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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날 경기의 진정한 주역은 토종 에이스 고영표였다. 구원투수로 나선 고영표의 ‘살신성인 투구’가 아니었다면 KT의 승리는 불가능했다.
고영표는 9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LG트윈스와 준플레이오프(준PO) 4차전에서 4-3으로 앞선 5회초 구원등판했다.
4이닝 3실점 후 일찍 마운드를 내려간 선발 윌리엄 쿠에바스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나와 3⅓이닝을 1실점으로 틀어막았다. 52개 공을 던지면서 안타 2개, 볼넷 1개를 허용하긴 했지만 치열한 승부에서 KT가 승기를 잡는데 있어 고영표의 역할은 절대적이었다.
고영표는 이날 경기 초반부터 불펜에서 대기했다. 계속 쿠에바스가 불안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이강철 kt 감독은 결국 5회초 고영표를 마운드에 올렸다.
고영표는 등판하자마자 흐름을 완전히 가져왔다. 신민재, 오스틴 딘, 문보경을 삼자범퇴 처리한데 이어 6회초에도 2사후 김현수에게 안타를 맞긴 했지만 실점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7회초에도 2사 후 신민재에게 우전 안타를 허용했지만 실점은 없었다. 2사 1루 상황에서 오스틴 딘의 잘맞은 타구를 직접 잡아낸 뒤에는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하기도 했다.
고영표는 8회도 등판했다. 첫 타자 문보경에게 볼넷을 내줬으나 다음 타자 박동원을 내야 땅볼로 잡은 뒤 소형준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이후 소형준이 동점을 내주면서 고영표에게 1실점이 기록됐다. 경기도 5-5 동점이 됐다.
하지만 KT는 결국 연장 접전 끝에 6-5 승리를 거뒀고 고영표의 투혼은 헛되지 않았다.
고영표의 투혼은 지난 달 28일 정규시즌 키움히어로즈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팀 세 번째 투수로 나와 5이닝 동안 48개 공을 던지며 1실점으로 막고 팀 승리를 이끌었다. 그 승리 덕분에 공동 5위로 가을야구 막차 티켓을 따낼 수 있었다.
고영표는 이틀 뒤 1일 SSG 랜더스와 5위 결정전에 세 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이때도 1⅔이닝을 1실점으로 막고 KT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진출을 이끌었다.
본격적인 가을야구에서도 고영표는 쉴 틈이 없었다. 3일 두산베어스와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에선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당시 투구수는 14개였다.
그리고 하루 쉬고 5일 LG와 준PO 1차전에 선발투수로 나왔다. 절대적으로 휴식이 필요했지만 고영표는 구멍난 선발진을 메우기 위해 등판을 자원했다. 결국 4이닝 동안 56개 공을 던지며 1실점만 내주는 호투로 KT의 3-2 승리를 이끌었다.
고영표의 투혼은 4차전에서 다시 빛났다. KT가 1승 2패로 벼랑 끝에 몰리자 불펜에서 대기했고 또다시 혼신의 역투로 승리 발판을 놓았다.
올 시즌 KT의 가을야구는 고영표를 빼놓고 도저히 설명이 안된다. 고영표가 없다면 KT의 가을야구도 없었다. 에이스의 존재감이 무엇인지 고영표는 2024년 가을야구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