점차 글로벌화 되면서 문화, 자연 등을 소재로 한 작품들 위주로 해외에서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 다큐멘터리는 느리다’는 선입견이 있었으나 최근 몇 년 사이에는 그 속도감마저 빨라졌고 다큐멘터리로 유명한 해외 방송사의 작품들과 비교해 질적으로도 수준이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BS 한 관계자는 “다큐멘터리는 과거 수익을 기대하고 제작하는 콘텐츠는 아니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광고나 해외판매, DVD 제작 등으로 반드시 손해를 보지만은 않는다”며 “오히려 다큐멘터리는 드라마가 뚫지 못한, 피부색이 다른 유럽 등 지역으로 한류의 저변을 넓히는 선봉에 서고 있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
☞[다큐의 재조명③]대작시대 활짝...'한반도의 공룡' 등 잇단 방영
☞[다큐의 재조명②]다양한 볼거리 무장...시청자 입맛 사로잡은 다큐
☞[다큐의 힘④]'피할 수 없는 시청률 경쟁'...다큐 PD의 애환
☞[다큐의 힘③]다큐멘터리의 치명적 유혹...조작방송
☞[다큐의 힘②]'차마고도', '사랑'...사실의 감동은 강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