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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작품 상대 배우와의 인상적인 호흡과 케미로 드라마 ‘피노키오’, ‘상속자들’, ‘닥터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영화 ‘형’ 등 화제작들을 쏟아낸 박신혜는 큰 슬럼프 없이 꾸준히 히트작들을 낳는 ‘흥행 보증 수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배우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이번에 영화 ‘#살아있다’로 첫 좀비물 장르에 도전했다. 24일 개봉한 ‘#살아있다’는 원인 불명 증세의 사람들이 공격을 시작해 통제 불능에 빠진 도시 속에서 데이터, 와이파이, 문자, 전화 모든 것이 끊긴 채 홀로 아파트에 고립된 이들의 생존 사투를 그린 스릴러다. 유아인과 박신혜의 첫 호흡, 각자의 파격 연기 변신, 좀비물을 향한 색다른 접근법으로 개봉 전부터 예매율 1위를 기록하며 주목받고 있다.
박신혜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기존의 좀비물들과는 다르다는 생각에 출연을 결정했다”며 작품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웠다.
극 중 박신혜가 맡은 유빈 역은 정체불명의 존재들의 위협이 덮친 가운데, 준우와 더불어 도심 한가운데 고립된 생존자다. 집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생존을 이어가던 중 건너편 아파트의 또 다른 생존자 준우(유아인 분)을 발견하고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시그널을 보내는 인물이다. 타고난 체력과 침착함, 주도면밀함을 지닌 강인한 인물로 준우의 든든한 생존 파트너가 된다.
박신혜는 “기존의 좀비물들이 어떤 계기로 감염자들이 발생했고 어떻게 두 사람이 모이게 됐는지 다양한 인물들이 모여 펼쳐지는 갈등과 이야기를 그렸다면, 이 작품은 오로지 집 안에서 나만 사용하는 개인적인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감정과 사건들을 그리고 있다”며 “좀비들이 출현하는 상황 속에서 나 혼자 겪는 갈등과 고민이 담겨있다는 지점이 흥미롭게 다가왔다”고 출연을 결정한 이유를 전했다.
또 “준우란 사람이 혼자 20일이란 시간을 겪으며 어떻게 변해가는지 보여주는 과정, 이 사람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놓으려는 순간 유빈이란 사람을 만나 한 줄기 희망을 갖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웠다”면서도 “유아인씨의 힘이 컸던 영화”라며 겸손을 드러내기도 했다.
‘#살아있다’는 좀비 그 자체, 좀비를 소탕하는 과정보다 좀비라는 변수를 만나 어쩔 수 없이 고립을 택한 이들의 고뇌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개봉 시점이 영화랑 비슷하게 장기화된 코로나19로 자가격리와 거리두기가 일상이 된 현 시국과 맞물려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박신혜는 “정말 신기하게도 시기가 참 희한하게 맞물렸다. 영화나 작품을 준비할 때 어떤 시점을 노리고 기획하는 것은 아니라지만 정말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말씀드리기는 조심스럽지만 고립된 준우의 모습이 사회적 거리두기 하는 우리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은 거 같다는 시사회 리뷰도 있더라. 나의 이 상황과 닮아있다는 점에서 공감해주실 분들이 많을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고립돼 있다는 것 자체가 유쾌한 상황은 아니지 않나. 영화의 준우와 유빈이 홀로 고립돼 있었지만 끝내 나가서 살아야겠다는 희망을 얻은 것처럼 보시는 분들도 힘들지만 영화 보시면서 오늘 하루를 내가 잘 살아냈다, 잘 견뎌냈다 생각하시고 힘내셨으면 좋겠다”는 소망도 드러냈다.
특히 이 영화는 극 중 인물들이 기존에 우리가 갖고 있던 편협한 성역할 구도를 완전히 뒤집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기존의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액션, 전사, 보호자의 이미지를 갖고 있던 성별이 남성에 한정돼 있었다면 이 영화 속에서는 그 역할을 여성인 유빈이 수행하고 있다.
