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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예진, '욱'했어도 '악'소린 안냈던 '해적'..첫 액션의 짠한 기억

강민정 기자I 2014.07.30 09:45:40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에서 섹시한 해적으로 열연한 배우 손예진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이데일리와 가진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방인권기자)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살수차에 맞고, 허허벌판 세트장에서 ‘재난 액션’을 연기했다. 그로부터 2년 후. 짠내 제대로 느끼며 파도를 맞고, 32m 길이의 해적선에서 ‘진짜 액션’을 내놨다. 지난 2012년 영화 ‘타워’로 액션 아닌 액션을 보여줬던 배우 손예진이 개봉을 앞둔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하 ‘해적’)으로 ‘액션의 진수’가 돼 돌아왔다. “아무것도 없었던 ‘타워’보다 배라는 실체라도 있었던 ‘해적’이 더 수월했던 것 같다”며 웃는 손예진은 성장한 기분이었다.

해적: 바다로 간 산적
‘해적’은 조선 건국 초기 국새가 없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그 국새를 바다에 사는 고래가 삼켰다는 상상력을 더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해양 블록버스터다. 제작비도 100억 이상이 들었다. 순수 촬영 기간은 8개월이다. 200명 이상의 컴퓨터 그래픽(CG) 인력이 투입됐다. 손예진은 해적 소단주에서 우두머리가 되는 여월을 연기하며 이 방대한 스케일의 영화를 이끌었다. 드라마 ‘상어’(KBS2)에서 만나 더 친숙한 배우 김남길이 바다로 간 산적의 우두머리 장사장으로 ‘해적’의 한축을 담당했지만 촬영하는 과정에 있어선 ‘나홀로 싸움’에 가까웠다. 해적은 바다에서, 산적은 산에서 먹고 자라지 않나. 촬영지는 하늘과 땅처럼 멀었고, 액션의 표현 방법, 캐릭터의 말투와 행동 모두 달랐다.

“첫 액션, ‘욱’할 때도 있었다.”(사진=방인권기자)
“쉽지 않았다. 정말 힘들고 어려웠다. 산적 분들도 고생을 많이 했다고 들었다. 해적도 만만치 않았다. 일단 추웠다. 온몸이 굳고 얼굴이 얼어서 액션도 감정 연기도 잘 안 나왔다. 감독님은 게다가 특별한 디렉팅을 주는 분이 아니셨다. 해적선 세트가 있었던 곳은 고지대였고 감독님은 저지대에서 모니터와 무전기로 디렉션을 주셨다. 첫 액션 신을 찍는데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열정을 쏟아부었다. 그런데 감독님이 100% 마음에 들어하진 않은 것 같더라. 뭔가 석연치는 않은데, 내가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그냥 넘어갔다는 말을 듣고 솔직히 ‘욱’하기도 했다.(웃음)”

숱한 작품과 사람들을 만난 손예진이지만 ‘해적’ 촬영장은 첫 액션 영화라는 데서 낯설었다. 여배우의 액션이라면 ‘여전사’ 이미지를 떠올리곤 하지만 손예진은 12세 관람가에 맞춰진 ‘해적’ 안에서 여월의 콘셉트를 잡는데 고민했다. 유치해도 멋있는 현실적인 캐릭터를 그리고 싶었다. 여배우로서 예쁘게 보이기 위한 노력은 일찌감치 접었다. 마지막 CG 작업으로 ‘최소한의 미모’를 살렸다.

“퓨전 사극이고 12세 관람가다. 아이들이 보기에도 이해가 가는 인물이어야 했기 때문에 여월을 ‘정의로운 해적’으로 만들고자 했다. 영화에서 보면 여월은 절대 급소를 찔러 상대를 제압하지 않고, 훨씬 힘과 권력이 센 강자를 보란 듯이 무찌르는 법도 없다. 무시무시한 무기로 폭격을 퍼붓는 적 앞에서도 바르게 공격하고, 아둥 바둥 버티는 모습이 ‘해적’의 리얼리티를 더 살려낸 것 같다.”
“‘해적’, 남녀노소 누구에게 추천해도 욕먹지 않을 영화.”(사진=방인권기자)
열 살이 되지 않은 꼬마 시절부터 산 타고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했던 손예진은 몸에 배어 있는 ‘다이나믹함의 욕구’를 ‘해적’ 곳곳에 펼쳐놨다. 칼을 휘두르는 팔엔 여해적이 보여줄 수 있는 섬세한 선이 살아 있다. 공중에 설치된 나무 수로를 타고 아찔한 ‘워터 슬라이딩’에 정신 못 차리는 장면은 귀여운 남자아이와 겁 많은 여자아이가 섞인 중성적인 매력이 담겼다.

“촬영할 때는 몰랐다. 최근 시사회로 영화를 보고 난 다음에야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찍고, 잘 해냈다는 실감이 들었다. 어떻게 다 이겨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순간이 전체가 공유한 시간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나도 춥고 짜증이 났지만 모든 스태프가 다 그랬다. 나는 옷을 입고 있었지만 민머리에 소매 없는 조끼만 입고 촬영하던 보조출연자도 있었다. 정말 힘들었던 ‘수로 촬영’에서도 온몸에 랩을 감고 얼음장 같은 물을 맞았는데, 내 앞에서 카메라를 들고 같이 고생해준 촬영 감독님이 있어서 견딜 수 있었다. ‘해적’ 같은 대작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큰 소리 한번 안 내고 촬영을 마쳤다는 것은 분명 큰 의미를 주는 것 같다.”

손예진은 그 의미가 관객에게도 통할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남녀노소 누구에게 추천해도 욕(?)되지 않을 영화”라며 ‘해적’이 주는 웃음을 마음껏 즐길 수 있길 바라고 있다. ‘해적’은 6일 개봉된다.
영화 ‘해적’ 속 손예진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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