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러한 최상의 효율적인 ‘자기 PR’에 성공한 한 남자가 있다. 배우 이동휘다. KBS2 드라마 ‘조선총잡이’에서 배우 이준기의 든든한 조력자로 카리스마를 보여준 이동휘는 현재 영화 ‘타짜-신의 손’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올해 서른, 남자로서 적지도 많지도 않은 아주 애매한 위치에 걸터 앉아있는 그는 매 순간을 기회로 바꾸는 탁월한 순발력으로 자생해왔다. ‘타짜-신의 손’을 본 관객이라면 황홀한 뒤태를 보여준 신세경, 육감적인 몸매를 드러낸 이하늬만큼 “아, 똥 쌌어요?”라고 말하는 ‘그 남자’를 기억할 터다.
“캐릭터 욕심이 많아서 비주얼은 포기한다. ‘조선총잡이’에서도 그랬고 이번 영화에서도 그랬다. 그래서 사람들이 평소의 날 보면 잘 못알아본다. 실제로는 워낙 패션에 관심도 많고, 스타일리스트와 의견 갈등을 빚으면서까지 내 모습에 신경을 쓰니까.(웃음) 내가 바라는 건 그저 연기로 이슈가 되는 일이다. 서른이 돼서야 연기다운 연기를 해보고, 일다운 일에 뛰어들었지만 내 스스로를 이런 상업 시장에 내놓기 전에 연기로 누군가를 속이고 싶지 않았다. 그만큼의 내공을 쌓기까지 보낸 시간은 헛되지 않는다. 값어치 있는 사람이 되는 시간이었고, 분명 그 노력을 알아봐주는 분들이 있을 거다.”
이동휘의 입에선 시종일관 그럴 듯한 말들이 나왔다. 말솜씨도 훌륭했고, 단어 선택도 남달랐다. 스스로를 ‘레지스탕스’라고 표현하기도 했고, ‘낭중지추’라는 말을 들어 “내 삶은 권태롭지 않다”는 이야기를 풀어내기도 했다.
그렇다고 책을 많이 읽어 지혜를 쌓은 사람처럼 보이진 않았고, 무언가 대단한 철학에 사로잡힌 사람도 아니었다. 뇌는 깨어있고, 마음은 열어뒀다. 웃음 포인트를 놓치지 않으려고 했고 진지함 속에 반전을 안기는 유쾌한 인간으로 성장했다. 그렇게 스스로를 단련하는데만 집중하고 채찍질하길 3년. 배우 김유석을 만나면서부터 이동휘의 연기 인생은 조금 다른 물꼬를 트기 시작했다.
|
그때부터 김윤석은 이동휘에게 운명같은 존재가 됐다. 감사함은 물론 ‘저렇게 좋은 배우가 돼야지’라는 보다 뚜렷한 지향점을 바라보게 됐다. 이동휘가 김윤석의 ‘귀’에 들어온 운명같은 일을 두고 스스로는 운이 좋았다고 하지만 그가 영화판에서 ‘튀는 존재’가 된 우연은 이후에도 반복됐다.
“영화 ‘집으로 가는 길’에서 내가 전도연 선배의 대사를 제치고 가장 기억에 남은 명대사 1위에 오른 적이 있다. ‘우리에겐 네티즌이 있다’는 대사였는데, 그것도 애드리브였다. 아마 나에겐 순발력 밖에 없다고 생각해야 할 것 같다. 눈치만 늘었는데 그때마다 내놓는 결과물을 감독님도 좋아해주시고 관객에게도 인정 받으니, 참 기분 좋은 일이다.”
우연이 반복되면 필연이다. ‘타짜-신의 손’으로 다시 스크린에 얼굴을 비추게 된 이동휘는 이번에 김윤석의 ‘눈’에 들었다. 전작인 ‘타짜’에서 주연으로 출연한 김윤석은 이번 시리즈에서 특별 출연으로 존재감을 더했다. 편집본을 보던 김윤석은 이동휘의 연기하는 모습을 봤고 칭찬을 쏟아냈다.
“그때 감독님이 ‘이 배우 김윤석씨랑 같은 회사잖아요’라고 했다더라.(웃음) 김윤석 선배가 날 ‘치킨집 남자’로 기억해주실지 모르겠지만 다시 뵙게 되면 정말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집으로 가는 길’ 영화가 개봉되고 사실 많은 기획사에서 연락이 왔는데 그 중에서 심엔터테인먼트(현 소속사)에서 전화가 왔을 땐 믿지 않았다. 김윤석 선배가 계신 곳 아닌가. 정말 행복했다. 그 회사, 그곳에 있는 배우들에게 누가 되지 않을 만큼 좋은 배우로 성장해야겠다는 욕심이 더 생겼다.”
|
“‘조선총잡이’에 임하면서 처음으로 ‘내가 뭔가 만들 수 있겠다’는 여지를 느꼈다. 좋은 대본을 받았고, 캐릭터와 작가주의를 거스르지 않는 한해서 대사를 바꾸거나 느낌을 달리해도 너그러이 이해해주셨다. 처음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거울을 봤을 때 ‘너 이렇게 생겨서 배우가 되고 싶다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양심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걸 채울 수 있는 건 결국 연기 하나였다. 내가 많이 부족하다는 걸 알고 수련하고 공부하고 있다.”
이동휘는 현재 배우 류승룡, 걸그룹 미쓰에이의 수지와 함께 영화 ‘도리화가’를 촬영 중이다. 또 한번의 사극이고 판소리를 배우고 익히는 또 한번의 새로운 도전이다. 종횡무진 활약을 예고하고 있는 이동휘를 이젠 김윤석이 아닌 관객의 ‘귀’와 ‘눈’으로 지켜봐야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