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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훈(32)이 13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의 트리니티 포레스트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AT&T 바이런넬슨(총상금 790만 달러)에서 데뷔 159번째 대회 만에 우승했다. 끈기와 집념 그리고 악바리 같은 근성으로 만들어낸 의미 있는 우승이다.
2016년 2월이다. 웹닷컴 투어 상금랭킹 22위로 PGA 투어 재입성에 성공한 강성훈은 매 경기 고비를 맞았다. 웹닷컴투어에서 올라온 선수들은 PGA 투어 시즌 초반 5경기마다 진행되는 2차례 리셔플(시드재조정)을 받는다. 이를 통해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우선순위가 달라지는 만큼, 뒤로 밀릴수록 출전 기회가 줄어든다.
강성훈은 시즌 9번째로 열린 AT&T 페블비치 프로암에서 3라운드까지 공동 3위를 달리다 마지막 날 공동 17위로 밀려 10위까지 주어지는 다음 대회(노던트러스트오픈) 출전권을 놓쳤다. 강성훈으로서는 아쉬움이 컸다. 노던트러스트 오픈이 끝난 뒤 마지막 리셔플이 진행되는 만큼 앞날을 장담할 수 없었다.
강성훈은 대회가 끝난 샌프란시스코에서 다음 대회가 열리는 로스앤젤레스까지 차를 몰고 이동해 다음날 월요일에 열리는 노던트러스트 오픈의 먼데이(월요예선)에 출전했다. 5시간 가까이 운전을 하고 겨우 골프장에 도착해 월요예선을 치른 강성훈은 결국 출전권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 대회에서 공동 8위에 오른 강성훈은 리셔플 순위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고, 그해 플레이오프 3차전까지 진출했다. 당시 강성훈은 “물러날 곳이 없기에 피곤함 따위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고 말했다.
강성훈은 이후 PGA 투어에서 안정적인 투어 활동을 계속했다. 포기할 줄 모르는 집념으로 만들어낸 작은 기적의 시작이었다.
투어 활동은 조금씩 안정을 찾았지만, 좀처럼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2017년 셸 휴스턴오픈에서는 3라운드까지 3타 차 선두를 달리다 마지막 날 러셀 헨리(미국)에 역전을 허용해 우승을 내줬다. 그해 10월 CIMB 클래식과 지난해 7월 퀴큰 론스 내셔널에서 3위에 올랐지만, 또 한 번 우승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해엔 마음고생을 겪기도 했다. 퀴큰 론스 내셔널 대회 도중 함께 경기한 조엘 데이먼(미국)과 드롭 위치를 놓고 논쟁을 벌이면서 ‘속임수를 썼다’는 오해를 받았다. 데이먼은 SNS 등을 통해 “강성훈이 잘못된 위치에서 드롭을 했다”며 비난의 수위를 높이면서 공격했다. 하지만, PGA 투어의 경기위원은 강성훈의 드롭이 잘못되지 않았다고 최종결론을 내렸다. 강성훈으로서는 잘못을 하지 않고도 오해를 받아야 했던 만큼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다.
돌고 돌아 먼 길을 달려온 강성훈은 마침내 이번 대회에서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프로 데뷔 9년, 159번째 대회 만에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리면서 더 큰 기쁨을 맛봤다.
이날 우승을 차지한 강성훈은 한국 선수로는 최경주(8승), 양용은(2승), 배상문(2승), 노승열(1승), 김시우(2승)에 이어 6번째 우승자가 됐다. 끈기와 집념, 악착같은 근성으로 만들어낸 강성훈의 기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제주도에서 태어난 강성훈은 주니어 시절 남자골프를 대표하는 기대주로 주목받았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 출전,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해 4월 아마추어 신분으로 출전한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롯데 스카이힐 오픈에서도 우승해 프로로 전향했다. 2010년 유진투자증권오픈에서 첫 우승을 따낸 뒤 2011년 미국 PGA 투어로 진출했다.
강성훈은 “어릴 적 골프 칠 때부터 타이거 우즈가 PGA 투어에서 우승하는걸 보면서 ‘나도 저기 가서 우승하고 싶다’고 생각했고 꿈꿔왔다”며 “이렇게 꿈이 이루어지게 돼서 너무 행복하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이어 “처음 투어에 들어가서 적응하는 게 정말 많이 힘들었다”며 “하지만 이번 우승으로 모든 어려움에 대해서 보상받게 된 거 같아서 기분이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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