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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의 아들인 홍정욱 올가니카 대표를 비롯한 유족들은 이날 오전 서울아산병원장례식장에서 영결식을 진행한 후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홍 대표는 추모사를 통해 “부모는 자식을 쏘아 올리는 활이라고 했다”며 “저희를 아주 높고 넓은 세상으로 힘껏 쏘아올려 주신 아버지의 아들로 살아온 평생이 자랑스럽고 감사하고 행복했다”고 애도했다.
고인의 어록과 생전 일화도 털어놨다. 홍 대표는 “아버지께 ‘정권이 바뀌고 선거철이 올 때마다 이런저런 자리와 출마를 종용받았는데 왜 한 번도 안 하셨느냐’ 물은 적이 있다. 아버지께선 ‘내가 국회의원 열 번을 해도 사람들은 나를 영원히 배우로 기억할 것이다. 한 번 배우는 영원한 배우’라고 답하셨다”고 추억했다.
이어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 중 뇌를 떠나지 않는 게 ‘나는 가족을 위해 일생을 바쳤다. 그로써 행복했다’는 말이다. 그러나 저희에게는 ‘세상을 위해 큰 일을 해야 한다’고 당부하셨다”고 덧붙였다.
홍 대표는 “아버지는 한 번도 국회의원이나 재력가, 건물주로 기억되고 싶지 않으셨던 것 같다”며 “오로지 동료들에게 존경받는 영화배우, 자식과 아내에게 사랑받는 가장으로서의 기억만 남기고 가고 싶으셨던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고인은 폐암 투병을 해오다 지난 5일 별세했다. 향년 90세. 장례는 영화인장이 아닌 가족장으로 치러졌다.
고인은 1959년 영화 ‘그 밤이 다시 오면’으로 데뷔해 이국적인 외모로 연예계의 주목을 받았다. 1960년대와 70년대 영화계를 이끌던 그는 ‘자매의 화원’, ‘빨간 마후라’, ‘내시’, ‘화녀’, ‘아이러브 마마’, ‘피막’, ‘가슴달린 남자’ 등 90년대 초까지 340편이 넘는 영화들에 출연하며 승승장구했다. ‘한국의 그레고리 팩’으로 불리며 한국 영화계의 발전을 이끈 톱스타로 오랫동안 사랑받았다. 2011년에는 데뷔 52년 만에 처음으로 TV 드라마에도 출연했다. 대종상 남우주연상과 청룡영화상 인기남우상 등을 수상했고 2016년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한국영화인총연합회 회장, 한국영화배우협회 회장 등을 지내기도 했다. 지금은 올가니카 대표인 홍정욱 전 의원의 부친으로도 화제를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