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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퀴어영화'… 日 멜로거장의 색다른 도전 [인터뷰]

윤기백 기자I 2023.02.18 18:00:00

'궁쥐에 몰린 쥐는 치즈 꿈을 꾼다'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 인터뷰
"잠시 잃어버린 순도, 되찾게 돼"
"원작과 다른 결말? 흐름 속 변화"

영화 ‘궁지에 몰린 쥐는 치즈 꿈을 꾼다’를 연출한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사진=홀리가든)
[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제가 만드는 러브 스토리의 순도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어요. 그런 와중에 ‘궁지에 몰린 쥐는 치즈 꿈을 꾼다’라는 원작을 접했습니다. 남자를 성적인 대상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인간에 대한 호의를 느낄 수 있었고, 잠시 잃어버렸던 순도를 되찾는 경험을 하게 됐죠. 새로운 문을 열고나니 새로운 순도를 발견한 느낌을 들게 한 작품입니다.”

‘일본 멜로영화의 거장’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은 영화 ‘궁지에 몰린 쥐는 치즈 꿈을 꾼다’로 첫 퀴어 영화에 도전한 계기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2004), ‘나라타주’(2018) 등 사랑의 본질과 감정을 섬세하게 탐구한 작품을 통해 ‘유키사다 이사오’라는 새로운 멜로 흐름을 만들어냈다. 그런 그가 차기작으로 퀴어 로맨스를 택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렸다.

영화 ‘궁지에 몰린 쥐는 치즈 꿈을 꾼다’의 한 장면(사진=홀리가든)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은 최근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자리에서 처음으로 퀴어 영화에 도전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전혀 다를 게 없는 로맨스를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정말 순수한 것에 대해 굶주려있지 않냐”고 반문하며 “남자와 남자의 사랑을 보면서 귀엽다는 생각을 했고 설레기도 했는데, 그런 것들이 당연하게 그려지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은 자신의 연출작인 ‘고’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는 의미에서 ‘고’ 때와 비슷하다”며 “이번 작품은 동성애든 이성애든 변하지 않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상대의 마음을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거기에서 벗어나려 애쓰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영화 ‘궁지에 몰린 쥐는 치즈 꿈을 꾼다’를 연출한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사진=홀리가든)
지난 8일 개봉해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궁지에 몰린 쥐는 치즈 꿈을 꾼다’는 관람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은 “사랑의 크기가 다르면 이렇게 아프다는 걸 잘 보여준 작품”, “옮겨 다니는 사람, 한 사람에게 올인하는 사람… 캐릭터가 흥미로웠다”, “기대 이상의 수작이 나왔다”, “곱씹어 생각할수록 슬픈 이야기” 등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주연 배우인 오쿠라 타다요시와 나리타 료에 대한 호평도 뜨겁다. 일본의 탑 아이돌이자 쟈니스 소속의 그룹 ‘칸쟈니8’ 멤버 오쿠라 타다요시는 상대를 사랑하지 않아도 누구든 곁에 두고 싶은 쿄이치 역을 맡아 마성의 매력을 선보인다. 출중한 외모와 뛰어난 연기력으로 일본에서 가장 핫한 배우로 손꼽히는 나리타 료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아도 쿄이치의 곁에 머무르고 싶은 이마가세를 열연했다. 짝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흡인력 높은 연기로 남다른 감흥을 선사하고 있다.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은 “동성애를 그려내기 힘든 면도 있었고, 감정도 알 수 없는 면도 있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어 그는 “이마가세는 약자가 아닌 강자, 용감한 게이 소년으로 그려내고 싶었다”면서 “그 반대편에 있는 쿄이치는 상황에 농락되는 인물로 표현하고 싶었다. 그의 입장을 궁지로 몰아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으로 작품을 만들었다”고 밝히며 두 인물의 대비되는 모습을 지켜봐 줄 것을 당부했다.

원작과는 다른 결말에 대해서는 “독자들이 원작을 보고도 여러 가지 해석을 하는 것처럼, 나도 내 판단에 따르다 보니 결말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며 “사실 원작이 어땠는지 잊었다. 결말이 다른 것은 내가 받아들인 흐름 속의 변화”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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