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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코리안투어 결산...무슨 일 있었나

이석무 기자I 2012.11.26 12:48:32
2012 코리안투어에서 상금왕을 차지한 김비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2012년 코리안투어는 지난 해보다 대회 수가 4개나 감소한 악조건 속에서도 선수들이 치열한 명승부를 펼치며 열정적인 한 해를 마무리했다.

2012년 코리안투어 시즌 초반에는 2개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하는 등 단 3개 대회 참가로 상금왕을 확정지은 김비오(22.넥슨)의 약진이 돋보였다. 하반기는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숏게임의 달인’ 김대섭(31.아리지CC)의 부활이 눈에 띄었다.

올 한해 다양한 활약을 펼친 주목할만한 선수를 중심으로 2012년 코리안투어를 분석했다.

▲해외 선수의 우승- 베른트 비스베르거, 매튜 그리핀

코리안투어 개막전이었던 ‘발렌타인 챔피언십’은 유러피언투어, 아시안투어와 공동주관하는 대회다. 코리안투어 선수 외에도 다양한 국적의 선수가 참가하는 국내 최고의 상금 규모를 자랑하는 대회다.

이 대회에서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무명 베른트 비스베르거(27) 가 첫 우승을 차지했다. 비스베르거는 유러피언 챌린지투어에서 우승경험이 있었지만 정규투어는 첫 우승이었다. 이후 지난 7월 자국에서 열린 대회에서 1승을 추가해 유러피언투어 상금랭킹 18위를 차지하며 생애 최고의 해를 보냈다.

호주 출신의 매튜 그리핀 또한 무명에서 스타로 떠오른 선수다. ‘2012 채리티 하이원리조트 오픈’ 에서 김비오(22.넥슨), 박상현(29.메리츠금융그룹) 등의 추격을 뿌리치며 우승 상금 2억원을 챙겼다. 지난해 호주투어에서 우승한 경험이 있었지만 한국에서의 우승은 처음이다. 이번 우승으로 코리안투어 시드권을 확보한 그리핀은 내년부터 한국에서도 활동할 예정이다.

▲‘생애 첫 상금왕 등극’ 김비오

김비오(22.넥슨)는 원아시아투어와 공동주관한 ‘GS칼텍스 매경 오픈’과 ‘SK텔레콤 오픈’에서 연속 우승하며 상금랭킹 선두에 올랐다. 이후 ‘2012 채리티 하이원리조트 오픈’에서 공동 4위에 오른 뒤 5월부터 상금랭킹 순위 선두 자리를 지켰고 결국 상금왕을 차지했다.

지난 2010년 한국프로골프대상과 덕춘상(평균타수상), 명출상(신인상) 등 3관왕에 올랐던 김비오는 이로써 생애 첫 상금왕 타이틀을 획득하게 됐다.

▲‘화려한 부활’ 최진호, 이인우, 김대섭

최진호(28.현대하이스코)는 ‘메리츠솔모로 오픈’에서 강경남(29.우리투자증권)의 대회 2연패를 저지하며 2010년 8월 ‘레이크힐스오픈’ 우승 이후 약 1년10개월 만에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이인우(40.현대스위스) 또한 아시안투어와 공동주관한 ‘Volvik-힐데스하임 오픈’에서 우승하며 지난 2005년 ‘기아로체 비발디파크오픈’ 우승 이후 7년 만에 통산 2승째를 달성했다.

‘화려한 부활’의 정점은 단연 김대섭(31.아리지C.C.)이다. 지난 2010년 시즌 종료 후 군에 입대한 뒤 올 시즌 하반기부터 코리안투어에 합류한 김대섭은 하반기 7개 대회 중 2개 대회에서 정상을 차지하며 상금랭킹 2위로 시즌을 마쳤다.

특히 복귀 후 세 번째 대회인 ‘동부화재 프로미 오픈’에서 정상에 오르며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과거 아마추어 시절 2번의 정상을 차지했던 내셔널타이틀 ‘한국오픈’에서 숏게임의 귀재다운 모습을 선보이며 우승컵을 들어올려 녹슬지 않은 실력을 과시했다.김대섭은 ‘2012 한국프로골프대상 시상식’에서 ‘재기상’을 수상할 예정이다.

