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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生'의 이상윤을 보고 싶다면, '산타바바라'로 가라

강민정 기자I 2014.07.18 10:45:38

영화 첫 주연, 無스트레스로 임한 작품.."또 만나기 힘들 것"
연기하지 않는 느낌으로 연기.."지쳐있던 상태에서 힐링"
"심심한 멜로, 하지만 '피식' 웃을 수 있는 공감이 있다"

영화 ‘산타바바라’의 주연 배우 이상윤이 1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한대욱기자)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MBC ‘나혼자 산다’에 출연해 맥주 캔과 벗어 둔 옷으로 어지러진 방을 보여준 것은 아니다. KBS2 ‘인간의 조건’에 출연해 어려운 미션에 도전하며 연예인의 옷을 벗고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도 아니다.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엄마 친구 아들’의 가면 뒤 숨겨진 엉뚱하고 귀여운 진면을 보여준 것도 아니다.

소위 그 사람의 ‘날 것’을 드러내준다는 관찰 예능프로그램이나 탈탈 털리고 온다는 집단 토크쇼처럼 ‘리얼 세계’에는 아니지만 영화 ‘산타바바라’는 배우 이상윤의 있는 그대로를 엿보였다.

영화 ‘산타바바라’의 주연 배우 이상윤이 1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한대욱기자)
상의 탈의 신을 위한 운동을 하지도 않았고, 매 신 술과 함께 했던 촬영은 실제로 알코올의 힘을 빌렸다. 저 멀리 걸어오거나 어딘가를 바라보거나, 공항 탑승 수속을 기다리거나, 밥을 먹거나, 전화 통화를 하거나. 모든 장면에 담긴 이상윤은 영화 촬영이 아닌 ‘일상 노출’에 가까운 방식으로 ‘산타바바라’에 녹아들었다. 그 동안 ‘엄친아’, ‘로맨틱 가이’, ‘국민 사위’, ‘훈남의 정석’ 등으로 올곧고 바른 매력으로 어필됐던 이상윤의 진짜 모습을 보고 싶다면, ‘산타바바라’를 주저없이 추천한다.

영화 ‘산타바바라’의 주연 배우 이상윤이 1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한대욱기자)
이상윤은 ‘산타바바라’에서 음악 감독 정우를 연기했다. 어쩌다 일로 알게 된 광고 기획자 수경(윤진서 분)과 자연스럽게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인물이다. 낯선 여행지, 처음 본 사람과의 로맨스는 아니지만 복잡한 밀고 당기기 없이 마음을 주고 받고, 크게 바라고 기대하는 것 없이 진심 하나로 시작된 보통의 연애를 연기했다. 여기에 영화 절반을 차지하는 산타바바라에서의 5일은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모든 사람의 대리만족을 채워줄 장면이다. 여행지라는 곳이 주는 설렘에 술 기운에 빌린 불 같은 하룻밤도 없고, 정우를 쫓아다니는 여동생이 제3자로 데이트에 늘 따라다는 터라 달달한 애정행각 조차 많지 않지만, 이제 막 시작한 커플이라 손만 잡아도 아니,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정우와 수경의 모습은 자연스럽게 공감대를 자극한다.

‘산타바바라’ 스틸컷.
“나는 감독님을 이번 영화로 처음 봤는데 대부분의 배우들이 감독님이랑 다 친했다. 산타바바라 촬영 분량에 등장하는 외국인 매니저는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영화 평론가였고, 광고주로 등장한 남자 분은 LA에서 유명 대학교 경영학을 가르치는 교수님이라고 한다. 촬영 자체가 배우들의 연기로 이뤄지기보다 그냥 일상의 모습 그대로를 담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런 느낌이 좋아서, 첫 주연 영화로 ‘산타바바라’를 선택했다. 그 동안 드라마를 해오면서 이렇게 자극적이지도 않고 임팩트도 없는 작품은 처음이라, 이런 식으로 촬영을 해도 걸작이 나온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좋기도 했다.”

‘산타바바라’ 스틸컷.
이상윤과 ‘산타바바라’는 궁합이 잘 맞았다. 연기로 어느 때보다 지쳐있을 시점에 ‘산타바바라’가 들어왔고, ‘산타바바라’는 그러한 이상윤을 치유해줄 ‘힐링 시나리오’였다. 1년 전 이미 촬영된 작품이라 그 사이 SBS 드라마 ‘엔젤아이즈’ 등 연기 활동을 한 뒤에 완성작을 보니 “좀 더 풀어져서 연기했으면 좋았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연기하는 느낌이 없이 연기하고 싶었다. 정말 정우라는 캐릭터가 어떤 사람일지 고민을 하지 않고 연기했기 때문이다. 얼마전 시사회에서 영화를 보니 여전히 연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은 남아있더라. 하고 싶은 대로 찍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이런 작품을 또 만날 수 있을지, 아마 감독님을 다시 만나지 않는 이상 힘들 것 같다.”

‘산타바바라’ 속 이상윤의 모습.
영화에서 이상윤은 기타를 치고, 여자와 술을 마시고, 오픈카를 운전하고, 산타바바라 석양을 보며 드라이브를 즐기지만, 우리가 상상하는 감동은 크지 않다. 재벌 2세의 배경도, 지갑이 두둑할 것이라는 경제력도, 공부를 매우 잘했을 것 같은 스마트함도 찾아보기 힘든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돈 없는 가난한 음악인의 느낌이라 하기엔 비주얼이 너무 훈훈하고, 어두운 성장기를 보냈을 것이라 예상하기엔 아이처럼 웃는 미소가 너무 해맑다. 확실한 색을 잡아두지 않은 이상윤의 모습이 오히려 정우라는 인물을 매력적으로 만들었다.

“우리끼리 이야기를 많이 하며서 촬영했다. 감독님은 방관자처럼 연출하는 스타일이었다. 술을 많이 마시진 않았지만 어떤 신에서든 술이 있었다.(웃음) 드라마를 찍으면 비주얼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술도 못 마신다. 하지만 ‘산타바바라’에선 살도 찌고 얼굴도 붓고, 그러는 모습이 진짜 연기로 이어질 수 있었다. 귀찮아서 운동도 안했는데 그런 면 조차 아마 정우의 진짜 모습이 표현된 계기였을 것이다. 작품을 하면서 스트레스가 하나도 없었다.”

“‘산타바바라’, 스트레스 하나 없이 촬영했다.”(사진=한대욱기자)
‘산타바바라’는 이상윤의 말대로 여심을 자극하는 훈훈한 배우의 비주얼을 내려놓고, “내가 정우다”, “내가 수경이다”라고 공감하며 볼 수 있는 멜로다. 다소 심심한 부분이 있지만 영화 ‘비포 선셋’, ‘비포 선라이즈’와 같은 톤을 좋아하는 관객들이라면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작품이다. ‘피식’하고 웃을 수 있는 포인트가 곳곳에 배치돼 있고, 미국 LA의 산타바바라 석양을 큰 스크린에서 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산타바바라’는 내가 지쳐있었을 때 만난 작품이다. 결과적으로 이 작품을 통해 난 에너지를 얻었다. 대놓고 연애하고, 사람의 마음을 휘어잡는 ‘고수’들의 연애가 아닌, 자기 마음이 기인지 아닌지 모른채 어설프지만 귀엽게 마음을 주고 받는 보통의 연애를 즐길 수 있다. 아마 10년 동안 사랑하지 않은 이들의 ‘연애 세포’까지 자극될 ‘공감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산타바바라’, 고수 아닌 보통의 연애로 공감할 수 있다.”(사진=한대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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