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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은구기자] 연기하는 걸 보면 영락없이 말썽쟁이 막무가내 부잣집 막내딸이다. 이름 때문에 놀림을 받아서 개명해 달라며 반항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툭하면 주먹을 휘두르고 고교생이면서 음주에 흡연까지 했다. 연기라고 하지만 그 모습이 어색하지 않은 걸 보면 과거가 의심스럽게 만든다.
MBC 주말특별기획드라마 ‘보석비빔밥’에서 서끝순 역을 맡고 있는 최아진이 그 주인공이다.
최아진은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러나 여전히 앳된 외모로 ‘보석비빔밥’에서 고교생 서끝순 역을 무리 없이 소화하고 있다. ‘보석비빔밥’ 시청자 게시판에 끝순이에게 관심을 보이고 ‘끝순이가 드라마를 살린다’, ‘끝순이 연기 잘한다’ 등의 글들이 올라오는 것을 보면 시청자들에게도 최아진은 이 드라마에서 역할을 인정받고 있다.
실제 최아진은 응석받이에 사고뭉치인 끝순이와 다르다. 대구에서 태어나고 자라다 연기자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에 부모를 졸라 지난 2007년 초 혼자 서울에 올라왔다. 끝순이처럼 막내이기는 하지만 고등학교에 다니며 집에 손을 벌리기 싫어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연기준비를 한 어른스러운 면도 있다. 그동안 영화 ‘가벼운 잠’과 이민호와 호흡을 맞춘 MBC 청소년특집드라마 ‘나도 잘 모르지만’, KBS 2TV ‘내 사랑 금지옥엽’ 등에 출연했다.
하지만 최아진은 혼자 생활하며 경제적으로 힘에 부치자 부모가 있는 대구로 돌아갈 생각도 했다. 가족들도 최아진에게 힘들면 내려오라고 했다. 그 상황에서 최아진이 연기자의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해준 게 ‘보석비빔밥’이었다.
“마지막 도전이라는 생각으로 ‘보석비빔밥’ 오디션을 봤어요. ‘설마 내가 될까?’ ‘이번에도 안되면 정말 그만 둬야지’ 등의 생각들을 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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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아진은 ‘보석비빔밥’ 캐스팅이 확정된 후 ‘날아갈 것 같았다’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악착같이 연기에 매달렸다. 지금도 스스로 연기가 부족하다는 생각으로 완벽에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했다.
최아진은 “연기가 제대로 안될 때는 스스로에게 화가 나요. 그래서 혼나도 악바리같이 하려고 하죠. 그래야 나중에 힘들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요”라고 말했다.
‘보석비빔밥’에 캐스팅돼 좋은 것 중 하나는 극중에서지만 가족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 드라마에서 서끝순은 아버지 서로마(박근형 분), 어머니 이태리(홍유진 분), 오빠 서영국(이태곤 분)이 있다.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사는 최아진에게 극중 가족들은 실제 애교와 응석을 부릴 수 있는 존재다. 이들은 또 최아진에게 연기를 가르쳐주는 선생님이기도 하다.
“박근형 선생님과 홍유진 선생님은 실제로도 극중에서와 똑같아요. 박근형 선생님은 제가 연기를 제대로 못하면 화를 내시며 ‘너 이제 안가르쳐 줄거야’라고 으름장을 놓으세요. 그러면 저는 ‘선생님 저 계속 혼내면서 가르쳐주세요’라면서 쫓아다녀요. 홍유진 선생님은 극중 어머니 모습처럼 보듬어주면서 친절히 알려주시죠. 두분 모두 최고의 연기 선생님이세요.”
끝순이는 이름 때문에 콤플렉스가 있는 인물이다. 최아진은 “전 무엇 때문에라도 아직 콤플렉스를 느껴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끝순이의 마음이 어떨지 알지 못했죠”라며 “그래서 주위 사람들에게 아예 끝순이라고 불러달라고 하고 끝순이로 살고 있어요. 그런데 친구들이 끝순이라고 놀리니까 진짜 화가 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드라마에서 보여준 콤플레스 때문에 폭발하고 반항하는 모습이 연기가 아니었던 셈이다.
하지만 은근히 걱정도 되는 모양이었다. 이제 제대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는데 말썽쟁이로 미운털부터 박히면 어떡하느냐고 했다.
“이제는 끝순이가 효도하는 모습도 좀 나왔으면 좋겠어요. 저 실제로는 어른들께 엄청 잘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