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굴의 아이콘' 이상훈·박정태·니퍼트·배영수, KBO 40주년 레전드

KBO 40주년 레전드에 선정된 이상훈(왼쪽 위. 이하 시계방향), 박정태, 배영수, 니퍼트. 사진=KBO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야생마’ 이상훈, ‘악바리’ 박정태, ‘유일무이 외국인 100승’ 니퍼트, ‘푸른 피의 에이스’ 배영수까지...

KBO 리그를 뜨겁게 달궜던 불굴의 의지 아이콘 4명이 KBO리그 40주년 레전드에 이름을 올렸다. KBO는 1일 이상훈, 박정태, 니퍼트, 배영수 등이 KBO리그 40주년 레전드에 이름을 올렸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레전드 4명은 40명 레전드 가운데서도 ‘불굴의 의지’를 상징하는 아이콘이다. 전문가 투표(80%)와 팬 투표(20%) 결과를 합산한 결과, 선정위원회에서 추천한 177명 후보 가운데 이상훈이 27위, 박정태가 32위, 니퍼트가 33위, 배영수가 35위에 자리했다.

1993년 LG 입단 당시 신인 최고 계약금을 받고 입단한 이상훈은 입단 3년 차였던 1995시즌 가치를 확실히 증명했다. KBO 리그에서 데뷔한 좌완투수 중 최초로 선발 20승을 거두며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거머쥐었다.

30경기에 등판해 20승 5패를 기록하며 무려 12번 완투와 3번 완봉을 기록했다. 다승, 투구이닝(228⅓이닝), 승률(.800)에서 1위를 차지했고 평균자책점(2.01) 2위, 탈삼진 5위(142개)에 올랐다.

하지만 별명인 야생마처럼 거침없이 달릴 수 있을 것 같던 이상훈도 척추분리증과 혈행장애라는 커다란 암초를 만났다.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마무리 투수로 보직을 변경했다. 보직을 바꾸고 맞은 두 번째 시즌인 1997시즌, 10승 6패 37세이브 평균자책점 2.11로 세이브 부문 1위에 오르며 완벽한 변신을 알렸다.

부상을 이겨낸 이상훈은 이후 일본과 미국 무대를 거쳐 2002시즌에 KBO 리그로 복귀, 은퇴 전 마지막 시즌인 2004년까지 51세이브를 추가했다. KBO 리그에서 단일 시즌 선발 20승과 30세이브를 모두 달성한 투수는 이상훈이 유일하다.

이상훈은 전문가 투표에서 156명 중 102명(52.31점)에게 표를 받았다. 팬 투표에서는 109만2432표 중 23만7253표(4.34점)를 얻어 총 점수 56.65점을 획득, 40명 레전드 중 27위에 올랐다.

‘악바리’, ‘탱크’ 등 수식어가 말해주듯 ‘롯데 원클럽맨’ 박정태는 깡과 끈기로 부상을 이겨내고 화려하게 재기했던 선수다. 데뷔 첫 해인 1991시즌부터 롯데 주전 2루수 자리를 꿰찼던 당돌한 신인은 1992시즌 롯데 우승 주역으로 우뚝 섰다.

이 시즌 박정태는 타율 .335(2위), 149안타(2위), 91득점(4위), 79타점(5위)을 기록하며 견고한 수비력을 갖춘 중장거리 타자로 자리매김했다. 우승 이듬해인 1993년 5월, 2루로 슬라이딩 하는 과정에서 왼쪽 발목이 골절된 박정태는 5차례 수술을 받으며 선수 생활 위기를 맞았다.

1994시즌까지 결장했던 박정태는 고통스러운 재활을 끝내고 1995시즌 중에 성공적으로 복귀, 1999시즌에 당시로서는 신기록이었던 31경기 연속 안타 기록까지 세우고 롯데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박정태는 전문가 투표에서 79표(40.51점), 팬 투표에서 36만2259표(6.63점)를 받아 총 점수 47.14점으로 32위에 올랐다.

KBO 리그를 거친 역대 외국인 투수 중 가장 많은 통산 승리(102승)와 탈삼진(1082탈삼진)을 기록한 니퍼트는 한국에서만 8시즌, 특히 두산에서만 7시즌을 보냈다. 한 팀에서 7시즌을 연속으로 뛴 외국인 선수는 니퍼트가 유일하다.

2010년대에 두산이 거둔 3번 우승 중 2번(2015, 2016시즌)을 함께한 니퍼트에게도 고비가 있었다. 데뷔 시즌인 2011시즌부터 2014시즌까지 4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챙기는 꾸준함을 기록했었지만 2015시즌 중 어깨충돌증후군으로 인해 급격한 슬럼프를 겪으며 무너졌다.

하지만 한국에서 이미 4시즌을 경험한 베테랑답게 니퍼트는 부진했던 정규시즌을 뒤로하고 그 해 포스트시즌에서 맹활약, 플레이오프 MVP로 뽑혔다. 여세를 몰아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선발승까지 올리며 14년 만의 두산 우승에 일조했다.

2016시즌에는 역대 외국인 투수 최다 승 타이기록인 22승으로 팀의 한국시리즈 2연패를 이끌며 정규시즌 MVP와 골든글러브를 동시에 거머쥐었다.

니퍼트는 전문가 투표에서 79표(40.51점), 팬 투표에서 32만4123표(5.93점)를 받아 총 점수 46.45점으로 33번째 레전드로 선정됐다.

‘푸른피의 에이스’ 배영수는 그 누구보다도 드라마틱한 선수인생을 보냈다. 강속구를 던지는 정통파 투수로 2시즌 연속 삼성 우승(2005, 2006)을 이끌었던 배영수는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은 후 급감한 구속으로 인해 선수 생활 위기를 겪었다.

2004시즌 17승 2패 평균자책점 2.61로 정규시즌 MVP와 골든글러브까지 차지했던 배영수는 2009시즌 1승 12패 평균자책점 7.26까지 성적이 추락했다.

하지만 배영수는 강인한 의지와 노력으로 기교파 투수로 변신하는데 성공, 삼성의 4시즌 연속 우승(2011~2014)에 일조하며 제2의 전성기를 누렸다. 두 차례의 팔꿈치 수술을 버텨낸 배영수가 20시즌 동안 투구한 2167⅔이닝은 통산 5위, 138승은 통산 7위에 해당한다.

배영수는 전문가 투표에서 79표(40.51점), 팬 투표에서 23만2804표(4.26점)를 받아 총 점수 44.77점으로 35위에 자리했다.

레전드로 선정된 선수들 시상은 전 소속 구단 홈 경기에서 진행된다. 배영수에 대한 시상은 친정팀인 삼성과 마지막 소속팀이었던 두산이 맞붙는 오는 8월 3일 잠실 경기에서 있을 예정이다. 박정태의 시상은 5일 NC와 롯데의 사직 경기에서 열린다.

니퍼트에 대한 시상은 니퍼트의 마지막 소속팀인 KT와 친정팀 두산이 맞붙는 23일 잠실 경기에서 이뤄진다. 이상훈에 대한 시상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40명 레전드와 관련된 특별한 스토리는 KBO의 공식 발표에 맞춰 KBO 홈페이지와 네이버 스포츠의 KBO 40주년 특집 페이지 등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