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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차전 승부처 통해 본 KS 관전 포인트

박은별 기자I 2012.10.30 14:27:40
[이데일리 스타in 박은별 기자] 삼성과 SK가 나란히 2승씩을 거두면서 한국시리즈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과거를 되돌아보면 미래도 보인다. 한국시리즈 1~4차전을 승부에 분수령이 된 장면들을 돌아보면 남은 한국시리즈도 전망해 볼 수 있다. 경기의 흐름이 바뀐 포인트를 보면 두 팀이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 무엇을 해야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하는지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시리즈 1차전. 7회말 1사 2루 삼성 배영섭의 1타점 1루타 때 2루주자 강명구가 홈으로 질주하고 있다. 결과는 세이프. 사진=뉴시스
◇1차전 삼성 3-1 승리, 오버런을 득점으로 연결시킨 강명구의 미친 주루

승부처는 7회말이었다. 2-1, 삼성이 한 점차 아슬아슬하게 리드를 지키던 상황. 삼성에 달아날 찬스가 왔다.

선두 타자 이지영이 안타를 치고 나갔고 대주자로 강명구가 들어섰다. 김상수의 희생번트로 1사 2루. 다음 타자 배영섭은 2루수 쪽으로 내야 안타를 때렸고 SK 2루수 정근우는 오버런한 2루 주자 강명구를 잡기 위해 3루로 던졌다.

그러나 달려가던 스피드가 제어가 되지 않았던 모양. 강명구는 되돌아가면 아웃이 될 것이라 순간적으로 판단했다. 빠른 발을 이용해 냅다 홈으로 뛰었다. 결과는 세이프.

강명구의 미친 주루가 팀을 살린 셈이었다. 반대로 SK로선 SK의 수비 대응이 너무 메뉴얼적이었던 것이 실수였다. 당연히 2루 주자가 잡았으니 홈으로 가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미리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한 두 점으로 승패가 갈리는 단기전에선 베이스 러닝이 무척 중요하다. 그 중요성을 세삼 실감케한 순간이었다. 안지만, 오승환 등 철벽불펜진이 뒤에 남아있는 삼성으로선 2점차 리드는 승리를 확신케했다.

SK 박정권. 사진=뉴시스
◇2차전 삼성 8-3 승리, 앞서나갈 기회 놓친 박정권의 뜬공.

1차전에서 맥없이 무너진 SK. 삼성의 2차전 선발은 올시즌 다승왕 장원삼이었다. “2차전도 SK가 힘들겠다”는 전망이 나왔던 이유. 선수들은 하나같이 “초반 선취점을 먼저 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 승리로 가는 지름길이다”고 입을 모았다.

그리고 경기가 시작된 후 바로 기회가 왔다. 2사 후 최정의 2루타를 시작으로 이재원과 김강민이 볼넷을 얻어 만루 찬스를 잡았다. 다음 타석엔 박정권이 들어섰다. 결과는 3구만에 중견수 뜬공.

절호의 기회를 놓친 SK. 이들에겐 다시 이런 기회가 오지 않았다. 장원삼에게 안타 하나 때려내지 못하며 5회까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3회말엔 최형우의 만루포를 포함, 6실점하면서 무너졌다.

이번 시리즈는 선취점을 내면 무조건 이기는 양상이다. 초반 무너트릴 기회 놓치면 바로 반격 당하는 것이 이번 한국시리즈의 흐름이었다.

한국시리즈 3차전. 2회말 1사 1루 삼성 선발 배영수가 SK 박진만에게 안타를 허용한 후 포수 진갑용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3차전 SK 12-8 승리, 추격의 빌미를 제공한 배영수의 실점.

1,2차전을 기분 좋게 승리한 삼성. 이제 관심은 4차전안에 압도적으로 시리즈를 끝낼 수 있을지에 모아졌다.

그리고 그 예상대로 삼성은 1회 선취점을 내주고도 3회 최형우의 쓰리런을 포함, 6점을 뽑아내 6-1로 리드했다. 이제 시리즈는 다 끝났다 싶었다.

하지만 순간의 방심이 화를 자초했다. 어깨가 가벼워진 삼성 선발 배영수. 3회말 아웃 카운트 2개를 잘 잡아놓고 박정권과 김강민에게 연속 적시타를 뺏겨 다시 추격을 당했다. 초반 3점차 리드는 절대 안심할 수 없는 상황.

결국 이는 다 잡은 삼성의 분위기를 SK쪽으로 묘하게 흐르게 만들었고 조기 강판의 이유가 됐다. 삼성 벤치는 4회부터 차우찬을 투입하는 등 빠르게 마운드 교체를 했다. 그러나 류 감독의 계산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믿었던 안지만 등이 예상 밖으로 일찍 무너지고 대량실점하면서 다잡은 승리를 놓쳤다. 마운드의 전체적인 밸런스가 무너진 것이 패인이었다.

한국시리즈 4차전. 4회초 무사 1, 2루 삼성 최형우의 중견수 플라이 때 주루 판단 실수로 아웃된 2루주자 이승엽이 허탈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4차전 SK 4-1 승리, 반전 기회 놓친 이승엽 주루 미스.

“타구 판단은 나도 어려운 부분이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맏형 이승엽의 실수를 감쌌다. 하지만 삼성으로선 너무나 뼈아플 실수였다.

0-0으로 맞선 4회. 선두타자로 나선 이승엽이 내야안타로 출루하며 무사 1,2루 기회를 잡았다. 삼성으로선 3차전 패배의 분위기를 반전시킬 기회이자 상대 선발 에이스 김광현을 무너트릴 찬스기도 했다. 김광현은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타석엔 최근 2경기 연속 홈런을 때려낸 최형우가 섰다. 최형우의 타구는 우중간으로 날아갔다. 2루 주자였던 이승엽은 3루까지 내달렸다. 하지만 타구는 SK 우익수 임훈의 글러브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이승엽이 돌아오기엔 너무 멀리 가 있었다.

더블아웃, 무사 1,2루 기회가 2사 1루가 되고 말았다. 살아나는 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맏형의 실수였다. 김광현의 기를 살려 준 미스기도 했다. 이승엽은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다. 결국 삼성은 초반 분위기를 가져오는데 실패했고 바로 4회말 홈런 2방에 석 점을 뺏기면서 졌다.

이 역시 먼저 잡은 찬스를 놓치면 역공을 당한다는 것 충분히 증명해보인 장면이었다. 양팀 모두 쉽게 지는 팀이 아니다. 저력이 있다. 초반에 기선을 제압하지 못하면 늘 똑같은 위기를 맞을 수 있다. 남은 3경기에서도 물론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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