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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예체능', 8개월의 뚝심 그 놀라운 성장기

강민정 기자I 2013.12.05 09:03:03
우리동네예체능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시작은 미약하었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이 말에 의지해 뚝심으로만 8개월을 이어 온 프로그램이 있다. KBS2 예능프로그램 ‘우리 동네 예체능’(연출 이예지·이하 ‘예체능’)이다. 시청률이 화제성에 못 미치는 아쉬움이 남지만 ‘예체능’이야 말로 숫자 하나로 평가될 수 없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4월 작은 탁구대를 앞에 두고 우왕좌왕했던 이들이 이젠 연말 자선 행사를 위한 농구 빅매치까지 벌이게 됐다. SBS ‘화신’이 폐지되고, 종합편성채널 JTBC ‘유자식 상팔자’가 다크호스로 부상 중인 변화무쌍한 화요일 심야 시간대에서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킨 ‘예체능’. 그 놀라운 성장기를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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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 이예지 PD의 뚝심

‘예체능’의 첫 번째 키워드는 일반인이다. ‘예체능’은 강호동을 중심으로 한 연예인 팀과 일반인 팀이 탁구, 배드민턴, 볼링 등 생활체육으로 맞붙는 스포츠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연예인만으로 출연자를 구성할 수 있었지만 일반인을 고집했다. 덕분에 정말 우리 옆집 아저씨 혹은 우리 아빠가 TV에 나와 경기를 뛰고 있는 듯한 생동감이 느껴진다. 일반인이 합류하면서 ‘연출 제로(Zero)’라는 진정성까지 배가된 느낌이다.

일반인을 고집한 ‘예체능’은 연출을 맡은 이예지 PD의 뚝심에서 비롯됐다. 이예지 PD는 KBS2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로 처음 국내 예능프로그램에 일반인 출연자 붐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예체능’의 한 관계자는 “일반인들은 우리와 정말 닮은 이야기를 들려주면서도 우리와 전혀 다른 소재를 들고 오는 이중적인 메신저다”며 “예측할 수 있으면서도 가늠할 수 없는 매력에 시청자들이 귀를 기울이고 눈길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체능’의 전 프로그램인 ‘달빛프린스’를 통해 책 읽는 문화를 전파하고 싶었는데, 그 공익적인 취지를 생활 체육으로 돌렸고 여기에 일반인 출연진이 합세해 ‘예체능’의 매력이 더욱 커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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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체육, 제작진의 도전

‘예체능’은 처음부터 주목받진 못했다. 프로그램 홍보를 맡은 권영주 드라마틱톡 대표는 “생활 체육이라는 말이 풍기는 분위기가 동네 조기 축구회, 동네 아주머니 에어로빅, 이런 이미지였다”며 “게다가 연예인 팀은 일반인 팀보다 아마추어였기 때문에 생활 체육이라는 스포츠에 멤버들이 적응하기 전까진 팽팽한 승부가 펼쳐지기도 어려웠다”고 전했다.

하지만 제작진은 출연진 못지 않게 도전정신을 잃지 않았다. 생활체육이라는 장르를 국내에 정착시키자는 열망이 컸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스포츠가 ‘금메달 따는 경기’만이 아니라 남녀노소 일상처럼 즐기는 ‘우리 동네 운동’으로 확대되길 바랐다.

권영주 대표는 “선진국일수록 체육의 개념에 장벽과 구분이 없다”며 “‘예체능’을 기획하면서 제작진이 이 프로그램을 계기로 우리나라 스포츠가 엘리트 체육에서 생활 체육으로 범위가 넓어졌으면 좋겠다는 말을 많이 했는데, 그 욕심을 포기할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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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예체능’의 나비효과

효과는 있었다. 생활 체육인들에게 ‘예체능’은 나비효과를 일으킨 첫 날갯짓이었다. 생활체육협회는 “10년 동안 생활체육대회에 참가하는 인원이 똑같았다”며 “‘예체능’이 방송된 직후 3배로 늘었고 지금은 정확히 계산이 어려울 만큼 규모가 커졌다”고 밝혔다.

나날이 달라지는 변화에 제작진도 신기해했다. ‘예체능’이 탁구 편으로 첫 방송됐을 땐 동네 탁구장에 사람이 많아졌다. 배드민턴과 볼링 편으로 이어졌을 땐 해당 스포츠 용품이 많이 팔렸다. 가족 단위로 배드민턴 대회에 참가하는 수가 많아졌다. ‘예체능’의 파급효과가 눈으로,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KBS의 한 관계자는 “판매율이 몇배가 늘고, 몇명이 대회를 신청하는지 정확히 알아보진 않았다”며 “그럼에도 피부로 변화가 느껴지는 이유는 ‘방송해줘서 고맙다’, ‘방송 덕에 사람이 늘었다’, ‘생활체육을 앞으로도 응원해달라’, 이런 응원의 편지와 전화를 하루에도 수 통씩 받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농구 편을 방송 중인 지금은 그 효과가 극에 달했다. 케이블채널 tvN ‘응답하라 1994’와 ‘빠스껫 볼’이 방송된 시기와 맞물린 덕이다. ‘빠스껫 볼’에도 출연 중인 배우 김혁은 ‘예체능’의 농구 팀에 합류하며 스타가 됐다. 배우 서지석과 줄리엔강도 마찬가지. ‘예체능’과 ‘응답하라 1994’의 시너지 덕인지 요즘 프로농구를 보기 위한 여고생, 여대생들의 티켓 예매 경쟁이 치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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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정착, 궁극의 목표

‘예체능’의 궁극적인 목표는 트렌드를 넘어 문화로 정착시키는 데 있을 터다. 제작진은 “큰 그림을 그리고 있지만, 사실 입으로 먼저 내놓기가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분명한 건 ‘예체능’이 지금보다 더 높은, 더욱 양질의 지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점이다. ‘예체능’은 소치 동계 올림픽을 응원하러 떠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국가적인 경기는 ‘엘리트 체육’의 영역. 때문에 ‘예체능’이 강조한 생활 체육의 ‘월드 와이드’한 확장에 기대를 걸 만하다.

KBS 예능국의 한 관계자는 “사실 외국에서는 생활체육 문화가 발달돼 있고, 이들을 위한 ‘월드 와이드 매치’도 매해 큰 규모로 개최된다”며 “‘예체능’ 팀도 언젠가 그런 경기를 순회할 수 있지 않겠나”라며 말했다. 권 대표는 이어 “‘예체능’에서 말하는 우리 동네의 영역이 점점 넓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미 그 첫발은 뗐다. ‘예체능’의 첫 해외 원정경기가 일본에서 열렸다. 권영주 대표는 “‘예체능’의 사이즈가 커지는 만큼 내실도 탄탄해지고 있다”며 “출연진은 물론 제작진의 역량도 높아지면서 이 프로그램이 생활체육이라는 영역에서 견고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길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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