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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효림 "결혼도 안하고 아기엄마부터...넘어야 할 산이죠"

김은구 기자I 2009.03.20 13:08:35
▲ 서효림


[이데일리 SPN 김은구기자] “한국말을 잘 못해야 하는 게 너무 어려워요. 그래서 아예 외국인에게 한국말을 배우기로 했어요.”

다소 황당한 상황이다. 한국에서 나고 자라 무엇보다 익숙한 한국말을 어설프게 해야 한다. 덕분에 한국말을 잘 못하는 외국인에게 새로 한국말을 배우겠다는 상상을 뛰어넘는 결심까지 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이런 상황을 즐기는 분위기다. “제 나이에 맡을 수 있는 역할들 중 독특하면서도 재미있고 신선한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통통 튀고 발랄하면서 한국 어른들과 문화적 차이 때문에 가끔 반말도 튀어나오거든요”라고 신이 난 듯 설명하며 웃어댔다.

MBC 새 주말드라마 ‘잘했군 잘했어’에서 하은비 역을 맡은 서효림이 그 주인공이다.

극중 하은비는 어려서 미국 흑인 부부에게 입양돼 남부럽지 않은 환경에서 공부를 했고 양부모의 배려로 모국어도 배운 인물이다. 고교 졸업파티에서 만난 이은혁(최다니엘 분)과 사랑에 빠져 아기 호야까지 낳았지만 의사를 목표로 해온 공부를 포기할 생각이 없어 아기는 은혁에게 맡기고 자신은 공부를 계속하려 한다.

하은비는 그러다 방학을 이용해 은혁과 호야를 보기 위해 한국에 들어오는데 결혼을 시켜 한국에 눌러 앉히려는 은혁 어머니 영순(김해숙 분)과 만나면서 기 싸움을 벌이게 된다.

▲ 서효림


“단계라는 게 있잖아요. 여자 배우도 나이에 따라 풋풋한 연인사이를 연기하다 웨딩드레스를 입어보고 더 나이가 들면 엄마 역을 맡는 게 정상적인 과정 같은데 전 연기를 시작한 뒤 웨딩드레스를 입은 경험도 없이 아기부터 생겼어요.”

그러고 보면 서효림은 연기를 시작한 뒤 빠르게 입지를 다졌다는 점에서 배우로서도 단계를 뛰어넘어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당초 전문 비서를 꿈꾸며 들어갔던 대학 비서학과를 졸업하고 사무실에서 하루 종일 생활해야 하는 갑갑하고 반복적인 일상은 못버틸 것 같다는 생각에 주위에서 아무 권유도 없었지만 무난하지 않고 즐기면서 일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무작정 뛰어든 연예계였다.

2년여 연기학원을 다닌 뒤 2007년 방영된 KBS 2TV 드라마 ‘꽃피는 봄이 오면’으로 데뷔를 했고 ‘잘했군 잘했어’가 이제 겨우 5번째 출연작이지만 벌써 주연급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연기력도 인정해야겠지만 운이 좋았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 서효림


서효림은 “저도 나름 힘들게 고생을 많이 한 것 같았는데 저보다 더 어렵게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 얘기는 못하겠어요”라며 “운이 없었다면 이렇게 빨리 큰 배역을 꿰차지 못했겠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가파른 상승곡선을 탄 것은 아니고 조금씩 올라왔다고 생각해요”라며 “빨리 시작한 게 아니어서 아예 초조함을 버리고 ‘서른 살 전에만 입지를 다지면 된다’고 마음먹었는데 앞으로도 내리막길 없이 조금씩 더 올라가야죠”라고 각오를 다졌다.

그런 의미에서 ‘잘했군 잘했어’는 서효림에게 또 한차례 성장을 위한 발판이자 관문이다. 연기해야 하는 캐릭터가 독특하고 6개월여 방송이 예정돼 있는 긴 호흡의 드라마도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서효림은 “산을 하나 넘는다고 해야 할까요? ‘잘했군 잘했어’는 연기를 시작한 뒤 제게 온 첫 번째 시험인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사진=한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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