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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준플레이오프서 5차전까지 가는 혈투를 치른 두산 입장에선 어떻게든 빠르게 시리즈를 끌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만큼 니퍼트의 어깨가 무거울 수 밖에 없다.
니퍼트는 LG전서 3경기에 등판해 1승1패, 평균 자책점 3.50을 기록했다. 나름 제 몫은 다 해냈음을 알 수 있는 수치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은 정규시즌과는 또 다른 무대다. 또한 일단 많은 점수를 뽑는 것은 쉽지 않다는 전제를 먼저 해야 하는 만큼 그 때 보다 더 완벽에 가까운 투구가 일단 필요하다.
승부처는 과연 니퍼트가 정면 승부 욕심을 얼마나 자제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니퍼트는 매우 위력적인 구위를 가진 투수지만 간혹 지나친 승부욕이 큰 것 한 방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넥센과 준플레이오프 5차전도 마찬가지였다. 3-0으로 앞선 9회말 무사 1,2루서 등판한 니퍼트는 삼진 2개를 잡아냈지만 박병호와 승부를 그르치며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볼 카운트 2-0의 불리한 상황, 니퍼트의 선택은 직구 승부였고 높게 몰린 제구가 홈런으로 이어지며 다 잡았던 고기를 놓칠 뻔 했었다.
김진욱 두산 감독이 “카운트가 불리해 진 만큼 어렵게 갔어야 했다”며 아쉬움을 표시하기도 했던 장면. 당시 마스크를 쓰고 있던 최재훈은 “원래 사인은 유인구였다. 하지만 퍼트형(두산 어린 선수들은 니퍼트를 ‘퍼트 형’이라고 부른다. 그만큼 진짜 동료라는 생각이 강하다)이 워낙 강하게 승부를 하고 싶어해 어쩔 수 없었다”고 복기했다.
니퍼트는 시즌 중 등 근육통으로 두달 정도 공백을 가진 바 있다. 체력적으로는 아직 힘이 남아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준플레이오프서 선발과 불펜으로 3경기나 등판했다. 5차전 이후 나흘을 쉬었다고는 하지만 회복이 어느정도 됐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본인도 스스로의 상태에 대해 100% 이해하고 있지 못할 수도 있다.
니퍼트는 정규 시즌에서도 돌아가는 승부 보다는 정면 대결을 선호하는 유형의 투수였다. 한국 야구에 적응하며 변화구 비율이 많이 늘기는 했지만 여전히 직구 승부가 그의 주무기다.
니퍼트의 LG전 상대 전적을 보면 이진영에게 5타수3안타로 가장 약했던 것이 눈에 띈다. 한국 프로야구서 손 꼽히는 노림수가 좋은 타자다. 현재 LG서 가장 부진한 것이 이진영이다. 1,2차전서 제대로 된 타구를 하나도 만들지 못했다.
반대로 그의 기를 살려주면 LG를 잡기 더 어려워진다. 니퍼트와 이진영의 승부가 가장 눈길을 끄는 이유다. 니퍼트가 평소 스타일을 고집한다면 이진영의 노림수에 걸려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구위는 그 다음 문제다.
과연 니퍼트의 ‘이기고 싶다’는 의욕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 어떤 결과를 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승부는 역시 이진영과 대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