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의 김강민...늘 준비된 자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했다

이석무 기자I 2022.11.08 12:34:43
7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KBO리그 한국시리즈 5차전 키움 히어로즈와 SSG 랜더스 경기. 9회말 무사 1,3루에서 SSG 김강민이 역전 끝내기 홈런을 날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올해 한국시리즈(KS)는 ‘김강민 시리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강민은 1일 인천 SSG랜더스파크에서 열린 KS 1차전에서 9회말 대타로 나와 동점 솔로포를 터뜨려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갔다. 비록 팀은 연장전에서 패했지만 김강민의 홈런은 팬들의 뇌리에 강하게 박혔다. 역대 포스트시즌 최고령 홈런 타자로도 이름을 올렸다.

김강민은 3차전에서도 특급 대타로 부활했다. 2-1로 앞선 9회초 1사 만루 찬스에서 최지훈 대신 타석에 들어섰다. 1차전 동점 홈런을 빼앗았던 김재웅을 상대로 중전 적시타를 터뜨렸다. 김강민의 적시타는 기폭제가 돼 9회초 6득점 빅이닝의 기폭제가 됐다.

그리고 5차전 김강민의 방망이는 또다시 불을 뿜었다. 2-4로 뒤진 9회말 대타로 나선 김강민은 무사 1, 3루 찬스에서 키움 구원투수 최원태의 밋밋하게 들어온 144km짜리 슬라이더를 놓치지 않고 좌측 담장을 넘기는 3점홈런으로 연결, 5-4 극적인 역전승을 일궈냈다. KS 역사상 최초의 대타 끝내기 홈런이었다. 포스트시즌을 통틀어서도 1996년 플레이오프 1차전 쌍방울 박철우 이후 26년 만이다. 불과 엿새 전 자신이 세운 포스트시즌 최고령 홈런(40살1개월25일) 기록도 갈아치웠다.

김강민의 대역전 대포는 2009년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나온 나지완(전 KIA 타이거즈)의 끝내기 홈런에 버금가는 기적과도 같은 홈런이었다.

1982년 9월 13일생인 김강민은 올해 불혹이 됐다. 이날 열린 KS 5차전을 기준으로 하면 만 40세 1개월 26일의 나이다. 올 시즌 추신수(SSG), 이대호(롯데), 오승환(삼성) 등과 함께 최고령 선수로 자리했다.

사실 김강민은 올 시즌 주역이 아니었다. 전신 SK 시절부터 그가 20년 동안 지켰던 주전 중견수 자리는 이제 젊고 재치 넘치는 최지훈이 자리했다. 올해 정규시즌에선 84경기 출전에 그쳤다. 이번 시즌 기록한 202타석은 2006년 166타석 이후 가장 적은 숫자였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김강민은 여전히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였다. 출전 기회가 많지는 않았지만 타율 .303에 OPS 8할대(.824)를 찍었다. 홈런도 5개나 쳤다.

김강민의 관록은 큰 경기에서 더욱 빛났다. KS에서 홈런 2방을, 그것도 가장 중요한 순간에 때려내면서 존재감을 마음껏 뽐냈다. KS 5차전 선발로 나섰던 김광현은 “강민이 형은 내 마음속 영구결번”이라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김강민은 SSG 연고 프로야구단의 살아 있는 역사나 다름없다. SSG의 전신 SK와이번스가 쌍방울 선수단을 인수해 재창단한 뒤 2000년 6월 처음 신인선수를 직접 뽑았다. 당시 SK는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 전체 18순위로 경북고 투수 김강민을 선택했다. 김강민과 SK의 역사가 처음 시작된 순간이었다.

고교 시절까지 투수와 내야수를 겸업했던 김강민은 SK 입단 후에도 투수와 내야수, 양쪽에서 가능성을 모색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야수의 길로 접어들었다. 처음에는 투수로서 가능성도 모색했다. 하지만 심각한 제구 불안 때문에 투수로서 경력은 일찍 접어야 했다. 결국 2002년 외야수로 전업하게 되면서 김강민의 선수인생은 본격적으로 꽃피기 시작했다.

외야수 전향 후 조금씩 입지를 넓혀가던 김강민은 2007년 김성근 감독 부임 후 본격적으로 주전 외야수로 발돋움했다.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1군 경기에 100경기 이상(124 경기) 출전했다. 빠른 발에 강한 어깨가 본격적으로 빛을 보기 시작했다.

몸을 던져 타구를 낚아채는 모습이 먹이를 사냥하는 짐승 닮았다고 해서 ‘짐승남’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2010년에는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로 뽑히며 리그 최고의 외야수임을 확실히 인정받았다.

무엇보다 김강민의 매력은 큰 경기에서 강했다는 점이다. 김강민은 SK 시절 2007년, 2008년, 2010년 2018년 등 네 차례나 KS 우승을 견인했다. 특히 2018년 넥센히어로즈와 플레이오프에선 홈런 3방에 6타점을 책임진 데 이어 두산베어스와 KS에서도 5타점을 올리며 정규시즌 2위팀 SSG의 KS 우승 업셋을 이끌었다.

그리고 불혹이 된 2022년에도 김강민의 능력은 녹슬지 않았다. SSG 창단 후 처음 치른 KS에서 스타팅은 아님에도 당당히 ‘주역’ 자리를 꿰찼다. “대타로 나가면 스윙 3번 안에 승부를 봐야 하니 준비하고 있었다”는 인터뷰처럼 항상 준비하고 있던 김강민에게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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