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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란의 어깨 부상은 알려진 것 이상으로 심각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손을 위로 올리는 것 조차 힘겨울 정도였다.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은 그런 장미란에게 자신이 어깨 재활 때 쓰던 튜빙(근력 강화 밴드)을 선물했다. 그리고는 감사 인사를 전해 온 장미란과 한가지 약속을 했다. “경기가 끝나기 전까지는 아프다는 핑계 대지 말자.” 장미란도 무슨 뜻인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김 감독과 장미란은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후 식사 자리에서 우연히 만나 그동안 특별한 우정을 쌓아왔다.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극한의 고통을 이겨내야 한다는 정신, 또 쉽게 뒤 돌아보거나 도망갈 곳을 찾아서는 결코 진정한 최고가 될 수 없다는 마음이 통했기에 40년 넘는 나이차를 뛰어 넘어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동지가 될 수 있었다.
실제로 장미란은 끝까지 자신의 불리함을 먼저 말하지 않았다. 부상에 대한 질문에도 그저 “마지막까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뿐이다. 올림픽을 즐기겠다”고만 답했다.
역도는 스스로와 싸워 이겨야 하는 스포츠다. 경기에 들어가기 전 자신이 낼 수 있는 최고치가 어느정도인지는 알 수 있다.
용상 최강자 장미란의 최고 기록은 187kg. 그러나 6일(한국 시간) 그가 여자 역도 75kg이상급에 출전해 들어올린 기록은 164kg에 불과했다. 자신의 최고 기록에 무려 23kg이나 부족한 수치. 힘겹게 그 무게를 들어봐야 동메달도 확신할 수 없다는 걸 그도 잘 알고 있었다.
장미란이 바벨을 들기 위해 나섰을 때 금메달을 다투고 있던 저우루루(중국)와 카시리나(러시아)는 등장도 하지 않고 있었다. 신청한 무게 자체가 장미란 보다 훨씬 무거웠기 때문이다. 용상 세계 기록 보유자인 장미란에게는 서기 싫은 무대였을 수도 있다.
늘 최고의 자리에만 서 있었던 그다. 굳이 이번 대회에 나가 초라한 모습을 보이지 않아도 최고의 대우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장미란은 도망가지도, 아프다는 핑계를 대지도 않았다.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무게를 들어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를 받아들였다.
장미란은 모든 것이 끝난 뒤에서야 처음 힘든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에게 돌아온 건 4위라는 성적표. 하지만 그가 들어올린 감동은 그 몇배 이상 든든하고 따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