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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 선수 시절부터 매일 8km 이상 달리면서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박준용은 최근 축구에 푹 빠져 있다. 일주일에 3~4일이나 축구를 할 때도 있단다. 팀도 여러 곳에 속해있는데 그 중 하나는 K5리그에 참가하고 있다. K리그도 뛰었던 엘리트 축구선수들 사이에서 함께 공을 찬다.
포지션은 최전방 공격수다. 전문 축구선수들에 비해 공을 다루는 기술은 떨어진다. 대신 타고난 체력과 피지컬로 부족함을 메운다. 상대 팀 선수들은 다칠까봐 함부로 몸싸움을 걸지 않는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머리도 삭발이다 보니 ‘왕십리 호나우두’라는 별명도 얻었다.
박준용은 “원래 아드리아누라고 불렸는데 제가 호나우두를 좋아해 별명을 바꿨다”며 “UFC에서 이기고 돌아온 뒤 축구팀 동료를 위해 순댓국집에서 150만원어치를 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박준용은 2019년 9월 UFC 무대에 데뷔해 벌써 5년째 활약 중이다. 최근 상승세가 하늘을 찌른다. 지난 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대회에서 데니스 툴룰린(러시아)를 1라운드 4분 5초 만에 리어네이키드 초크로 누르고 3연승을 거뒀다.
최근 두 경기 연속 서브미션 승리를 따내면서 강한 인상을 심은 박준용은 긴 기다림 끝에 랭킹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다음 경기 상대 후보로 현재 UFC 미들급 랭킹 15위 대런 틸(영국)이 거론될 정도다. 박준용도 “대런 틸과 대결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박준용은 “선수마다 가치관이 다른 것 같다”며 “냐는 챔피언이나 랭킹을 위해 격투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담담히 말했다. 그는 “그냥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밥 벌어먹고 사는게 행복하다”며 “그냥 체육관에서 훈련하고 시합 뛰는 게 좋다. 시합이 없을 때는 축구도 하고 술도 마시는 게 내 행복이다”고 털어놓았다.
그렇다고 욕심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좋아하는 격투기를 계속하고 돈을 벌기 위해선 승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박준용은 “행복하게 운동하려면 이겨야 한다”며 “지는 것에 연연하지 말라고 하지만 경기에서 지면 많은 것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더불어 “졌을 때와 이겼을 때 배우는 게 확연히 다르다”며 “졌을 때는 더 이를 악물고 해야 한다는 동기부여를 얻지만 이겼을 때는 기술적으로 더 많이 보이는 것 같다”고 밝혔다.
박준용은 UFC 데뷔 당시 한국인 선수 최다승 기록(김동현 13승)을 뛰어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이는 여전히 가슴속에 자리해있다. 현재 UFC에서 6승(2패)을 거둔 만큼 아직은 갈 길이 멀다.
박준용은 “내가 몇 번째로 싸우는지, 어디서 싸우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냥 난 한 경기 한 경기가 소중하다”며 “UFC에 어떤 선수가 있는지도 솔직히 잘 모른다. 그냥 계속 이기다 보면 좋은 소식이 있지 않을까?”라고 담담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