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 되살아난 공격 본능...리그 데뷔골도 시간문제

이석무 기자I 2013.12.18 12:25:27
첼시와의 캐피탈원컵 8강전에서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린 뒤 기뻐하는 기성용. 사진=선덜랜드 구단 홈페이지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기성용(24·선덜랜드)이 잉글랜드 무대 진출 후 두 번째 시즌 만에 마수걸이 첫 골을 터뜨렸다. 그동안 잠자고 있었던 공격 본능이 완전히 되살아났다.

기성용은18일(한국시간) 영국 선덜랜드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에서 열린 첼시와의 2013~2014 캐피털원컵 8강전에서 1-1 동점이던 연장 후반 13분에 시원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정규리그 꼴찌팀인 선덜랜드는 기성용의 결승골에 힘입어 정규리그 3위의 강호 첼시를 2-1로 누르고 리그컵 4강에 오르는 기쁨을 맛봤다.

기성용은 이날 선발 명단에서 빠진 채 벤치에서 출전 기회를 노렸다. 하지만 선덜랜드가 후반 초반 어이없이 자책골을 내주면서 끌려가자 기성용이 출격했다. 기성용은 후반 16분 크레이그 가드너를 대신해 그라운드에 투입됐다.

만회골이 절실한 상황에서 들어간 기성용은 공격에 무게를 두고 플레이했다. 잇따라 과감한 슈팅을 날리고 첼시의 골문을 위협했다. 기성용의 공격적인 움직임에 첼시 수비진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기성용의 활약 속에 공세를 멈추지 않은 선덜랜드는 후반 43분 파비오 보리니의 동점골로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갔다.

기성용은 연장 종료 2분을 남기고 기어이 골 맛을 봤다. 보리니의 패스를 받은 기성용은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안쪽으로 치고 들어온 뒤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첼시의 골망을 갈랐다. 기성용이 선덜랜드의 영웅이 되는 순간이었다.

기성용이 골을 터뜨리는 순간 선덜랜드 홈구장은 열광의 도가니로 바뀌었다. 기성용도 오랜만에 맛본 골 맛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유니폼 상의를 벗고 골세리머니를 하다가 경고를 받기도 했다.

기성용은 원래 공격에도 재능이 많은 선수였다. 세트피스 전담 키커로 나설 정도로 킥 능력이 좋고 위치 선정 능력도 빼어나다.

2008년 9월 10일 북한과의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 경기에선 후반 23분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려 위기의 허정무호를 구하기도 했다. 당시 기성용의 나이는 겨우 19살. A매치 2경기 만에 맛본 대표팀 데뷔골이었다. 2011~2012시즌 스코틀랜드 셀틱에서 뛰었을 때는 수비형 미드필더임에도 6골이나 넣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로 이적한 뒤에는 그동안 골과 인연이 없었다. 기성용이 셀틱에서 이적한 스완지시티의 미카엘 라우드럽 감독은 기성용에게 수비적인 역할을 강조했다. 187cm의 당당한 체격과 볼을 빼앗고, 뺏기지 않는 능력이 더 주목받았다.

하지만 현재 선덜랜드의 거스 포옛 감독은 기성용의 공격 재능을 알아봤다. 기성용을 수비 쪽에 묶어두기보다 과감한 공격 가담을 주문하고 있다. 지난 15일 웨스트햄과의 정규리그 경기에서도 공격에 치중하면서 4차례나 위협적인 슈팅을 날렸다.

이날 결승골은 기성용이 자신에게 떨어진 역할 변화에 잘 적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비록 리그 컵대회 득점이지만 조만간 정규리그에서도 골이 터질 것이라는 기대를 품을 만하다.

기성용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오늘 어려운 경기를 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2골을 넣었다. 모두가 멋진 경기를 했다”며 동료와 기쁨을 함께 했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기성용이 ‘성공의 열쇠’가 됐다는 의미인 ‘Ki to Success’라는 제목과 함께 ”기성용이 침착함을 유지하면서 연장전에 인상적인 골을 성공시켰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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