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데뷔전을 앞둔 김은하(23·팀베스트)는 청아하고 앳된 외모를 자랑한다. 그러나 케이지에 오르면 사나운 파이터로 돌변한다. 그의 반전 경기력에 여러 여성 파이터들이 속고 말았다.
최제이(31·코리안탑팀/㈜성안세이브) 역시 한 번 휘말렸다. 두 선수는 지난 1월 TFC 아마리그에서 한 차례 맞붙은 바 있다. 당시 -53kg 경기로 펼쳐진 대결에서 최제이는 김은하에게 2라운드 종료 3대 0 판정패했다. 반전 타격을 속수무책으로 허용했다.
그녀에게 복수의 시간이 찾아왔다. 최제이는 오는 27일 대구 시민체육관에서 열리는 ‘TFC 드림 4’에서 김은하와 재대결을 벌인다. 둘의 경기는 여성부 아톰급(48.1kg)으로 치러진다.
“김은하에 대한 인식은 좋다. 마주칠 때 인사를 하면 반갑게 웃어준다. 체력도 좋고 늘씬한 체격이다. 리치도 길고, 외모 또한 청순해 인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1차전 이후로 각자 연습해온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즐거운 경기가 됐으면 한다.”
160cm의 김은하는 TFC 아마리그에서 1승 1무를 기록했다. 전 영역에 고루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으며, 최제이를 타격에서 압도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또다시 그녀를 제압해 한계를 느끼게 해주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최제이는 “청아한 얼굴 뒤에 숨어있는 폭발적인 체력과 돌진을 경계하고 있다(웃음)”고 밝혔다.
157cm의 최제이는 산전수전을 겪은 후 뒤늦게 종합격투기에 입문했다.
초등학생 시절 1년, 중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미국 버지니아에서 유학한 그는 숙명여대 인문학부 졸업 후 금융 관련 직종에 취직했으나 과로로 인해 병을 앓게 되면서 일을 그만뒀다.
그녀는 건강관리를 위해 크로스핏을 시작했고 무에타이를 배우며 몸을 가꿔나갔다. 이후 TFC 권형진 대표의 추천으로 코리안탑팀에 발을 들였다.
“‘시사매거진2580’에 나왔듯이 전형적인 사회인, 진장인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었다. 건강 악화로 일상생활에서의 소중함을 잃던 중, 운동을 하고나서부터 조금씩 나 자신을 되찾아나갈 수 있었다.
대학시절에는 꾸준히 요가를 수련했다. 이후 무에타이에 심취해 아마대회에 출전하는 등 타격에서 길을 찾아나갔다. 이후 TFC 대표님들을 만나 종합격투가로서의 첫 발을 디디게 됐다.”
그동안 최제이는 자신보다 무거운 선수만을 상대했다. 아톰급 선수가 없어 스트로급에 출전했었다. 지난 6월 ‘TFC 드림 3’ 장한솔과의 아톰급매치를 통해 큰 자신감을 얻었고, 넘버링 무대를 밟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파이터로서의 길을 걸어가겠다고 외쳤다.
“몸 상태는 나쁘지 않으나 체중이 좀처럼 늘지 않아 걱정이다. 현 체중은 49~50kg이다. 소심한 성격이라 긴장도 많이 한다. 또한 적지 않은 나이기에 상당한 부담을 갖고 있다. 동료들과의 훈련을 통해 부담을 떨쳐내고 있다.”
최제이는 김은하戰을 앞두고 복싱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TFC 라이트급 파이터 이경환의 다양한 코칭을 받고 있다. 확실히 달라진 펀치 스킬을 뽐내겠다고 자신했다.
그는 “타격전 양상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본다. 체력조절과 함께 다양한 타격 기술을 누가 먼저 어떻게 선보이느냐가 승부의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TFC는 지난해 밝힌 공약을 확실히 이행하고 있다. 여성 파이터 육성, 여성부리그 활성화 등을 위해 ‘TFC 드림’이라는 대회까지 론칭했다. 지난 ‘TFC 드림 3’에선 무려 여성부매치가 네 경기가 포진돼있었다.
지금까지 TFC에서 치러진 여성부매치는 총 열여섯 경기다. 지난 7월 ‘TFC 15’ 메인이벤트에서 장웨일리가 서예담을 꺾고 TFC 초대 여성부 스트로급 챔피언에 등극했다.
최제이는 “TFC 초대 여성부 아톰급 챔피언이 되고 싶다. 어린 선수들에 비해 길게 선수생활을 할 것 같진 않지만 의지가 있는 한 끝까지 싸워나가보고 싶다. 무엇을 시작하든, 열정이 있다면 ‘늦지 않았다’라는 걸 강조해 말씀드리고 싶다. 목표한 모든 걸 꼭 이루길 바란다”고 메시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