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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온 뒤 마주한 세상에서 느낀 바를 음악으로 풀어 내보고 싶었어요.”
래퍼 조광일이 신곡 ‘곡예사2’로 돌아왔다. 독기 서린 속사포 랩으로 세상을 놀라게 한 대표곡 ‘곡예사’의 후속판 격인 곡이라 이목을 끈다.
최근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이데일리와 만난 조광일은 “‘곡예사’가 비주류 세계에서 겪은 바를 담아낸 곡이었다면, ‘곡예사2’는 주류 세계 안으로 들어와 체감한 바를 다룬 곡이라고 할 수 있다”고 신곡을 소개했다.
1996년생인 조광일은 2019년 ‘그로우 백’(Grow Back)이란 곡으로 힙합씬에 정식으로 발을 들였고, 이듬해 ‘곡예사’로 이름 석 자를 씬에 확고히 새겼다.
Mnet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10’ 우승은 그로부터 불과 1년여 뒤에 거둔 성취다. 조광일은 ‘어두운 터널’을 특유의 속사포 랩처럼 빠른 속도로 빠져나오며 범상치 않은 신예 뮤지션의 등장을 알렸다.
“마냥 좋은 면만 있는 건 아니더라고요. 터널을 빠져나왔는데 햇빛이 너무 강하니까 얼굴이 찡그려지는 상황과 같았다고 할까요.” 조광일은 ‘쇼미더머니10’ 우승 이후 이전보다 폭넓은 분야에서 활동하며 느낀 바를 이 같이 설명했다.
“주류 세계에서도 계급 아닌 계급이 또 나뉘더라고요. 인기가 조금이라도 식었다 싶으면 곧바로 다른 사람으로 갈아 치워 버리는 일도 비일비재하고요. 위에 올라가면 마냥 부귀영화를 누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거죠.”
조광일은 ‘쇼미더머니10’ 우승을 계기로 유명세를 얻게 되면서 생긴 장단점이 분명했다고도 털어놨다.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분이 제 음악을 들어주시고, 인정도 많이 받게 되고, 돈도 많이 벌게 되는 등 좋아진 부분이 많죠. 하지만 길에서 사진을 같이 안 찍어준다는 이유로 욕을 먹는 등 사적인 부분에선 안 좋아진 부분도 있어요.”
다양한 분야에서 쏟아지는 제안을 소화해야 하는 데 대한 벅참도 느꼈단다.
“‘쇼미더머니10’ 우승 이후 다양한 일이 들어왔는데 저와 조금이라도 맞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고사하곤 했어요. 그렇다 보니 점차 제안이 줄어들고, 저를 향한 관심이 식어가는 분위기도 느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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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슬럼프가 와도 하루 만에 없어지는 사람이에요. 매일 작업실에 가는 게 일상인데 ‘안 되면 내일 하면 되지’ 하는 편이거든요. 작업실에선 보통 좋은 음악과 비트를 찾기 위한 ‘디깅’(Digging)을 3~4시간 정도 하고, 그에 맞춰 랩을 뱉어보며 연습과 작업을 이어나갑니다.”
‘곡예사2’는 더 넓은 세상에 대한 적응을 어느 정도 마친 조광일의 이야기가 담긴 곡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건 잘못되었으니까 똑바로 고쳐야 돼!’라고 하기 보단 제가 느낀 바를 담아내는 데 충실했어요. 이전과 비교하면 마인드가 조금 유해졌죠. 터널 안에서 두꺼운 옷을 입고 있었다고 치면 덥다고 불평만 하고 있을 게 아니라 ‘더우면 옷을 벗으면 되지’라고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할까요.”
자신의 대표곡의 후속판을 만든다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기도 했다. ‘재탕’이라는 부정적 시선이 따라붙을 수 있어서다.
“소속사 사자레코드 스컬 대표님이 ‘곡예사2’를 만들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하셨어요. 같은 제안을 예전에 받았을 땐 끌리지 않았는데, 지금 시점에서 하면 재미있게 풀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작업에 들어가게 됐죠. 부정적 시선이 있을 수 있다는 것도 예상했지만, 그런 부분에 얽매이기보단 그냥 ‘재미있게, 잘 해내보자’는 생각이 더 컸습니다.”
‘곡예사2’는 발표 이후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이 가운데 조광일은 ‘곡예사’ 때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리믹스 버전을 추가로 발매해 곡을 향한 반응에 폭발력을 더했다.
MC스나이퍼, 식보이, 해시스완, 마미손, 테이크원, 쿤타 등이 참여한 리믹스 버전은 원곡 못지않은 관심을 얻는 중이다. 딩고 프리스타일 유튜브 채널에 게재된 리믹스 버전의 라이브 영상 조회수는 어느새 350만건이 넘는다.
“‘랩이 더 빡세졌다’ ‘실력이 업그레이드 됐다’ 같은 긍정적인 반응이 있는 반면 ‘왜 파열음이 더 심해졌냐’ ‘너무 과하다’ 같은 부정적 반응도 있어요. 비트에 대한 호불호도 좀 갈리는 편이고요. 피드백을 보면서 인정할 건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편이에요. 과한 비판은 좀 아쉽죠. 저만의 랩 특색을 가지고 뭐라고 하는 건 고양이한테 왜 개처럼 못 짖냐고 하는 격이라고 생각해요. 가사에 라임이 없다고 하는 분들도 계신데, 조금만 체크하듯이 들어 보시면 곳곳에 항상 라임을 박아두고 있다는 걸 알게 되실 거예요.”
인터뷰②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