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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은 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3년 간의 화려했던 선수 인생에 마침표를 찍었다. 익숙한 축구 유니폼이 아닌 말끔한 양복 차림으로 등장한 이동국은 감정을 억누르며 담담하게 은퇴 소감을 밝혔다.
이동국은 “많은 분들 축하해주는 가운데 정말 행복하게 떠날 수 있어서 기쁘다”고 첫 소감을 전했다.
이동국은 “지금 몸 상태는 정상이고 부상 때문에 그만두는 것은 아니다”며 “다만 그동안 선수 생활을 하면서 정신이 몸을 지배한다는 생각으로 생활했는데 장기 부상으로 조급해하는 내 자신을 보고 많은 생각 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예전에는 부상이 있어도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재활하면서 최고의 몸상태로 그라운드에 돌아왔다”며 “이번에 부상을 당하면서 조급한 생각이 많이 들었고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없다는 생각이 머리속에 가득찼다”며 말했다.
이어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닌데도 욕심을 내다보니 정상 컨디션을 찾기 어려웠다”며 “불안한 생각이 들고 사소한 것에도 서운해하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이동국은 “몸이 아픈 것은 참을 수 있어도 정신이 나약해지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며 “그래서 진지하게 생각을 많이 했고 은퇴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동국은 “제2의 삶이 기다리고 있어 너무 스트레스 많이 받지 말자고 생각했다”며 “그만해도 될 때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누가봐도 그렇기 때문에 은퇴를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금 만감이 교차한다. 서운한 마음, 기대되는 마음이 모두 있다”며 “주위에서 ‘1년 더해도 될거 같다’는 얘기를 들었을때는 그래도 경쟁력 있는 상태에서 은퇴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따”고 덧붙였다.
1998년 포항 스틸러스에서 프로에 데뷔한 이동국은 광주 상무, 성남 일화를 거쳐 전북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면서 K리그 통산 547경기에 출전해 228골 77도움을 기록했다. 228골은 K리그 통산 최다 골 기록이다.
2017년에는 K리그 최초로 ‘70골-70도움 클럽’에 가입했다. 지난해에는 역시 처음으로 개인 통산 공격포인트 300개(223골 77도움)를 달성하는 등 한국 프로축구의 역사를 새로 썼다.
특히 이동국은 전북에서 ‘살아있는 전설’로 우뚝 섰다. 2009년 전북 유니폼을 입은 뒤 K리그 우승 7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1회 등을 이끌었다. 전북에서만 360경기를 뛰고 164골 48도움을 올렸다. 올해 K리그1에서도 10경기에 나서 4골을 터트리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동국은 국가대표로도 큰 족적을 남겼다. 1998년 처음 발탁된 뒤 1998년(프랑스)과 2010년(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 출전하는 등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 105회(역대 10위)에 출전해 33골(역대 공동 4위)을 넣었다. 유럽 프로축구 빅리그인 독일과 잉글랜드 무대도 진출하는 등 다양한 도전도 멈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