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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 제26대 KBS 사장 취임식이 오늘(13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KBS 본사에서 열렸다.
박 사장은 취임사를 통해 “KBS의 현재 위기의 원인은 내부에 있다고 진단하고 KBS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능력과 성과, 효율성이 조직 운영의 원칙이 되는 상식적인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도 높은 개혁을 예고했다.
박 사장은 또 “힘들지만 의미있는 도전인 만큼 부족하지만 앞장서서 외풍을 막고 장애물을 제거하겠다며 KBS 직원들이 KBS인임을 다시 자랑스러워하는 그 날을 앞당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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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사장은 1992년 문화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과 정치부장, 편집국장 등을 거쳤으며, 법조언론인클럽 회장 및 관훈클럽 총무 등을 역임했다. 박 사장의 임기는 김의철 전 KBS 사장의 잔여 임기인 2024년 12월 9일까지다.
◇박민 제26대 KBS 사장 취임사
KBS 임직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26대 사장 박민입니다.
제작 현장과 전국의 송·중계소에서 묵묵히 자신의 소임을 다하고 계신 KBS의 가족 여러분, KBS에 대한 관심과 걱정으로 수많은 조언과 당부를 아끼지 않으신 시청자 여러분, 그 헌신과 애정에 깊은 존경과 감사를 표합니다.
오늘 첫 출근을 했는데 아주 기쁜 소식을 접했습니다. 주말 방영된 대하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과 ‘개그콘서트’가 좋은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KBS는 그렇게 국민에게 감동과 웃음을 주던 국민의 방송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KBS는 국민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KBS를 외면하거나 기대를 접은 시청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지상파의 위기는 KBS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유튜브와 넷플릭스는 이미 도전이 아니라 새로운 기득권입니다. 변방으로 밀려난 지상파는 이제 10년 후를 예측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존재가 됐습니다.
더구나 KBS는 전례 없는 재정 위기에 직면해있습니다. 모두들 알고 계시는 수신료 분리 징수, 2TV 재허가, 예산지원 삭감입니다. 수신료 수납 감소률이 50%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KBS 전체 수입의 4분의 1 수준입니다. 2TV 재허가를 받지 못하면 전체 수입의 절반 가까이가 줄어듭니다. 현실화 된다면 KBS의 존재 자체를 위협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잠시 우리 자신에게 물어봅시다. OTT가 없어지고, 수신료를 통합 징수가 계속되고, 2TV가 10년간 재허가를 받고, 예산이 고정적으로 지원된다면 KBS는 지금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일정 기간 현상 유지는 하겠지만 결국은 회복할 수 없는 상태에 빠져들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KBS 위기의 원인이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KBS는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상실했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공정과 공익과 공영의 가치보다는 정파성과 정실주의 앞세운다는 얘기도 듣습니다. 일 잘하고 성과를 내는 사람보다 목소리를 높이고 줄을 잘 서는 사람이 보상을 받는 조직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수신료를 자신들이 피땀 흘려 번 돈 인양 허투루 쓰고 있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콘텐츠 경쟁력은 계속 하락해 광고료 수입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올 한해 적자가 800억 원대를 웃돌 거라고 합니다. KBS 전 직원 연봉의 20%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민간기업이라면 망해도 벌써 망했을 거라는 지적조차 이젠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위기는 기회라고 합니다. 그러나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냉정한 자기반성과 현실 인식, 뼈를 깎는 혁신과 희생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우선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재확립해야 합니다. 국민이 사회 이슈에 대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정확하고 편견 없는 지식과 정보를 제공해야 합니다. 공영방송을 개인이나 집단의 이념이나 소신을 실현하는 곳으로 생각하는 분은 앞으로 설 자리가 없을 것입니다.
공영방송의 핵심적 재정 기반은 수신료입니다. 수신료를 낭비하는 모든 적폐는 일소해야 합니다. 더 이상 기둥 뒤 직원, 고용 자체가 목적인 조직을 방치해서는 안됩니다. 능력과 성과가 인사의 기준이 되고, 효율성이 조직 운영의 원칙이 되고, 수익률이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지극히 상식적인 조직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미래를 준비하는 KBS가 돼야 합니다. 지난 10여 년간 미디어 시장은 파괴적 변화를 거듭해왔지만 KBS는 충분한 대비를 하지 못했습니다.
국내 주요 지상파들조차 제작 시스템을 혁신하고 변화를 꾀했지만 KBS는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했습니다. 이제 미디어 시장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재창조 수준의 조직 통폐합과 인력 재배치를 주저해선 안됩니다. 이런 자기 혁신이 선행되면 KBS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회복될 것입니다. 국민이 KBS의 필요성에 공감하면 재정적 위기도 극복할 수 있을 겁니다. KBS가 국민의 사랑과 재정적 안정성을 되찾는다면 지상파의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를 선도하는 공영미디어로 거듭날 수 있을 겁니다.
힘들지만 언론인으로서 유의미한 도전입니다. 부족하지만 앞장서서 외풍을 막고 걸림돌을 치워나겠습니다. 우리 스스로, 나아가 우리 가족들이 KBS인 임을 다시 자랑스러워하는 그날을 앞당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