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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 5일 종영한 SBS주말드라마 ‘조강지처클럽’(극본 문영남, 연출 손정현)은 한마디로 104부작 대하통속불륜가족드라마였다. 아내들이 외도를 한 남편들에게 복수를 한다는 내용이 드라마의 뼈대를 이룬 ‘조강지처클럽’은 근래 드라마로서는 드물게 만 1년이 넘도록 방영됐다.
그러나 봉건시대나 어울릴법한 본처와 처첩간의 관계설정을 비롯해 나화신, 한원수, 한심한, 모지란, 한복수, 이기적 등 등장인물의 이름에서 보듯 캐릭터들의 극단성과 불륜과 폭력이 난무했던 전개 등 공중파 드라마에서는 부적합했던 내용들로 인해 시청자들의 비판도 높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초부터 30%의 시청률을 넘나들며 SBS 프로그램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결국 5일 최종회는 40.2%(TNS미디어)의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지난 해 SBS 최고 인기드라마였던 '내 남자의 여자'나 '쩐의 전쟁'도 도달하지 못했던 시청률이다. 이처럼 높은 시청률을 가능하게 했던 ‘조강지처클럽’만의 내부적 원동력 3가지를 꼽았다.
◇문영남 작가의 힘..."내 사전에 쪽 대본은 없다"
국내 드라마 제작현장의 고질병 중 하나가 촬영 당일까지 드라마의 대본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생겨난 말이 소위 쪽대본이다. 그러나 문 작가의 사전에는 쪽 대본이란 단어가 없었다.
문 작가는 촬영 2주 전에 미리 대본을 배우들에게 보여줬으며 배우들은 시간을 갖고 대본을 분석, 연기의 깊이를 더할 수 있었다. 드라마 방영이 5일에 끝났지만 드라마 종방연은 지난 9월 중순에 할 수 있었던 것도 대본이 미리 나와 촬영을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한원수 역을 맡은 안내상은 “미리 대본이 나오기 때문에 준비를 많이 한 상황에서 연기를 할 수 있었다”며 “게다가 문 작가는 출연배우들의 사소한 버릇까지 미리 파악해 각자 맡은 캐릭터 속에 녹여냈다”고 밝혔다.
문영남 작가는 1992년 제1회 MBC 문학상 공모에서 ‘분노의 왕국’이 당선 되고 이 소설이 드라마로 만들어지면서 드라마 작가로 데뷔하게 됐다. 이후 문 작가는 KBS 1TV 일일드라마 ‘정 때문에’와 ‘바람 불어도’, ‘장밋빛 인생’과 ‘소문난 칠공주’등의 극본으로 방송가 시청률 제조기의 명성을 쌓았다.
◇하나로 똘똘 뭉친 팀워크...매주 목요일 회식으로 내부 결속
지난 1년 동안 드라마 촬영을 지속해오면서 조강지처클럽 출연진들은 매주 목요일 소위 노래방 회식을 빠짐없이 했다. 이들은 정기적인 회식을 통해 서로간의 벽을 허물었고 진짜 가족 같은 분위기로 조강지처클럽 내부의 결속을 다졌다.
한심한 가문의 막내 한선수로 분한 이준혁은 “처음에는 연차가 높은 선배들과 연기를 하는 것이 솔직히 쉽지는 않았다”면서 “하지만 매주 정기적인 회식자리를 통해 선배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며 친해졌고 이로 인해 극중 연기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회식자리가 만날 놀기 위한 자리는 아니었다. 문영남 작가는 종종 회식에 배석해 배우들과 함께 웃고 즐기는 가운데서도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며 극중 캐릭터로 녹아냈다. 배우들 또한 자신의 연기에 대해 고민을 털어놓으며 서로를 격려했다.
드라마 종방연에서 문영남 작가는 “매주 이어지는 회식자리에서 울지 않았던 배우들이 없었다”며 “실제로 가족처럼 서로를 아끼고 보듬어 줬던 배우들의 팀워크가 드라마의 성공에 영향을 미쳤다”고 공을 돌렸다. 연출을 맡은 손정현 PD 역시 “그 어떤 드라마 촬영 현장보다 출연진간의 소통과 정이 두터웠던 곳”이라고 ‘조강지처클럽’의 팀워크를 높이 치켜세웠다.
◇연기력으로 통속극 한계를 극복한 배우들
문영남 작가의 성실한 극본과 출연진들의 탄탄한 팀워크는 결국 배우 각각의 연기력으로 승화되어 ‘조강지처클럽’의 인기를 주도하는 핵심적인 원동력이 됐다.
‘조강지처클럽’이 비록 막장드라마 내지,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라는 명예롭지 못한 별명을 얻었지만 적어도 배우들의 연기에 있어서만큼은 근래 그 어떤 드라마보다 ‘명품’이었다. 드라마 인터넷 게시판에도 드라마를 비판하는 시청자들의 항의 글은 많을지언정 배우들의 연기를 지적하는 글은 극히 찾아보기 어려웠다.
방영 초 10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하는 오현경의 연기가 다소 어색하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자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특히 국내 드라마 사상 전무후무한 캐릭터라 할 수 있는 한원수 역의 안내상의 연기는 극의 재미를 이끌면서도 극의 리얼리티를 부여했다.
SBS 드라마국의 한 관계자는 “‘조강지처클럽’ 촬영장에서 눈물연기를 위해 눈에 안약을 넣고 하는 배우들을 찾아보기 어려웠다”며 “언제 다시 이런 배우들과 함께 드라마를 촬영할 수 있을까하는 아쉬움을 들 정도로 연기자들의 연기는 근래 드라마 중 최고였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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