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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월드컵 단독중계③]`꽃놀이패` 쥔 SBS, No.1 채널 `야심`

김용운 기자I 2010.05.04 13:00:16
▲ SBS

[이데일리 SPN 김용운 기자] KBS, MBC가 SBS와 진행해 온 남아공 월드컵 공동중계 관련 최종 협상이 표면상 결렬됐다. KBS와 MBC는 남아공 월드컵 중계권을 단독으로 확보하고 있는 SBS와 지난달 23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시정명령에 따라 같은 달 30일까지 협상을 진행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만약, 오는 6월 월드컵 직전까지 3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한다면 지난 밴쿠버 동계올림픽처럼 남아공 월드컵 역시 SBS틀 통해서만 시청할 수 있게 된다.

사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오는 6월 한국 대표팀의 남아공 월드컵 생중계를 공중파방송사를 통해 볼 수 있다면 KBS나 MBC, SBS 등 어느 방송사를 통해 보느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방송사의 입장은 다르다. 콘텐츠라는 측면에서 국가대표팀이 출전한 월드컵만큼 국민적인 관심사를 한 곳에 모아 시청률을 높일 수 있는 콘텐츠를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런 콘텐츠를 방송할 수 없다면 해당 방송사가 입을 타격은 불 보듯 뻔하다.

SBS가 월드컵을 독점 중계하면 월드컵으로 파생되는 교양 및 예능, 보도프로그램까지 장악해 월드컵 기간만큼은 KBS와 MBC를 경쟁에서 압도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SBS는 이번 월드컵 기간에 맞춰 남아공 현지에서도 촬영되는 ‘태극기 휘날리며’라는 월드컵 관련 특집 예능프로그램을 차근차근 준비 중이다. 시청률 경쟁이 치열한 주말 오후 예능프로그램 방영 시간대에 ‘태극기 휘날리며’를 투입, KBS의 주말 예능프로그램을 따라잡겠다는 구상이다.

이 뿐 아니라 중계권이 없는 KBS, MBC와 차별화 된 다양한 월드컵 특집을 마련하겠다며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반면 김인규 KBS 사장은 지난 3월 여의도 클럽 오찬 강연에서 “SBS가 월드컵 단독 중계를 이유로 월드컵 관련 화면을 제한적으로 제공해줄 것”이라며 “이로 인해 월드컵 관련 프로그램 제작에 난항이 많을 것으로 예상 된다”고 속내를 밝히기도 했다.

방송 3사는 아직 SBS의 월드컵 단독 중계가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돼 월드컵 공동중계가 이뤄진다고 해도 SBS는 손해 볼 것이 없다. 협상 기간에 월드컵 중계와 관련 보도 및 프로그램에 대한 준비를 홀로 진행해왔기 때문이다.

반면 KBS와 MBC는 월드컵과 관련된 특집 프로그램 준비를 원활하게 하지 못하고 있다. 월드컵 중계권이 없는 상황에서 관련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것이 쉽지 않아서다. KBS 예능국 한 관계자는 "‘해피선데이’의‘남자의 자격’만 월드컵 특집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 대해 KBS의 밴쿠버 동계올림픽 취재팀 데스크였던 정재용 기자는 최근 언론노조 기고에서 “SBS는 스포츠라는 콘텐츠의 위력을 통해 KBS, MBC를 뒤따르는 3인자가 아니라 한국 방송계의 선두 주자가 되겠다는 확고한 전략을 갖고 이 싸움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기자는 “스포츠를 통해 미국 방송계의 신흥 거대 네트워크로 성장한 FOX TV와, 축구를 통해 유럽 유료 위성 방송 시장을 단번에 장악한 B SKY B가 그랬듯이 SBS가 용의주도한 방송사 위상 제고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덧붙여 SBS의 월드컵 단독 중계가 단순히 ‘스포츠 중계’ 우위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SBS 월드컵 단독 중계 논란 배경에는 KBS와 MBC가 주장하는 ‘보편적 시청권 문제’ 뿐만 아니라 날로 격화되는 방송사의 치열한 경쟁이 숨어있다. 그리고 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소위 ‘꽃놀이패’는 SBS가 쥐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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