▲‘적지에서 울린 승전보’ 밀리언야드컵 한국대표팀

밀리언야드컵은 지난 해 한국과 일본의 거리가 950km(야드 환산 시 약 100만 야드)인 점을 착안해 명명한 국가대항전이다. 밀리언야드컵의 전신인 ‘한일프로골프 국가대항전’은 2회 치러졌으며 1승 1패의 호각세를 이루고 있었다. 지난해 국내에서 열린 밀리언야드컵에서 한국이 일본을 물리치며 2승 1패를 이루며 한발 앞서 나갔다.

올해 대회를 시작하기 전 한국대표팀은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간판스타 최경주(42.SK텔레콤), 양용은(40.KB금융그룹)을 비롯해 2010년과 2011년 나란히 JGTO 상금왕을 차지한 김경태(26.신한금융그룹), 배상문(26.캘러웨이), 2010년 아시안투어 상금왕 노승렬(21.타이틀리스트) 등 세계랭킹 상위권 선수들이 대거 불참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하지만 밀리언야드컵이 처음으로 일본에서 개최되는 점을 고려, 10명의 한국대표팀 선수 중 6명의 선수를 일본 JGTO 에서 활동하는 선수로 꾸렸고, 이는 보란 듯이 적중했다.

첫째날 포섬 스토로크플레이에서 4승1패로 앞서나간 한국대표팀은 둘째날 포볼 스트로크플레이에서도 4승1무로 중간합계 8승 1무 1패의 눈부신 성적으로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대회 마지막 날 싱글 스트로크플레이에서 3승1무6패로 밀렸지만 최종 12대8 (승:1점, 무:0.5점, 패:0점)로 적지에서 승전보를 울렸다. 이시카와 료, 이케다 유타, 후지타 히로유키 등 최고의 선수로 구성된 일본팀에게 열세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을 뒤집은 승리였다. 이로써 한국대표팀은 한일프로골프 국가대항전 전적에서 3승 1패를 기록하게 됐다.

▲‘첫 메이저 타이틀 획득, 한국프로골프 대상 수상’ 이상희

2011년도 마지막 대회인 ‘NH농협 오픈’ 에서 개인 통산 첫 승과 함께 김비오가 가지고 있던 최연소 우승 기록을 갈아치웠던 이상희(20.호반건설)가 이번에는 메이저 타이틀 획득에 성공했다. ‘해피니스 광주은행 제55회 KPGA 선수권 대회’에서 인상적인 경기를 선보이며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우승은 한국프로골프협회 한장상 고문이 가지고 있던 역대 최연소 KPGA 선수권 우승에 단 2일 차이에 불과한 결과다. 이상희는 지난 해 반짝 우승이 아니냐는 주변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며 올 시즌 최고의 해를 맞았다. 밀리언야드컵을 제외하고 코리안투어 모든 대회에 참가하여 상금랭킹은 7위에 머물렀지만 우승 1회, 준우승 1회 포함 TOP10에 4번, TOP20에 9번 들며 대상포인트를 차곡차곡 쌓았고 2012년 한국프로골프 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또한 일본 JGTO 큐스쿨에서도 최종전을 남겨둔 터라 해외 진출 가능성도 높였다.

▲‘약심장에서 강심장으로’ 김대현

김대현은 호쾌한 장타에 비해 곱상한 외모와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선수로 알려져 있다. 2007년 코리안투어에 데뷔해 2011년까지 5년 연속 장타상을 독차지할 정도로 장타를 뽐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강심장이 아니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런 그가 올시즌 변했다. 올 초 4개 대회 연속 컷탈락하는 등 극심한 부진을 보였지만 남다른 전략과 강한 정신력으로 코리안투어 유일한 매치플레이 대회인 ‘먼싱웨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에서 매치플레이 절대강자이자 지난 대회 챔피언인 홍순상(31.SK telecom)을 물리치고 통산 3승째를 챙겼다.

이번 우승을 발판으로 이어진 대회인 ‘CJ INVITATIONAL HOSTED BY K.J. CHOI’ 에서는 4위, ‘코오롱 제55회 한국오픈’ 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상금랭킹 5위로 코리안투어를 마쳤다. 그는 미PGA 투어 큐스쿨 최종전에도 진출한 상태여서 올 시즌 더욱 강해진 심장을 품고 전 세계를 누빌 준비를 하고 있다.

