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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세계화 뒤 J팝의 역습.."현실 직시해야"

조우영 기자I 2012.11.13 14:06:43
한국·중국·일본 합작 대표 아이돌 ‘크로스진’
[이데일리 스타in 조우영 기자] 가수 싸이(35·본명 박재상)가 미국 빌보드 싱글 메인 차트인 ‘핫100’서 7주 연속 2위에 오르고 ‘2012 MTV 유럽뮤직어워드’에서 본상(베스트 비디오 부문)을 받는 등 K팝의 세계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J팝의 역습이 만만치 않다.

◇ K팝 시장 잠식 노리는 日 자본

일본 정부가 자국 내 음반사의 K팝 유통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가 하면(본지 10월16일자 ‘日, K팝 유통 강제 제한?..견제 심상찮다’ 보도 참조) 그들의 거대 자본이 K팝 시장을 시나브로 잠식하고 있다. 일본이 ‘K팝의 J팝화’를 노리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본 덴쓰 관계자는 최근 이데일리 스타in과 인터뷰에서 “2년 뒤 일본 내 K팝의 위상은 지금과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J팝의 부흥기가 도래하는 시점과 맞물려 K팝 시장을 오히려 일본에 내줘야 할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덴쓰는 일본 최대 광고·마케팅 회사이자 콘텐츠 유통업체다. 각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에도 자본을 투자·제휴 관계를 맺고 있다.

‘잘 나가는’ K팝에 대한 일본 관계자의 질투와 시기일 수도 있으나 그가 이처럼 자신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는 “벌써 일본 자본이 사정이 여의치 않은 한국 기획사와 아이돌 그룹을 깊숙이 파고들어 대거 투입돼 있다”고 전했다. 일본 소니 계열사인 소넷엔터테인먼트가 손담비·애프터스쿨 등의 소속사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지분 50%(약 50억 원)를 가진 것처럼 알려지지 않은 사례들이 훨씬 많다는 설명이다.

◇ 한국 신인·인큐베이팅 시스템 흡수

지금은 일본이 한국 기획사에 고개를 숙이고 손뼉을 치며 우리의 트레이닝 시스템을 배우고 있다. 연습생이나 프로듀싱 팀을 보내 ‘아이돌’을 만드는 교육 체계부터 기술적인 측면까지 속속 체험·습득하기도 한다. 한국 연예계 특유의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일본이 흡수할 날이 멀지 않았다. 그는 “한국의 재능 있는 신인들을 아예 선점해 일본 가수로 데뷔시키려는 계획도 점차 늘고 있다”며 “체질 개선에 성공한 일본 기획사가 막강한 자본력과 결합하는 순간, K팝은 심각한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기는 현실화되고 있다. K팝 가수들의 올해 일본 연말 3대 가요제 출연이 힘들어지는 분위기다. 최근 발표된 후지TV ‘FNS 가요제’ 1차 출연자 60팀 중 한국 가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NHK ‘홍백가합전’도 동방신기와 소녀시대가 거론되고 있지만 출연이 아직 불투명하다. TV아사히 ‘뮤직스테이션 연말 스페셜 라이브’ 무대 역시 타 방송사의 추이를 지켜보는 모양새다.

독도 문제를 고려한 정서적 이유도 있다. 국내 음악 전문가들은 그간 일본 내 한류의 영속성을 전망하면서 우려 섞인 시선이 많았다. 일본이 자국 시장을 K팝에 점령당한 채 언제까지나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

◇ K팝 실력파 작곡가·프로듀서에 ‘군침’

활동 가수 숫자 대비로 보면 현재 일본 음반 시장은 K팝 그룹, 일본 국민 걸그룹 AKB48, 그 외 다양한 장르 가수들이 3등분하고 있는 모양새다. 정상급 K팝 그룹의 체감 영향력과 파급력은 AKB48과 맞먹는다. 일본 음악계는 K팝이 약진할수록 울상이다. 겉으론 일단 ‘돈이 되는’ K팝 가수들 앞에서 웃고 있지만 그들 속으론 칼을 갈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J팝 가수들도 한국 상륙의 문을 끊임없이 두드리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다수 관계자들은 문화적 상호교류 측면에서라도 한국의 J팝 개방은 결국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일본 관계자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대목이 있다. K팝의 세계화를 이끌고 있는 실력파 유망 작곡가·프로듀서들이 일본 음반사로 이탈해 그들과 손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다. 속된 말로 ‘돈 앞에 장사 없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다.

국내 한 대형기획사 대표는 “‘K팝’이란 해외 팬들이 접하고 좋아하는 한국 음악을 칭하는데, 만약 일본 기획사가 제작한 한국 가수가 일본에서 데뷔한다면 이것을 ‘K팝’이라고 할 순 없다”고 말했다. 강태규 대중음악평론가는 “규모가 작고 열악한 한국 음악 시장에서 K팝은 10여 년간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뤄냈다”며 “K팝의 경쟁력이 탄탄한 만큼 일본의 역습이 당장 큰 위협이 되진 않겠지만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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