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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대표팀은 25일 호주 시드니 풋볼 스타디움에서 열린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남미 복병’ 콜롬비아에 전반 30분과 39분 연속골을 허용해 0-2로 패했다.
콜롬비아전은 한국이 16강에 가기 위해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였다. 한국과 같은 조에 속한 조별리그 3차전 상대 독일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위의 절대강자다. 객관적인 전력상 한국이 이기기 힘든 상대다.
한국으로선 콜롬비아전과 모로코(FIFA랭킹 72위)전에 승부를 걸어야만 했다. 특히 콜롬비아는 한국과 16강 진출이 가능한 조 2위 자리를 다툴 경쟁자라는 점에서 꼭 승리가 필요했다.
경기 내용면에선 한국은 크게 뒤지지 않았다. 슈팅 숫자에선 5-17로 많이 밀렸지만 유효 슈팅은 3-5로 큰 차이가 없었다. 볼 점유율도 30% 대 38%(경합 32%)로 대등했다.
특히 전반 중반까지는 한국이 콜롬비아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콜롬비아는 우리 선수들의 적극적인 압박과 과감한 슈팅에 당황한 기색이 숨기지 못했다. 비록 골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조소현, 최유리, 지소연 등의 슈팅은 콜롬비아 수비를 흔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한국에게 유리하게 흘러가는 듯했던 경기 흐름은 불의의 핸드볼 파울로 뒤집어졌다. 전반 28분 한국 진영 페널티 지역 오른쪽에서 마누엘라 바네가스가 때린 슛이 한국 수비수 심서연의 오른팔을 맞은 것. 주심은 곧바로 페널티킥을 선언했고 심서연에게 옐로카드를 꺼냈다. 페널티킥 키커로 나선 카탈리나 우스메는 골키퍼 윤영글을 완전히 속인 뒤 골망을 흔들었다. 이 골은 이날 경기의 선제 결승골이 됐다.
전반 39분에는 뼈아픈 골키퍼 실수가 나왔다. 콜롬비아의 2005년생 ‘신성’ 린다 카이세도가 때린 오른발 중거리슛이 골로 연결됐다. 골키퍼 윤영글이 슈팅을 제대로 쳐내지 못했다. 공은 윤영글의 손을 맞고 골문 안으로 굴러 들어갔다. 사실상 한국이 허용한 두 골 모두 내주지 않아도 될 실점이었다. 그래서 안타까움이 더 클 수밖에 없었다. 대표팀 에이스 지소연은 경기 후 눈물을 쏟기도 했다.
선수들도 더 잘할 수 있었던 경기를 놓친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지소연은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초반에는 괜찮게 시작했는데, 페널티킥을 내주고서 분위기를 빼앗겼고 작은 실수로 인해 두 번째 골도 내주며 어려운 경기를 했다”며 “큰 대회에서 실수가 나오면 좋지 않은데 핸드볼 상황에서 페널티킥으로 첫 골을 내줘 아쉬웠다”고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이금민도 “페널티킥을 이른 시간에 내줘 저희가 지배하고 있던 경기 분위기를 내준 것이 아쉬웠다”며 “첫 경기라 선수들이 긴장을 좀 했는데, 경기 자체는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록 콜롬비아에게 패하긴 했지만 대회는 계속된다. 16강 진출 가능성이 낮아지긴 했지만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니다. 남은 경기에서 최선을 다한 뒤 결과를 받아들이면 된다. 지소연도 “팬들이 많이 와주셨는데, 좋은 결과로 보답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다음 경기가 있으니 잘 준비해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