▲‘자신의 이름을 건 대회에서 2연패’ 최경주

대한민국 골프의 ‘맏형’인 최경주가 본인의 이름을 건 대회에서 지난 해에 이어 다시 한 번 정상에 오르며 관록을 과시했다. 최경주의 경기력은 안정적이었고 흔들리지 않았다. 짙은 안개로 대회가 지연되고 연기돼도 후배들을 독려하며, 멋진 경기를 펼쳤다. 또한 획득한 상금 전액을 ‘최경주재단’ 에 기부해 화제를 낳으며 기부문화에도 앞장섰다.

지난해 초대 대회에서 ‘휴대폰 벨소리 없는 대회’ 라는 슬로건으로 갤러리 및 골프 관계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던 이 대회는 올해 ‘담배연기 없는 대회’라는 슬로건으로 아름다운 갤러리 문화 정착에도 기여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신예들의 활약’ 김민휘, 백주엽

올 시즌 신인 선수들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대표 주자는 김민휘(20.신한금융그룹)와 백주엽(25).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개인전과 단체전 2관왕을 차지한 기대주 김민휘는 자신의 스폰서인 신한금융그룹이 주최하는 ‘제28회 신한동해오픈’에서 프로 데뷔 첫 승을 신고하며 명출상(신인상)을 차지했다.

올 시즌 참가한 10개 대회에서 모두 컷 통과하는 등 우승 1회 포함, TOP10에 4번 오르는 선전을 보이며 상금랭킹 6위로 시즌을 마쳤다. 또한 미PGA 투어 큐스쿨 최종전에 진출해 해외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김민휘와는 대조적으로 백주엽은 무명 선수나 다름 없었다. 코리안투어 마지막 대회인 ‘WINDSOR Classic’대회 전까지 상금랭킹 80위권에 머물며 내년 투어카드를 걱정하는 처지였다. 하지만 ‘WINDSOR Classic’에서 안정된 플레이를 선보이며 우승을 차지해 코리안투어 ‘신데렐라’로 급부상했다. 백주엽은 신인왕포인트에서 김민휘에 이어 2위에 오르며 2012 한국프로골프대상 장려상을 수상했다.

▲‘무관의 TOP 5’ 강경남, 박상현

코리안투어의 흥행을 책임지는 선수는 강경남(29.우리투자증권)과 박상현(29.메리츠금융그룹)이다. 두 선수는 나란히 상금랭킹 3위와 4위를 기록했지만 아쉽게도 우승컵을 차지하지는 못했다.

강경남은 코리안투어 모든 대회에 참가해 2번의 준우승을 비롯, TOP10에 5차례 오르는데 그쳤다. 강경남이 우승을 하지 못한 것은 지난 2009년 시즌 이후 처음이다.

박상현은 올 시즌 가장 안타까운 선수로 기억된다. ‘제31회 GS칼텍스 매경오픈’과 ‘SK telecom 오픈’에서 마지막 날 부진해 김비오에게 연거푸 우승을 내주더니 ‘제7회 메리츠솔모로 오픈’에서도 3라운드까지 선두에 1차 뒤진 2위로 선두를 위협하다가 마지막 날 무너지며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코리아투어의 당면 과제

투어의 규모를 가늠하는 것은 대회 수와 상금 규모가 가장 큰 척도다. 올 시즌 코리안투어는 대회 수에서도 총상금 부분에서도 하락세를 보였다. 타 단체와의 공동주관 대회도 늘어나 상대적으로 코리안투어 선수들의 설 자리가 줄어들었다. 좋은 기량의 선수들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선수들이 해외 진출로 진출해 국위선양하고 외화벌이를 하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당연히 반길 일이다. 하지만 현실은 코리안투어에서 뛸 자리가 없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해외로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코리안투어 선수들이 자웅을 겨루고 실력을 쌓아 나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코리안투어와 그 울타리 안에서 ‘제2의 최경주, 양용은’을 꿈꾸고 있는 선수들을 위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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