어딘가 어설프고 덤벙대는 준우와 달리 유빈은 좀비들이 집 안에 들어설 수 없게 각종 함정을 설치하고 집 안에 요새를 만들어놓을 정도로 주도면밀함을 지닌 인물이다. 등산으로 다져진 취미 덕에 맨손으로 로프를 타는 것도 수준급에 손도끼로 좀비들을 거침없이 내리 찍는 ‘깡’까지 갖췄다.
박신혜는 “본인이 처한 극한의 상황에 어떻게 저렇게까지 이성적으로 대비를 하며 살아낼 수 있을까 저 역시 대본을 보며 유빈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며 “이 글을 쓴 작가분의 말로는 실제 그런 일이 닥쳤을 때 자신이 보일 모습을 준우에게 투영했다면, 그런 상황에 되고 싶은 모습은 유빈에게 투영했다고 하시더라. 즉 작가님은 원하는 주요 인물의 성격과 상황을 애초에 정해놓으셨다. 단지 액션, 강인함을 보여줄 수 있는 인물의 성별을 여자로 설정하셨을 뿐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여자’라서 특별하게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그저 그 상황을 자연스레 소화하려 노력했다”고 회고했다.
대사보다는 표정, 액션 등 비언어적 요소로 상황과 감정을 전달하는 장면들이 많다는 어려움도 있었다고.
그는 “무서운 감정을 무섭다는 대사로 표현할 수도 있지만 표정이라든가 보이지 않는 무언가들로 표현해야 할 때가 많았는데 압박감이 조여오는 상황들을 아무런 것 없이 표현하는 게 어려웠다”면서도 “다행히 발자국 소리나 집 안의 흔들림 등 비언어적 효과들이 연기할 때 도움이 많이 됐다. 좀비로 특수분장하신 배우분들도 사실 분장한 배우분들이란 사실을 알고 촬영하는 거면서도 분장이나 연기 때문에 실제 무서움을 느낀 적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자신에게 실제 준우와 유빈 같은 상황이 찾아온다면 어떨까. 박신혜는 “며칠 정도는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살고 싶고 생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며 “제가 그 상황을 겪는다면 겁 없이 뛰어내리고 맞닥뜨리는 면은 유빈이랑 비슷할 것 같은데 엉성함이 준우를 닮아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유빈이 집 밖을 나와 좀비들을 맞닥뜨리는 화려한 액션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이기도 하다.
박신혜는 “감염자 분들이 여러 명 몰려드는 장면이라 그 분들과 하나하나 타이밍과 동선을 맞추며 촬영해야 했다”며 “이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 동선이 엉키고 다칠 수도 있다. 그래서 중간에 맞춘 동선들을 까먹어 다칠 뻔하기도 하고 부딪히기도 한 것 같다”고 액션 연기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유빈 캐릭터를 연기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유빈을 통해 어떠한 임팩트를 주기보다는 시나리오 자체가 재미있다고 느꼈기에 가볍게 함께 즐기자는 느낌으로 임한 게 컸다”며 “준우가 유빈을 만나 희망을 찾았듯 유빈이도 준우를 만나 희망을 찾은 것이다. 자신의 공간 안에 틀어박혀 자신만의 계획 속에 살던 유빈에게 준우는 연못가에 수놓아진 잔잔한 돌멩이의 파장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 파장으로 인해 위험에 빠졌을 땐 준우가 구해주기도 했다. 우리의 삶도 똑같다고 생각한다”고 회상했다.
또 “극 중 바이러스 감염자들은 상황을 보여주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장르물이기는 하지만 그 상황에 놓여진 두 사람의 이야기에 가깝지 않았나 싶다”고도 덧붙였다.
그에게 ‘살아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친구들과 좋은 시간을 보낼 때. 갈수록 옛 친구들과 만나기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각자 생활이 바쁘고 결혼한 친구들도 있고요, 대학생 때 고등학생 때는 몰랐죠. 지금은 1년에 몇 번 안 되지만 그렇게 시간을 내서 만나는 순간들이 정말 소중해요. 좋아하는 사람들과 이제는 시간을 내야만 만날 수 있다는 상황들이 어색하기도 하지만(웃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